첨단 기술을 통해 인체의 특정 세포에 대한 약물의 제어된 방출이 가능해졌다. 과학자들은 세계 식량 수요를 충족하려면 농업에도 이와 동일한 기술이 적용돼야 할 것이라고 주장한다.
최근 네이처 나노테크놀로지(Nature Nanotechnology) 저널에 발표된 논문에 의하면, UC 리버사이드(UC Riverside)와 카네기멜론 대학교(Carnegie Mellon University)의 과학자들은 나노기술을 사용해 농업을 개선해야 할 필요성 등에 대해 강조했다.≪관련기사 2024.6.15.일자 ‘나노농약으로 지속가능한 농업 실현 꾀하다’ 참조≫
나노기술은 미세한 물질을 연구하고 설계하는 것을 총칭하는 용어이다. 1나노미터는 10억분의 1미터로, 사람 머리카락 굵기의 약 10만 배보다 더 작다. 나노기술을 사용하면 약물을 가장 필요로 하는 곳에 정확하게 전달할 수 있다. 하지만, 이런 나노기술은 아직 식물 과학에 대규모로 적용되지는 않고 있다.
UCR 부교수이자 논문 공동저자인 Juan Pablo Giraldo는 “2020년 수준에 비해 2050년에는 식량 생산량을 최대 60%까지 늘려야 할 것”이라고 예측한 뒤 “하지만 지금과 같은 비효율적인 농약 사용으로는 식량 생산량 목표치를 달성하기 힘들다”며 “현재 농작물에 살포하는 비료의 절반은 환경 속으로 유실되어 지하수를 오염시키고 있으며, 농약의 경우는 더욱 심각해 살포량의 5%만이 목표에 도달할 정도로 비효율적”이라고 지적했다.
현재 농업은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의 최대 28%를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는 극단적인 기상 현상부터 만연한 농작물 병해충과 급속히 악화되는 토양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다른 요인 외에도 새로운 농업 관행과 기술의 필요성이 강조되고 있다.
Giraldo는 이번 논문에서 “우리는 식물 세포와 세포소기관의 특정 단백질을 인식하는 당이나 펩타이드로 나노물질을 코팅하는 것에 기초한 표적 전달 기술을 개척하고 있다”며 “이를 통해 식물의 기존 분자 기계를 가져와 식물이 필요로 하는 곳, 예를 들어 식물 맥관 구조, 세포소기관 또는 식물 병원체 감염 부위로 원하는 화학 물질을 안내할 수 있다”고 말했다.
Giraldo는 “이처럼 나노기술을 농업에 접목하면 농작물의 병해충이나 토양의 높은 염분 함량과 같은 유해한 환경 요인에 대한 탄력성을 높일 수 있다”며 “특히, 이러한 유형의 전달은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할 수 있는 친환경적인 접근 방식”이라고 강조했다.
논문에서 논의된 또 다른 전략으로 인공 지능과 머신 러닝을 사용한 ‘디지털 트윈(어떤 사물을 컴퓨터 시스템상에 동일하게 표현해서 가상 모델을 만드는 것)’을 꼽았다. 현재 의학 연구자들은 ‘디지털 환자’를 이용해 약물이 인체와 상호 작용하고, 또 인체 내에서 이동하는 방식을 시뮬레이션하고 있다. 식물 연구자들도 동일한 작업을 수행해 영양소나 농약 등을 농작물의 가장 필요한 기관에 전달하는 나노 캐리어 분자의 설계가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Carnegie Mellon University의 공학 교수이자 논문의 공동저자인 Greg Lowry는 “나노를 통해 식물에 활성 물질을 정밀하게 전달하면 농업이 변화할 것”이라고 전제한 뒤 “그러나 그 이점을 모두 실현하려면 먼저 극복해야 할 중요한 기술적 과제가 있다”며 “식물 나노생명공학 접근법의 미래와 그것이 지속 가능한 농작물 생산 능력에 미칠 유익한 영향에 대해 낙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