탄소중립과 토양개량의 첨병 ‘가축분 바이오차’

  • 등록 2023.09.01 08:0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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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리즈 기획] 탄소중립 위한 가축분뇨 이용·관리
3. 정부 정책 방안에 따른 현장·업계 동향

바이오차(bio-char), IPCC서 온실가스 저감 방안 승인
시범사업 통해 농경지 탄소 저장과 토양개량 효과 확산
농진청, 가축분뇨·바이오차 이용 펠릿 완효성비료 연구
가축분 바이오차, 퇴액비 대비 생산물 감소·관리의 용이
악취·환경오염 저감, 처리기간 단축도 주요 기대 효과
농진원, 자발적 온실가스 감축사업 대상 방법론 개발중

 

 

가축분뇨의 대표적인 처리와 이용 방법은 퇴비·액비화로 약 87%의 압도적인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그러나 향후 농지 감소와 격화되고 있는 악취 민원, 탄소중립 정책 실행으로 가축분뇨 新처리방법이 정책 이슈가 되었다. 농업 외 다양한 이용으로 가축분뇨의 자원화, 에너지화를 모색하는 시도가 전개되고 있다.

 
바이오차, 고체연료, 정화처리, 바이오가스화 등 가축분뇨의 처리·이용 다각화가 관심을 모으고 있다. 그중 바이오차는 탄소고정이라는 특징적인 작용으로, 탄소중립 농업의 주요 소재로 활용 가능성이 높다. 


바이오차(bio-char)는 바이오매스(Biomass)와 숯(Charcoal)의 합성어로 산소가 없는 환경에서 열분해하여 만든 탄소 함량이 높은 고형물을 지칭한다. 2019년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IPCC)에서 이산화탄소 저감 방안으로 승인됐으며 탄소격리, 온실가스 저감, 토양개량 효과 등을 인정받고 있다. 


350℃ 이상의 온도와 산소가 없는 조건에서 바이오매스(목재, 가축분뇨 등 유기성물질)를 열분해하여 만들어진 소재로서, 농업 분야 유일의 탄소활용저장(CCUS) 기술로 65~89%의 탄소가 고정되는 것으로 IPCC에서 인정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바이오차를 농업 분야 탄소중립의 한 수단으로 보고 연구와 시범사업을 진행해왔다.

 
농촌진흥청은 지난해 농식품 분야 2050 탄소중립 정책 지원의 일환으로 전국 10개소에서 ‘저탄소 식량작물 재배기술 현장 확산 모델 시범사업’을 추진한 바 있다.


시범사업 대상은 농진청이 개발한 농경지 온실가스 저감 기술의 현장 적용이 가능한 각 지역의 재배단지, 작목반, 연구회, 농업법인 등 벼 재배를 전업으로 하는 농업인 단체였다.

 


시범사업 대상지에는 논물 관리기술을 중심으로 농경지 바이오차(Biochar) 투입, 논물 관리기술(자동물꼬), 논 이용 밭작물 재배 등 지역별로 적합한 농경지 온실가스 저감 기술이 적용됐다.


바이오차를 이용한 농경지 탄소 저장의 방법은 작물 재배 전 농경지 토양에 바이오차를 투입하면 토양에 탄소를 격리·저장할 수 있다. 작물 재배 전에 밑거름 투입과 동시에 바이오차를 농경지 전면에 흩뿌린 다음 흙갈이(로터리)를 해 표토까지 균일하게 혼합하며, 토양개량제로도 활용할 수 있다.


시범사업에서는 주로 목질계 바이오차를 이용해 농경지 탄소 저장과 토양개량의 효과를 확산하는 계기가 됐으며, 바이오차 제조 기술을 발전시키는 동기 부여의 의미도 컸다. 


농진청은 2018년 가축분을 이용한 바이오차 펠릿 연구도 진행한 바 있다. 농업분야 기후변화 대응을 위해 바이오차(Biochar) 펠릿을 활용한 탄소 격리 기술에서 돈분 퇴비를 활용했다. 돈분 퇴비에 바이오차를 8대 2로 섞어 펠릿(pellet) 형태로 만들었다. 


양분 용출 모델(바이오차 펠릿에서 작물 생육에 필요한 질소, 인산, 가리와 같은 양분이 녹아 나오는 양을 예측한 수식)을 사용해 바이오차 적정 혼합비를 연구한 결과, 돈분을 펠릿으로 만들 경우 수계 부영양화에 큰 영향을 미치는 암모늄태 질소와 인의 용출량은 각각 19%, 49% 줄었으며, 작물의 병해 저항성을 돕는 규산의 함량은 62% 늘었다.


개발된 바이오차 팰릿형 비료는 경작하고자 하는 작물의 질소 추천 사용량 기준 40%에 해당하는 양을 전량 밑거름으로 써 작물을 재배하면 수확량 변동 없이 영농활동으로 토양 중에 탄소를 격리할 수 있다는 결과도 얻어냈다. 


이 연구 내용은 2018년 11월 국제 학술지인 응용과학회지(Applied Sciences)에 게재돼 과학적으로 인정받았다. 또한 ‘바이오차 및 가축분뇨를 이용한 팰렛 형태의 완효성비료 제조방법’을 특허 등록하여 산업체 기술 이전이 추진됐다. 

 

법제화 이어 유통기반 조성 방안 시급하다 


이런 배경 아래 농림축산식품부는 축산업의 지속 가능성 확보와 국가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가축분 바이오차 전환 촉진에 나서고 있다. 


적정 퇴비 수요를 초과하는 가축분을 바이오차로 전환해 기존 퇴비화 과정에서 발생하는 악취, 온실가스 등을 줄이고, 가축분 처리시간을 단축한다는 방안이다. 


가축분의 바이오차 전환 촉진을 위해 2021년 9월 ‘가축분 바이오차 사업단’을 구성해 민관학연의 협업체계를 구축했다. 이어 지난해 1월 ‘가축분 바이오차 생산 및 이용 활성화 방안’을 마련하여 생산기반 조성, 이용기반 확대, 인프라 구축 등 3대 중점과제를 추진해 오고 있다.


지난해 10월 농식품부가 제시한 ‘퇴비와 바이오차의 주요특성 비교’를 보면 생산물 감소와 관리의 용이, 환경오염 저감, 처리기간 단축을 주요 기대효과로 내세웠다.[그림]

 

 
가축분 바이오차의 생산수율은 20%로 퇴비의 42%보다 낮아 가축분뇨 처리 효율성이 우수한  것으로 나타났다. 생산 과정과 보관, 농경지 살포 과정에서 발생하는 악취와 온실가스가 없는 것도 장점으로 꼽힌다. 또한 산소가 없는 조건의 350℃ 이상 높은 온도에서 열분해하여 만드는 생산 특성으로 인해, 가축분뇨에 포함된 중금속 등 유해물질이 고정돼 농경지 및 수질 오염에 미치는 영향이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농진청 국립축산과학원은 돼지분뇨 바이오차 중금속 용출 실험 결과 구리 72.40mg/kg(총량)에서 용출량은 0.86mg/kg에 그쳤으며, 아연은 418.82mg/kg에서 용출량은 122.40mg/kg을 기록했다고 밝힌 바 있다. 가축분뇨법상 가축분퇴비 기준은 구리 500mg/kg 이하, 아연 1,200mg/kg 이하로 규정돼 있다. 


가축분 바이오차의 생산기반 조성을 위한 시범사업도 진행되고 있다. 현재 영덕울진축협(10톤/일)과 의성 가금농가(15톤/일)에 가축분 바이오차 시범 생산시설 설치가 완료된 상태다.


또 한 가지 중요한 것은 가축분 바이오차의 자발적 온실가스 감축사업 방법론 개발이다. 이는 가축분 바이오차 이용기반을 확대하기 위한 방안으로 한국농업기술진흥원이 개발을 진행하고 있다. 가축분 바이오차 1톤은 온실가스 1.95~2.85톤(CO2eq, 이산화탄소 환산량)을 감축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되며, 이는 왕겨 바이오차 1.24톤(CO2eq), 목질계 바이오차 0.95톤(CO2eq)보다 온실가스 감축 효과가 높을 것으로 기대된다. 


농진청 축과원은 가축분 바이오차의 물리적·화학적 특성을 분석하고, 농업용 상토와 축사용 깔짚 이용 가능성 등 활용방안을 지속 연구 중이다.


한갑원 축산환경관리원 부장은 “바이오차는 토양개량제나 유기질비료, 퇴비, 완효성비료 등 다양한 비료의 소재로 활용될 수 있으며 하우스 고설재배의 배지 등으로도 이용이 가능해 관심을 모으고 있다”고 밝혔다. 특히 농업(농사)용을 넘어 생활용·축산용·환경용으로도 다양한 활용이 가능해 기대를 불러 일으킨다. 


생활용으로는 도시농업용 배지, 옥상이나 가로수 정원, 분갈이용 토양 등으로 활용될 수 있다. 축산용으로는 축사 깔개용 톱밥, 침출수 억제재, 사료 첨가제 등의 다양한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환경용으로는 활성탄의 대안, 수질정화 촉매, 탄소포집을 위한 대안으로 활용이 기대된다.

 
바이오차 관련 시범사업에 직간접으로 연결된 업계와 현장에서는 무엇보다 관련 법제화를 기다리고 있다. 


우선 가축분뇨로 바이오차를 생산할 수 있도록 환경부 소관의 「가축분뇨의 관리 및 이용에 관한 법」에 정의 및 사용기준 등 법적 근거가 마련돼야 한다. 가축분뇨 바이오차 생산시설도 퇴·액비와 같이 재활용 신고 기준을 적용해 달라는 요청도 나왔다. 


또한, 토양개량제나 비료 등으로 이용할 수 있도록 가축분 바이오차의 품질기준 등이 담긴 비료공정규격 신설이 필요하다. 이는 농진청의 규격 설정이 마무리 단계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바이오차 관련 민관학연에서는 가축분 바이오차를 제품화할 수 있는 기술은 준비된 상태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이미 시제품이 선보인 만큼, 관련 제도 정비가 이뤄지면 가축분 바이오차의 정식 출시가 빠른 시일 내에 가능하다는 이야기다.

 
문제는 경제성이라는 지적이 많다. 취재 중에 만난 전문가는 “시범사업 등을 통해 이미 일부 농가에서 목질계 바이오차가 사용되고 있으며 긍정적인 평가를 얻고 있다”며 “법제화와 함께 가축분 바이오차 보급을 위한 방안도 준비돼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가축분 바이오차 전환은 축산업의 지속 가능성 확보와 국가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방안이며 토양개량 효과도 인정받고 있다. 업계에서는 정책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법제화에 이어 유통지원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았다.

 
정부의 ‘토양개량제 지원사업’에 바이오차 항목을 추가하는 방안, 가축분 바이오차 제품을 사용하는 농가에 대해 보조금 지원, 지자체의 보조사업을 연계해야 소기의 정책 목표를 달성하고 가축분 바이오차 유통의 연착륙이 이뤄질 것이라는 진단이 나온다. 
 

이은원 기자 wons@newsfm.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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