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우리나라 농가수가 99만 9000가구로 사상 최초로 100만 가구 밑으로 떨어지고 농가인구 역시 208만 9000명으로 나타나 농가인구 200만 시대 붕괴가 초읽기에 돌입했다. 여기에 변화무쌍한 이상기후와 농가인구 고령화, 농촌 노동력 부족 등으로 본격 영농기를 맞은 일선 현장에서는 각종 영농자재의 올바른 사용 중요성이 어느 때보다 커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최근 한국작물보호협회(회장 염병진)가 특히 작물보호제(농약)의 올바른 사용을 강조하고 나서 눈길을 모으고 있다. 작물보호제 사용자는 물론 고품질 안전농산물 생산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적용대상 작물 및 병해충, 사용량, 안전사용기준(PHI) 준수 등 올바른 사용법 준수를 통한 ‘사용상의 안전성 확보’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한 의미로 읽히는 대목이다.
작물보호협회는 교육 홍보 동영상을 통해 작물보호제의 정의를 비롯해 기초적이면서도 가장 중요한 올바른 사용방법과 약제저항성 예방법, 끝으로 농산물 안전성 관리까지 세세한 자료를 공개 설명하고 철저한 사용법 준수를 당부했다.
설명 자료에 따르면, 농약관리법 제2조에서 정의한 작물보호제 개념부터 출발한다. 작물보호제란 농작물(수목·농림산물)을 해치는 균, 곤충, 응애, 선충, 바이러스, 잡초, 그 밖에 농림수산식품부령으로 정하는 동물(달팽이·조류 또는 야생동물)-식물(이끼류 또는 잡목)을 방제하는데 사용하는 살균제·살충제·제초제를 말한다. 또한 농작물의 생리기능을 증진하거나 억제하는 데에 사용하는 약제인 생장조정제와 그 밖에 농림수산식품부령으로 정하는 약제(유인제, 기피제, 전착제)를 말한다.
사용 용도에 따른 분류를 알아보면 살균제, 살충제, 살균·살충제, 제초제, 생장조정제, 전착제 등이다. 살균제(殺菌劑, Fungicide)는 식물에 병을 발생시키는 식물병원균의 발생을 예방하거나 치료함으로써 농작물을 보호하는 약제를 말하며 살충제(殺蟲劑, Insecticide)는 식물에 해를 주는 해충을 죽이거나 오지 못하게 하여 농작물을 보호하는 약제다. 살균·살충제(殺菌·殺蟲劑)는 살균제 성분과 살충제 성분을 혼합한 것으로서 농작물을 병균과 해충으로부터 동시에 보호하는 약제를 말하며 제초제(除草劑, Herbicide)는 농작물과 수목의 영양분을 빼앗아 정상적인 생장을 못하게 하는 잡초를 없애 주는 약제로서 선택성이 있는 것과 없는 약제로 구분할 수 있다.
또 생장조정제(生長調整劑, Plant Growth Regulator)는 농작물의 수확시기를 조절하거나 품질을 향상시키기 위하여 식물의 생리기능을 증진 또는 억제 시키는 작용을 하는 약제를 말한다. 마지막으로 전착제(展着劑, Surfactant)란 농약을 희석하여 살포할 때 살포액이 해충의 몸이나 농작물의 표면에 잘 묻도록 하여 약효를 높여 주는 보조제를 의미한다.
참고로 제형(劑形, formulation type)이란 유효성분에 적절한 보조제를 첨가, 실용상 적합한 제제 형태를 말한다. 이를 사용 형태별로 알아보면, 먼저 희석살포제(액제 상태로 사용)로는 유제, 액제, 수용제, 유탁제, 미탁제, 액상수화제, 수화제, 입상수화제, 입상수용제 등을 포함한다. 직접살포제(고체상태로 사용) 제형으로는 입제, 분제, 대(미)립제, 직접살포정제 등이 있으며 특수목적제로는 훈연제, 연무제, 훈증제, 도포제, 종자처리제 등을 말한다.
‘오용(誤用)’ 예방 위해 용도·용기별 색상 이해해야
기초적이지만 사용상 혼동하기 쉬운 포장 용기별 색상을 알아두는 것은 특히 오용을 막을 수 있다는 측면에서 가장 효율적인 지식이라고 할 수 있다. 의외로 알지 못하는 기초 상식이다.
먼저 살균제는 분홍색 바탕색에 분홍색 뚜껑, 살충제는 녹색 바탕색에 녹색 뚜껑, 제초제 중 선택성 제초제는 황색 바탕색에 황색 뚜껑으로, 비선택성 제초제는 적색 바탕색에 적색 뚜껑으로 장착돼 있다. 생장조정제는 청색 바탕색에 청색 뚜껑으로, 기타 약제는 백색 바탕색에 백색 뚜껑으로 각각 포장돼 있다. 사용 용도에 따른 올바른 약제 선택에 중요한 정보다.
작물보호협회는 이어 경엽처리와 토양(전면)처리, 토양(혼화)처리, 관주처리, 주원처리로 나뉘어 지는 주요 살포방법에 대해서도 상세히 설명했다.
경엽처리는 유(액)제나 (액상)수화제 등을 물에 희석하여 식물체의 잎과 줄기에 살포하는 가장 많이 사용하는 처리방법이다. 입·분제 등 물에 희석하지 않고 직접 토양표면에 처리하는 것은 토양(전면)처리라 하며 토양에 약제를 직접 처리 후 섞어주는 처리방법은 토양(혼화)처리인데 주로 두둑을 만들어 파종이나 정식하기 위해 사용하는 방법이다. 또 희석액을 토양에 스며들 정도로 약을 처리(1l/1㎡)하는 관주처리와 작물체 주변에 처리하는 주원처리 방법 등이 있다.
특히 혼용이나 교호 살포 시 혼동하기 쉬운 포장지의 약제 이름도 조목조목 예시를 들어 설명했다. 현재 포장지에는 모두 세 가지 이름으로 표기돼 있다. 생산회사에서 붙이는 고유 이름으로 같은 약제(품목)이라도 생산회사에 따라 이름이 다른 상표명(brand name)과 우리나라에서 작물보호제를 등록할 때 붙이는 명칭으로 유효성분과 함량, 제제형태가 같은 약제에 대하여 동일하게 부여하는 품목명(item name), 그리고 국제적 공통 이름으로 유효성분이 같은 약제는 한 개의 이름을 가지며 약제의 특성을 나타내는 대표적인 성분 이름인 일반명(유효성분명)으로 구분된다.
한편 약제의 유효성분이 농축되어 있는 물질인 원제는 이와는 구분된다. 이에 상표명은 다르지만 품목명이 같을 수가 있기 때문에 저항성 예방을 위해서는 약제 선택에 특별히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특히 작물보호제의 유통이나 판매는 상표명으로 이루어지므로 약제 선택을 잘 못 할 수 있다. 이름이 다른 2개의 약제를 혼용할 때 상표는 다르지만 일반명이 같을 경우는 고농도 살포의 원인이 되기 때문이다. 교호 살포시 반드시 주의해야 하는 포인트다. 또한 잔류허용기준(MRL)은 일반명으로만 표기하고 있어 간혹 농업인이 허용기준을 초과한 농산물을 생산한다 해도 그 원인을 쉽게 파악하지 못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고농도 소량살포, 약효↓약해↑부적합농산물 원인
살포약량 및 살포물량 역시 생각보다 약효는 물론 약해, 안전농산물 생산을 위해 매우 중요한 관점이다. 작물보호제는 적정 사용약량 및 살포량을 지켜 골고루 살포해야 확실한 방제 효과를 나타낸다. 고농도 살포나 과량살포에 대한 욕구나 효과에 대한 기대는 살포자의 단순 심리적 요인일 뿐 실제 효과는 크지 않다고 보면 된다. 오히려 고농도, 소량살포는 농작물과 병해충에 약액을 골고루 적시기 어렵기 때문에 약효는 떨어지고 약해 및 부적합 농산물의 원인이 된다. 반드시 포장지에 표기된 사용법을 지켜 살포해야 소기의 방제효과를 얻을 수 있다.
약제 살포시 살포액 조제방법도 일선 현장의 인식보다는 중요하다. 살포액 조제시 물은 가급적 불순물이 없는 깨끗한 물을 사용하는 것이 좋다. 또한 강한 산성이나 알카리성은 약제의 화학성에 변화를 일으켜서 약효에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에 피하는 것이 좋다. 특히 탁한 하천수 이용은 역병 발생의 원인이 될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하며 약제에 의한 물리성이 나빠지는 수온이 낮은 물도 피하는 것이 좋다.
혼용 순서는 액제→수용제→수화제→액상수화제→유제 순이면 좋다. 하지만 이 같은 혼용 순서를 지키는 것이 효율적이라는 의미이기 때문에 설령 혼용 순서가 조금 바뀌었다고 해서 특별히 문제가 되는 것은 아니다.
약제저항성 문제 역시 간과할 수 없는 중요한 이슈다. 약제저항성이란 특정 생물체가 생명에 치명적인 영향을 받을 수 있는 약량에도 견딜 수 있는 능력이 발달되는 현상으로 이 약제저항성은 후대형질로 유전된다. 즉, 같은 약제를 동일한 개체군에 계속 사용하게 되면 약제에 대한 저항성이 강한 개체만 생존하고 번식하게 되어 방제효과가 좋았던 기존 약제의 약량으로는 방제가 불가능하게 되는 것이다.
이에 저항성 예방을 위한 올바른 약제 사용이 중요하다. 예를 들어, 두 종류의 살충제의 경우, 두 종류를 계속 한 번씩 번갈아 사용하면 된다고 생각하지만 실질적으로는 세대수가 길거나 세대수가 겹치는 경우에는 오히려 저항성이 유발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따라서 세대 간에는 완전히 다른 계열로 약제를 번갈아 사용하는 것이 저항성을 없애고 효과를 좋게 하는 사용방법이다.
안전사용기준 준수, 잔류허용기준 안심 확보
다음으로는 일반 소비자들이 다소 이해하기 쉽지 않은 잔류허용기준(MRL) 설정과정에 대한 설명도 덧붙였다. MRL은 기본적으로 식품에 잔류된 작물보호제를 평생 동안 매일 먹어도 국민 건강에 이상이 없는 수준으로 설정하는 것이 원칙이다. 국내·외 식품에 따라 방침이 다른데, 국내 식품의 경우는 농약관리법에 따라 사용 등록된 약제에 대해 설정하게 된다. 반면 수입식품의 경우는 외국에서 등록되어 사용되고 있는 농약 중 관련 안전성 자료를 제출하고 위해평가시 문제가 없는 약제에 대해 기준을 설정하게 된다.
우리나라에서 작물보호제를 등록할 때는 등록회사에서 잔류시험을 해서 농작물에 어느 정도 잔류되면 그 수준에서 사람이 먹었을 때 전혀 영향이 없는 수준으로 잔류허용기준을 설정하게 되는데 이때 기준이 되는 원칙이 바로 안전사용기준(PHI)이다.
앞서 설명한 바와 같이 모든 농산물에는 MRL이 설정되어 있는데 이 MRL을 초과하지 않기 위해서는 사용자인 농업인이 어떻게 작물보호제를 사용해야만 하는지를 정해 놓은 것이 바로 안전사용기준인 것이다. 즉 PHI란 식품 중에 있는 잔류허용기준에 대응하여 농작물의 잔류량이 잔류허용기준을 넘지 않도록 그 사용시기 및 사용횟수를 정해 놓은 것이다. 따라서 모든 작물보호제 포장지에 표기되어 있는 이 안전사용기준(수확 ○○일전까지 사용, ○회 이내)만 지켜 사용한다면 잔류허용기준 초과로 불이익을 받는 일은 없다고 해도 될 것이다.
농약허용물질목록 관리제도(PLS) 중요성에 대해서도 강조했다. PLS란 국내 또는 수입식품에 사용되는 농약성분에 대해 잔류허용기준(MRL)이 설정된 농약 이외에는 일률기준(0.01㎎/㎏)을 적용하는 제도로 지난 2019년부터 시행돼 온 잔류허용기준 강화 제도다. 즉, 작물별로 등록된 약제에 한해서 잔류허용기준이 설정되기 때문에 사용하는 약제에 따라 사용기준이 다르다는 것이다. 똑같은 해충도 작물이 다르면 사용기준이 다를 수 있다.
따라서 배에 등록된 약제는 배에만 사용하고 사과에 등록된 약제는 사과에만 사용해야 한다. 다시 말해 사과에만 등록된 농약은 배에 사용하면 안된다.
조성필 한국작물보호협회 전무는 동 교육을 통해 “안전농산물 생산을 위해 작물보호제를 사용하실 때에는 반드시 농약 포장지에 표기된 적용대상 작물 및 병해충을 확인한 후 사용법대로 사용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하고 “그럴 때만이 부적합 농산물 생산과 오·남용으로 인해 불이익을 받는 일이 없을 것이며, 또한 작물보호제에 대한 부정적 인식을 불식시킴은 물론 진정한 농업인의 노력을 인정받게 될 것”이라고 철저한 올바른 사용을 당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