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 탄소중립과 환경친화적 농업을 이루기 위해서는 생산에서 소비까지의 전략이 있어야 한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생산 자체에 대한 전략, 즉 어떻게 생산할 것인가에 대한 해답을 내놓지 않고 있다. 친환경유기농업자재를 생산, 공급하는 관련 산업에 대한, 유기농업자재의 시장에 대한 기초적인 정보도 없다. 국가 차원의 친환경유기농업 확산이 정책의 최고 지향 목표라면 적어도 중앙정부 차원에서 필요한 친환경 유기농업자재를 어떻게 생산하고 공급할지에 대한 전략은 마련해 줘야 한다.
미래 친환경유기농업, 기후변화 대응 기후스마트 농업, 더 구체적으로 탄소중립 농업을 확장하기 위해서는 가장 먼저 생산이 가능하도록 하는 필요한 자재를 개발, 생산, 공급할 수 있어야 한다. 하지만 지금 유기농업자재에 대한 목록 공시, 토양개량제와 유기질 비료지원정책 이외에 이렇다고 말할 유기농업자재 개발과 생산에 대한 정책이 없다. 친환경유기농업자재를 생산하는 산업과 이들에 대한 육성, 산업적 차원의 관리가 없다.
기후스마트 농업(Climate Smart Agriculture)은 기후변화에 대응한 미래 농업의 모습이다. 적어도 인류를 먹여 살리는 농산물 생산량의 훼손이 없이, 아울러 농업인들의 소득 감퇴가 없이 이뤄내야 하는 농업이다. FAO와 World Bank가 발표한 기후스마트 농업의 세 가지 주요 목표는 첫째, 지속 가능한 농업 생산성 및 소득의 증대, 둘째 기후변화에 대한 적응 및 복원력 구축, 셋째 지구온실가스 배출 감소 또는 제거이다.
EU 집행위원회에서는 이미 기후변화와 환경에 관련된 일련의 정책지침, 즉 그린 딜(Green Deal)을 발표했다. 제시된 핵심 목표는 2050년에 유럽을 기후중립(climate neutral)으로 만들겠다는 것이다. 탄소중립을 위한 분야 7개 분야 가운데 농업에 관련된 주요 분야는 “농장에서 섭취까지(Farm to Fork)”이다.
식량의 지속 가능한 생산과 소비 전 과정에 대한 기후 친화적, 효율적 전략이 중시된 농장에서 섭취까지의 전략 목표는 구체적이다. 2030년까지 EU 농업의 25%를 유기농으로, 살충제 사용량을 50% 감소함과 동시에 비료 사용량을 20% 감소한다는 것이다. 기존의 화학제품인 비료와 농약 사용량을 혁신적으로 줄이면서 유기농업을 확산하자는 목표이다.
범지구적인 탄소중립사회로의 대전환에 발맞추어 우리도 ‘2050 탄소중립 시나리오안’(2021.10)과 이를 기초로 한 농림축산식품부의 ‘2050년 농식품 탄소중립 추진전략’이 지난해 12월에 발표되었다. EU의 흐름과 같이 2019년 전체 경지면적의 5.2%인 친환경농업 실천 면적을 2030년 12%, 약 2배로 확대하고 2050년까지는 30%까지 늘린다는 것이다. 화학비료와 농약 사용량도 줄이면서 정밀농업을 60%까지 확대한다는 목표를 제시하였다.
환경과 깊게 유관한 농림축산식품부의 ‘제5차 친환경농업 육성 5개년계획’(2021.9)도 발표되었다. ‘환경과 미래세대를 위한 지속 가능한 농업확산’을 비전으로 3대 목표가 제시되고 있다. 3대 목표의 2개가 생산부분, 특히 투입재에 관련된 것인데, 친환경과 탄소중립농업의 중요 과제인 화학비료와 농약을 감축하면서 친환경농업의 규모를 확대하자는 것이다. ‘2050년 농식품 탄소중립 추진전략’과 유사한 보조를 취하고 있는데, 두 전략 모두 환경문제와 깊숙이 관련되어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서 중요한 것은 미래 탄소중립과 환경친화적 농업을 이루기 위해서는 생산에서 소비까지의 전략이 있어야 한다는 점이다. 그런데 가장 중요한 생산 자체에 대한 전략, 즉 어떻게 생산할 것인가에 대한 해답을 내놓지 않고 있다. 친환경유기농업자재를 생산, 공급하는 관련 산업에 대한, 유기농업자재의 시장에 대한 기초적인 정보도 없다. 조만간 2배 이상 친환경농업의 확장에 따른 폭발적인 해당 자재 수요가 증대할 텐데 관련 유기농업자재와 생산업체, 생산품의 품질과 가격 등에 대한 실태조사조차 이뤄지고 있지 않다.
현장에서 농업인들의 유기농업자재에 대한 만족도는 54점에 불과하다. 가격이 비싸고 공급도 원활하지 않다는 불만이 많다. 민간에서 추정한 유기농업자재 시장의 규모는 연간 약 6900억원이다. 품목수가 무려 1200개를 넘고 있고 관련 기업의 700개를 상회한다. 소규모 다수에 의한 다품목생산이 특징이다. 농업인들의 합리적인 선택이 가능할지 염려된다.
급기야 일부 지역 자체단체에서 직접 친환경유기농업을 확대하기 위해 필요한 주요 유기농업자재의 생산과 공급을 염려하고 있다. 중앙정부에서의 고민과 정책이 부재하기 때문이다. 국가 차원의 친환경유기농업 확산이 정책의 최고 지향 목표라면 적어도 중앙정부 차원에서 필요한 친환경 유기농업자재를 어떻게 생산하고 공급할지에 대한 전략은 마련해 줘야 한다. 그렇지 않을 경우, 피할 수 없는 정부의 탄소중립의 정책과 목표가 자칫 공염불이 될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