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EU)이 현재의 농약 사용량을 2030년까지 절반으로 줄이려던 계획을 철회했다.
우르줄라 폰 데어 라이엔(Ursula von der Leyen) 유럽연합 집행위원장은 지난 6일 EU 전역에서 화학농약의 사용량을 줄이기 위해 발의했던 논쟁적 법안을 철회한다고 발표했다.
주요 외신을 종합하면, EU 집행위원회는 현재의 화학농약 사용량을 오는 2030년까지 50% 감축하겠다는 목표로 이른바 ‘지속 가능한 농약 사용 규정(SUR)’을 2022년 6월에 처음 발의했다. 또한, 도시 녹지 및 자연보호 구역과 같은 민감한 지역에서 화학농약의 사용을 전면 금지하고 위험도가 낮은 대체품의 사용을 장려하는 방안을 구상했다. 그러나 SUR은 그동안 ‘양극화의 상징’으로 불리며 EU 농민단체의 거센 반발을 야기시켰다.
Ursula von der Leyen 집행위원장은 이와 관련해 “EU 위원회는 화학농약의 위험을 줄이기 위한 가치 있는 목표로 SUR을 제안했다”고 설명한 뒤 “하지만 SUR 제안은 ‘양극화의 상징’이 되었고, 유럽의회에서 부결됐을 뿐만 아니라 이사회에서도 더 이상 진전이 없는 만큼 철회할 것을 제안한다”고 밝혔다.
Von der Leyen의 이러한 결정은 유럽 그린 딜(Green Deal)에 대한 우파의 반발이 거세지고, 환경 규제로 인한 부담에 불만을 품은 분노한 농민들의 시위가 확산되고 있기 때문으로 풀이되고 있다.
특히 EU 농민단체들은 이달 초 EU 지도자들의 고위급 정상회의가 열린 브뤼셀에서 격렬한 반대 운동을 펼쳤다. Von der Leyen은 이날 벨기에 및 네덜란드 총리와 함께 정상회의가 끝난 직후 농업 부문 대표들과 즉석에서 회의를 가졌다.
이에 앞서 Von der Leyen 집행위원장은 EU 고위급 정상회의 연설에서 “기후 변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등 경제적 위기에 직면한 농민들에 대해 귀를 기울일 필요가 있다”고 전제한 뒤 “그러나 온실가스 배출량의 10% 이상을 차지하고 EU 예산을 통해 많은 보조금을 받는 농업 부문이 ‘보다 지속 가능한 생산 모델’로 전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Von der Leyen은 이어 “우리 농민들이 땅에서 먹고 살 수 있어야만 미래에 투자할 수 있다. 그리고 우리가 함께 기후 및 환경 목표를 달성해야만 농민들이 계속 생계를 유지할 수 있다”며 “우리 농민들도 이 사실을 잘 알고 있는 만큼, 우리는 그들을 더 신뢰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U 집행위원회의 이번 법안 철회는 즉각적인 조치는 아니며, 앞으로 몇 주 안에 마무리될 것으로 예상되는 위원회의 비준을 거쳐야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브뤼셀의 대표적인 농민단체인 코파-코게카(COPA-COGECA)는 “‘팜 2 포크(Farm 2 Fork)’ 논리에서 비롯된 하향식 제안인 SUR은 제대로 설계되지 않았고, 또한 제대로 평가되지 않았으며, 재정도 부족했고, 농민들에게 대안을 거의 제공하지 않았다”며 ‘농약 법안’의 폐기를 환영하며 현실적인 해결책 마련을 촉구했다.
앞서 환경 규제의 ‘일시 중단’을 요구했던 알렉산더 드 크루(Alexander De Croo) 벨기에 총리도 정책 철회를 환영했다. De Croo는 소셜 미디어를 통해 “그린 딜을 완수하기 위한 결단의 일환으로 농민들을 지속 가능한 농업의 미래에 동참시키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