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체 가격이란 무엇이길래 이를 둘러싼 논쟁이 지속되고 있는가. 자본을 중시하는 시장경제에서 가격은 매우 중요한 경제활동의 지표다.
사유재산과 자유, 영리가 중요한 지표가 되는 시장경제에서 가격은 자원의 효율적 배분을 가져오는 것으로 여겨진다. 흔히 말하는 완전한 시장경쟁을 통해 결정되는 가격은 매우 이상적인 것으로 본다. 물론 비현실적인 전제, 즉 다수의 공급자와 다수의 수요자, 거래 재화의 동질성과 생산자의 진입과 퇴출의 완전한 자유, 더불어 재화와 시장에 대한 완벽한 정보, 여기에 특히 어려운 지역과 시간을 초월한 생산요소의 이동성까지 이뤄져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장경제에서 가격은 여전히 자원의 최적 배분을 가져오는 요소가 되고 있다.
가격, 자연스런 시장경쟁 힘들 때 정부 개입
현실 시장경제에서 사유재산권은 매우 중요하다. 첫 번째 중요한 시장경제의 지향 지표다. 이 사유재산권이 인정된 재화와 용역은 자율적으로 거래될 수 있으면 이때 매개변수가 바로 가격이다. 시장이라는 장에서 수요자와 공급자가 이 가격을 결정하게 된다. 그리고 이 가격을 중심으로 수요자와 공급자가 반응, 행동하게 된다. 이러한 상호작용의 결과 자원의 효율적 활용이 극대화 되는 것은 경제사회 질서의 기본 준칙이라 볼 수 있다.
그런데 현실의 완전하지 않은 경쟁적 요소와 작용으로 인해 늘 가격에 대한 시비가 있다. 이처럼 시비가 있다 보니 정부, 공공조직에서 이들에 대한 간섭이 이뤄진다. 먼저 우리가 흔히 듣는 시장실패라는 것이 있다. 이는 공공재적인 성격의 재화와 용역의 사용에서 나타나는 현상이다. 누구의 소유가 아닌 맑은 계곡과 물, 공기 등은 거래가격이 형성돼 있지 못하기 때문에 훼손적인 사용이 발생된다. 자원의 효율적 거래와는 거리가 멀다. 이 경우 정부와 공공기관에서 제도적으로 관리를 하게 된다.
산업 초창기 정부에서 농기계 공급가격 결정
다음으로 독과점 기업에 의한 시장 지배에서 나타나는 독과점 가격의 형성이다. 수요자와 공급자 간의 경쟁적 관계에서 가격이 결정되는 것이 아니고 소수의 생산기업들이 가격을 임의대로 결정하는 경우인데, 자신들의 이익 극대화에 주목적이 있다. 당연히 자원의 효율적 사용은 저해된다. 이 경우 국가에서 시장에 개입하게 된다. 이와 관련해 우리나라에서도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을 만들어 활용하고 있다.
그렇다면 농기계가격은 어떻게 관리되어 왔는가. 대부분 개발도상국에서 나타난 현상과 같이 우리의 경우에도 개발 초창기에는 정부에서 농기계공급가격, 소비자가격을 결정해 왔다. 농기계 가격의 결정 방법은 농기계 유통과도 밀접한 관련을 맺고 있다. [도표]
1988년 자율화 안착…2010년부터 가격 논란
초창기 우리나라 농기계 공급은 정부의 지원에 의해서 이뤄졌다. 개인에 대한 공급보다는 농협이나 농조와 같은 농업단체에 시범적으로 정부가 보조지원을 통해 공급했다. 당연히 공급되는 농기계 가격은 정부에서 결정할 수밖에 없었다. 농협은 기본적으로 관련된 금융업무 처리를 위해 모든 농자재 사업에 관여하게 된다. 전국적인 조직망을 활용하고자 하는 정부의 의도도 있었기에 금융과 실물, 농자재공급도 동시에 이뤄져 왔다.
1980년대 후반까지 농협에서, 농기계 업체에서, 농협과 농기계업체가 같이 공급하는 시스템의 변화가 있어왔지만 농기계 구입에 대한 정부의 절대적인 보조와 융자 지원으로 인해 농기계 가격은 원가조사를 바탕으로 농림수산부에서 결정하게 됐다. 당시까지만 해도 정부가 가격을 결정하면서 농기계판매 수수료와 사후봉사수수료를 결정(4%+3%=7%)해 주었다.
2010년 이후 가격 인상…농협도 기업도 원인제공
이렇듯 정부에서 농기계 가격과 공급을 일괄적으로 결정하게 된 이유는 분명하다. 먼저 당시 국내 농기계시장 규모가 작기 때문에 기업으로 존립이 어려워 농기계회사에 일정한 이윤을 보장해 주기 위해서였다. 둘째 농민들의 경제적 수준이 낮기 때문에 이를 보완한다는 측면에서 가격조정과 보조지원이 동시에 이뤄진 것이다. 한마디로 생산자와 소비자 후생 증대를 위해 정부에서 농기계 가격을 원가조사를 통해 직접 결정한 것이다. 가장 강력한 시장과 가격개입이 있었다.
1988년 전면적인 시장경제의 확대, 자율화가 시행되면서 농기계를 포함한 모든 농자재 가격의 자율화가 이뤄졌다. 하지만 내부적으로는 한국농기계공업협동조합이 중심이 되어 신품 가격결정과 모델변경으로 인한 가격조정시 원가 관련 자료를 농림식품부에 제출하는 암묵적인 조정이 있어 왔다. 하지만 그동안 그리 큰 문제가 발생되지는 않았으며 2000년대 초반까지 이러한 관행이 지속돼 왔다. 2010년 이래 농기계 가격이 너무 높다는 이야기가 회자되었다. 농가소득은 정체 상태에서 농기계 가격은 오르니 이러한 말이 나올 수도 있었다.
다른 물가에 비해 상승률이 높다는 지적도, 품질에 비해 가격은 적정한 수준을 넘어섰다는 평가도 있었다. 농협 농기계은행사업과 매취, 계통구매에서 보듯 현격한 권장소비자가격과의 차이, 일부 농기계기업의 상식을 벗어난 할인과 끼워팔기는 급기야 농기계 가격을 잡아야한다는 방향의 정책을 부추기게 됐다는 진단도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