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머릿속에서 맴도는 “우리 농업은 지속적으로 성장할 수 있을까”라는 주제를 묵상해본다. 간단하게 과거와 미래를 비교한다. 1960~80년대를 통해 농촌의 촌부들은 지금 정도의 땅덩어리를 가지고 농사를 지었다. 농사기구라야 소를 이용한 쟁기질, 써래질, 괭이와 호미 등이 전부였다. 경운기가 매우 중요한 농기계였던 시절이었다. 그래도 대가족이 먹고 살았고, 5명 안팎의 자식들을 훌륭하게 교육시켰었다.
지금은 과거에 비해 농사일이 매우 편리해졌다. 각종 대규격, 고품질의 농기계에 화학비료와 농약을 충분히 사용하고 있다. 소득도 높아졌다고 한다. 하지만 그 활기찼던 농촌은 사라졌다. 빈집이 수두룩하다. 많은 사람들을 부양했던 농사로부터의 소득(2022년 950만원)은 이제 두 늙은 농부의 생활비에도 부족하다. 속내를 보면 농업이 발전했는지, 성장했는지 알기가 어렵다. 당장 농촌지역 소멸 이야기가 아주 일반화될 정도이니 농업이 발전했다고, 성장했다고 할 수 없다.
2013년 이후 농업생산액의 변화를 통해 우리농업의 성장추세를 살펴보았다. 결론은 10년 이상 성장의 정체가 확실하다. 3년 이동평균치(2015년 불변가격)를 사용한 농업총생산액은 2009년 약 50조원에 이른 이후 그 수준을 유지하는 정도에 머물고 있다. 총부가가치 역시 2007년 약 27조원 정도에서 약간의 변동을 할 뿐이다. 두 지표 모두에서 성장추세를 찾기 어렵다.
농업의 발전을 농업소득의 증가로 확인해 보자. 십수년 동안 농업소득은 1200만원 이하에서 변동만 하고 있을 뿐이다. 2020년 농업소득은 전년에 비해 약간 오른 1168만원 수준이다. 자본화가 진행되어 자본집약도(천원/10a)가 2005년 즈음 약 3650에서 2020년 약 5900으로 빠르게 증가하였다. 하지만 자본생산성(천원/10a)은 0.45에서 0.25로 오히려 하락하였다. 노동집약도(시간/10a)는 여전히 그때나 지금이나 90시간 내외에 머물고 있다.
미래 우리 농업의 대세는 스마트농업으로 보인다. 물론 친환경 유기농업도 중요한 정책대상이다. 하지만 최근의 정황으로 볼 때 자본집약적 스마트농업이 더욱더 강조될 것이다. 지금과는 수준과 정도가 다른 자본투입을 요구한다. 그런데 그동안의 상황을 보면 농업의 성장과 발전에서 농업자본의 과도한 투입이 있었던 것은 아닌지 우려된다. 농가 호당 고정자산규모를 보면 2000년대 초반 1억3000만원 정도에서 최근 4억8000만원으로, 다른 어떤 지표보다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그럼에도 더욱더 자본화를 추진하겠다는 것이다.
사실 농업발전론자들은 지속적인 농업의 성장과 발전을 지지한다. 앞으로도 농업이 계속 성장할 것인지, 일정하게 유지될 것인지, 아니면 하강하게 될 것인지, 사실 예단하기 매우 어렵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분명한 것은, 결코 20세기까지의 성장은 재현될 수 없을 것이라는 점이다. 아니 조심스럽게 성장의 정체는 이미 시작되었다고 통계자료들은 어렵지 않게 말해 주고 있다.
“농사를 지어서는 잘 살 수 없다는 말입니까?”에 대해 지역 TV의 방송주제 “고비용 저소득에 후계자 사라진다…농업 지속가능성 ‘빨간불’”(CJB, 2023.6.5.)을 떠올린다. 일부 부모로부터 유산을 이어받은 부류, 중간 유통과 가공업자 이외에 얼마나 많은 농업인들이 잘 살 수 있겠는가. 이에 대한 대답은 농촌의 소멸, 노령화 심화, 농업인 후계자와 청년 취업농 확보난 등을 생각해 보면 나온다.
이미 정체된 미래 농업에서 농업인들이 원하는 바를 이루기 위한 정부의 전환적, 혁신적 정책이 필요한 시대에 있다. 문제의 근저에 있는 원인을 찾아서 해결해야 미래 농업과 ‘농사꾼’에게도 희망이 생길 것이다. 자본투입만을 증대한다고 농업인들의 부가가치가 증가하지 않는다. 그렇다고 농업노동량이 줄어드는 것도 아님은 과거 경험에서 보았다. 오히려 자본에 대한 분배 몫만 많아지고 농업인들의 소득은 줄어들 수 있다. 그래서 개선이 아닌 개혁의 방안 강구를 참선해야 할 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