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이어 이스라엘과 하마스간 전쟁의 영향으로 세계경제가 고물가, 고환율, 고원료 3高의 늪에 빠져 세계경제 침체는 물론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이 지난해말 2% 수준으로 떨어지고 이에 비례해 농업 후방산업인 농자재산업도 침체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더구나 12.3 계엄선포로 대통령 탄핵에 이어 대행 국무총리 탄핵이라는 역사상 유례가 없는 탄핵의 소용돌이가 몰아치는 와중에 무안공항 제주항공기 추락사고까지 겹쳐 연말연시를 맞이한 우리를 더욱 우울하게 하고 있습니다.
달러 강세 속에 이달 초 비상계엄으로 시작된 국내 정국 불안까지 더해진 여파로 천장 뚫린 원화가치가 한 달 새 5% 추락하면서 환율이 1500원선에 바짝 다가가고 금융위기 후 15년 9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습니다. 전문가들은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취임 등과 맞물려 조만간 환율이 1500원을 넘어 ‘뉴노멀’이 된다는 우려도 나옵니다. 환율급등에 따른 외인매도세로 주가는 연일 곤두박질치는 등 국민 체감경기가 급속히 냉각되고 있습니다.
새해가 더 걱정입니다. 내년 연준(Fed)이 금리인하를 멈추고 정국혼란에 소비위축이 겹치면 ‘대위기’가 올 수도 있습니다. 정치 불안에 흔들리는 원화로 수출·내수 모두 불안한데다 美 연준 금리 인하 지연에 달러까지 강세에다, 트럼프 시대 외교 공백 및 국가 신인도에 타격이 우려되고 있습니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2024년 12월 기업경기 조사 결과에 따르면, 이달 전산업 기업심리지수(CBSI)는 전월보다 4.5p 낮은 87.0으로 역대 최하로 집계됐습니다. 또한 농식품부에 따르면 FAO가 발표하는 세계식량가격지수는 지난달 127.5로, 19개월 만에 최고를 기록했습니다. 더구나 최근 5년 가까이 코로나19 대유행과 소비 부진 충격을 금융기관 대출로 버텨온 자영업자들이 속속 한계를 맞고 있습니다.
자영업자들은 금융권에서 1064조원 넘게 빌렸지만, 현재 18조원 이상의 원리금을 갚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대출 잔액과 연체액 모두 통계 집계 이래 역대 최대 규모입니다. 더욱이 계엄 선포와 대통령 탄핵 의결 이후 정국 혼란이 길어져 소비 위축 현상이 더 심해지면, 빚 갚기를 포기하는 자영업자들이 설상가상 더 빨리 불어날 것으로 우려하고 있습니다.
새해에도 고환율이 계속되고, 트럼프 당선자가 우리나라 수출품에 고율 관세를 부과하여 경기가 급속도로 침체될 경우 국내 농자재산업분야도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습니다.
국내 농자재산업은 부족한 비료 및 천연물 자원을 대부분 중국, 인도 등 해외에서 수입하고 있는 실정이나, 러·우 전쟁으로 인한 국제 원자재 가격상승 및 원-달러 환율 폭등에 원화가치 하락으로 원료 수입가격 및 국제선박운임 상승 등을 겪고 있습니다.
재작년부터 폭등한 비료·농약·유기농자재 원료가격이 하락하지 않고 있어 원료가격상승을 농업인한테 전가할 수 없는 많은 친환경업체들이 애를 먹고 있습니다. 만약 러·우 전쟁이 종식될 경우 비료원료 등 원자재 가격 급격 하락도 예상해 볼 수 있습니다. 이는 그동안 원료가격 상승으로 고심해온 친환경비료업계로서는 크게 환영할 만한 일입니다.
그러나 올해는 무기질비료 가격보조 및 수급안정 지원사업예산 288억원이 전액 삭감되고, 유기질비료 지원사업 국고보조금 일몰이 다가옴에 따라 투자심리가 위축되고 환율 등 영업환경에 변수가 많아 안심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원달러 환율이 1500원에 육박하면서 생산비용 상승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측되는 가운데 가격보조 지원사업마저 없어진다면 농업인 생산비 부담이 적지 않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이에 업계는 추가경정예산 편성에 기대를 걸고 있습니다.
한편 친환경농산업분야 글로벌 시장은 매년 평균 13%씩 성장하고 있으나, 국내 친환경유기농업은 전체의 4.9% 수준으로 침체됨에 따라 이에 비례해 정체되고 있습니다. 정부의 5차 친환경농업육성계획에 의하면 전체농산물 중 친환경농산물 비중을 2025년까지 10%로 확대할 계획이나, 지원금 등 인센티브가 적어 현재로서 목표 달성이 요원한 실정입니다.
새해에는 친환경 직불금 단가를 평균 40% 이상 인상하고 지자체들이 앞다퉈 농자재 반값공급 지원조례를 법제화함에 따라 농자재에 대한 지자체 지원이 활성화될 예정입니다. 또한 농약 PLS 대체 수요도 늘고 있고, 세계 바이오스티뮬런트 등 수출시장도 연 15% 정도로 성장하고 있어 수출도 기대해 볼 만합니다. 이에 따라 유기농업자재 보조지원 예산(2024:62억원)을 늘려 고효율 저비용 친환경 유기농업자재를 확대 보급하여 친환경자재 가격이 비싸고 효과가 미흡하다는 농업인 불만을 해소할 필요가 있습니다. 2025년에도 농산업의 어려운 한해가 예상되는 가운데 정부의 과감한 친환경농산업 육성책과 우리 업계의 도전을 기대해봅니다.
끝으로 민주주의 존폐의 기로에 선 대한민국은 1997년 IMF 국가부도 사태 때 금 모으기, 리만·실리콘밸리은행(SVB) 사태, 코로나19 등 주요 위기 때마다 국민저력을 발휘해 위기를 극복한 불굴의 민족입니다. 지나온 역사가 그러하듯이 결코 굴절되지 않고 오히려 전화위복의 기회를 맞이할 수 있을 것입니다. “이 또한 지나가리라(This too shall pas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