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랫동안 농기자재가 농업에서 중요한 기초라는 것을 이야기해왔다. 우이독경(牛耳讀經)이랄까. 비근한 일로 정책개발과정에서 친환경농업의 안정적 정착과 확대를 위해서는 국가적 차원의 관련자재의 개발과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하였다. 하지만 중앙 정책 책임자들의 낮은 관심으로 열성적이었던 기초 자치단체 담당자들의 실망이 여간 크지 않았었다. 지금이라도 중앙정부의 정책 담당자들의 자세가 적극적으로 변화하길 바란다.
농업인들이 바라는 다양한 정책, 어느 하나 중요하지 않은 것이 없다. 그 가운데 작년부터 일부 지역에서 대농업인 필수 농기자재 지원과 보호에 관련된 조례를 만들고 있다니 반가울 밖에. 물론 여기에 대한 중앙정부 차원의 특별한 정책적 논의는 미미하다. 다행스럽고 반가웠던 점은 일선 현장의 기초자치단체에서 농업생산 분야의 중대한 문제가 농기자재에서 출발하고 있다는 것을 강하게 인식하고 있다는 것이다.
정부가 추진하는 스마트농업이든 친환경농업이든, 일반화된 첨단농업이든 그 어떠한 농업도 농업소득의 증대와 무관할 경우 농업인 입장에서는 무의미하다. 농업으로부터의 소득은 간단한 계산으로 산출될 수 있다. 경영면적, 단위 면적당 생산성과 생산비, 그리고 생산된 농산물의 판매가격 등이 계산에 관여되는 변수들이다. 이 가운데 농자재와 관련되는 것은 생산성 증대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끼치는 고품질의 제품공급, 그리고 생산비용에 관계된 저렴한 농기자재의 가격이다.
21세기 접어들어서 농업소득과 관련된 중요한 지표들이 우호적이지 않다. 다년간 관련된 변수와 그들 수치의 변화를 보면서 내린 결론이다. 갑자기 절대적인 농지면적이나 농가의 경영규모를 확대하는 것은 실질적으로 어렵다. 농산물의 판매가격에 대응한 정부 정책도 구태의연하다. 농산물 가격이 고가일 때 여기에 대응한 것은 수입 확대, 저장 농산물의 방출이다. 농산물 가격이 폭락하면 특별한 것은 없다. 간간이 소비자들에 대한 사주기 홍보 강화 정도이다.
결국 농업인을 위해 농업소득을 증대시키려면 당연히 농기자재에 눈을 돌려야 한다. 보다 저렴하고 품질이 좋은 농기자재를 농업인들이 사용할 수 있도록 정책을 개발하고 시행해야 한다. 아직은 농산물 생산비의 절감과 생산성 향상을 통해 농업소득을 늘릴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가구당 농업소득 1000만원을 조금이라도 늘리는데 필요한 생산비 절감은 농기자재의 비용절감으로도 가능하다.
농기자재 구입비용을 지원하는 제도가 중앙이 아닌 지방정부에 의해 만들어졌다. 가장 먼저 제정된 「공주시 필수농자재 지원 조례」의 내용을 보면, 단순하지만 핵심을 담고 있다. 이 조례에서 제시한 목적도 매우 현실적이면서 본질을 꿰뚫고 있다. “필수농자재 가격 폭등으로 농업생산 위기에 직면한 농업인에게 생산단계에서 필수농자재 구입비용을 지원함으로써 기후위기 시대에 농업의 다원적 기능과 공익적 가치를 실현하는 농업인의 생산활동을 보장하며 농가 소득향상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한다”고 되어 있다.
광역자치단체 가운데 유일하게 선제적으로 전라북도특별자치도에서 2023년 연말에 「전라북도 필수농자재 지원 조례」를 제정하였다. 공주시에서 제정한 것보다는 구체적 면에서 미흡하지만, 아무래도 상위 행정조직에서 마련하다보니 그러한 것으로 이해는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적어도 예산의 마련과 집행의 근거가 마련되었으니 차차 정책으로 구체화 되어 시행된다면 농업인들에게 많은 도움을 줄 것이다. 하위 기초자치단체(시·군)에서 이를 받아 조례나 규정 등을 만들어 실질적인 사업시행이 이뤄지기를 기대한다.
지방에서 시작했다하여 농기자재 가격지원, 즉 이를 통한 농업생산비 절감과 농업소득 증대가 일정한 지역만의 문제가 아님을 알아야 한다. 공주시 조례에서 말하고 있듯이 국가 차원의 공익성과 전체 개별 농가들의 소득문제가 동시에 잠재하고 있기 때문이다. “농업의 다원적 기능과 공익적 가치를 실현하는 농업인의 생산활동을 보장”한다는 공주시 조례의 정책 판단 기준은 오히려 국가차원에서 합당하다. 따라서 농기자재 가격지원정책은 중앙정부에서 담당해야 한다. 부디 이제부터라도 중앙정부 정책당국자들의 적극적인 협력적 궁리를 희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