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분 눈앞에 된장상품을 포장한 포장지에 ‘순창’, ‘콩재래 된장’, ‘해표’와 같은 디자인과 단어가 제시되어 있다고 하자. 이 상품이 어떤 것인지를 상상해보라. 아마도 한국 순창에서 한국의 콩을 가지고 전통적인 방법에 의해 만든 된장일 것으로 생각할 것이다. 나의 가족 역시 그렇게 대답했으니까. 이 답은 틀렸다. 미국 콩을 가지고, 국내 모 대기업에 의해 생산, 판매되는 된장제품이다. 미국대두협회 한국사무소 홈페이지에 게시(2024.7.5. 오전 6시 21분)된 사진을 보면 사실을 확인할 수 있다.
우리나라 국민 대부분은 식량자급률이 낮다는 것을 알고 있다. 국제 농산물 시장이 출렁이면 늘 여러 언론에서 우리의 먹거리를 안정적으로 확보, 식량자급률을 높혀야 한다고 주장한다. 2022년도 식품수급표를 보면 한국 두류(pulses)의 국내 자급률은 8.9%이다. 콩(soybean)은 7.7%에 불과하다. 사실 국내 소비 밀(0.8%)과 옥수수(0.8%)를 국내에서 자급한다는 것은 현실적으로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콩 역시 완전한 자급달성은 어렵다.
미국대두협회는 지난 3월 서울에서 ‘2024 U.S. Food Bean Buyers Conference’를, 6월에는 ‘미국 대두 지속가능성 컨퍼런스’를 개최했다. 이어서 올해 선발된 소이오일 마스터(2018~), 소이푸드 마스터(2022~)들과 함께 ‘2024 소이데이’ 행사를 개최했다. 미국 대두위원회 홈페이지에는 “한국에서는, 한미 자유무역협정이 한국을 미국 대두유의 1위 시장으로 만드는 데 도움을 주었다. ··· 미국 대두는 비 GM 식품 콩에서 70%의 시장 점유율을 가지고 있다. 지속 가능성은 한국 고객에게 중요하며 한국으로 수출되는 미국 대두의 거의 100%가 SSAP 인증을 받았다.”고 홍보하고 있다.
주지하는 바와 같이 미국 대두산업의 성장과 수출을 위한 조직과 단체는 매우 견고하다. 미국 정부의 조직 가운데 하나인 미국대두위원회(USB)와 주단위 하위조직(QSSB)을 필두로 미국대두협회(ASA), 미국대두수출위원회(USSEC) 등이 활동하고 있다. 특히 수출에 관련하여 미국 대두 수출 위원회가 관련자와 단체, 조직들과 협력체제를 유지하면서 수출, 판매에 주력하고 있다. 미국대두 지속가능 보증 프로토콜(SSAP)을 개발하고, 제품에 사용할 수 있는 로고(SUSS)를 이용하여 점점 더 세계시장 장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최근 국산 논콩 생산확대에 노력하고 있는 한국정부와 농업인들에게는 우려되는 상황이 아닐 수 없다.
현시점에서 미국의 적극적인 한국시장 점유 활동에 대응한 우리의 전략이 무엇인가가 궁금해진다. 콩의 완전 자급은 어렵지만 그래도 우리 정부는 일정 수준의 자급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는 점은 명확하다. 쌀 생산조정제를 실천하는 대안으로써 논에 콩을 심자는 오랜 정책이 있었다. 동시에 정부는 콩에 대한 수매정책을 견고하게 유지해 오고 있다. 여기에 전략작물직불제를 도입하여 콩생산의 증대에 자극제가 되고 있다. 이제 쌀 생산감소와 논콩 재배 증진을 이뤄나가는 정책을 시작하고 있다. 이러한 긍정적 정책시행의 시점에 미국의 전방위적인 시장확대정책에 심상치 않은 기운을 느끼게 한다.
우리나라 정부는 식용 콩만의 자급률 목표치를 2027년 45.0%로 잡고 있다. 어차피 수요가 많은 가공용(대두유, 두부 등)을 자급할 수 없기 때문일 것이다. 한국내 연간 두류의 총공급량은 168만톤(2022)이며 이 가운데 식용 소비량은 연간 48만톤이다.
국내 생산량은 14만톤 정도이기 때문에 2027년 자급률 45.0%라고 해도 국내 생산량은 22만톤에 불과하며 전체 수요량의 13%불과하게 된다. 여기에 올해 정부 수매가격 인하 이야기가 있었다는 점, 정부는 2023년 TRQ 물량 배정물량을 식용 소비량의 절반(22.4만톤, 자급목표량보다 많음)으로 확대하였다는 점, 수입권공매제물량을 전체의 34.1%로 하였다는 점 등은 국내 대표적인 농업전문지의 적극적인 홍보성 기사와 함께 우려를 더하게 만든다.
왜냐하면 현실에서 대규모 시장장악의 힘과 언론이 협업하면 매우 강력한 힘이 되기 때문에. 그래서 국산 논콩 생산확대를 주장하는 한 사람으로써 걱정이 많아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