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50 농업분야 탄소중립 실현이 올해 농업계의 주요화두로 자리잡았다. 본지는 농식품 분야 탄소중립 실행 원년인 2022년 테마기획 ‘탄소중립 농업의 기회’를 통해 정부의 농식품 탄소중립 추진 내용과 지각변동이 예상되는 농산업의 위기와 도전을 전망한다. <편집자 주>
2050 탄소중립 이슈가 전 세계를 뜨겁게 달구고 있다. 2020년 이후 EU·중·일 등이 탄소중립을 선언했고 미국도 조 바이든 대통령 취임 이후 이에 동참했다.
세계기후정상회의(2021.4)를 계기로 미·영·일 등이 2050 탄소중립 목표에 맞춰 대폭 상향된 2030 NDC(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발표하면서 국제적인 온실가스 감축 논의는 한층 가속화되고 있다. 우리나라도 2020년 10월 2050 탄소중립 선언 이후부터 장기전략 마련을 추진해 왔으며, 지난해 10월 ‘2050 국가 탄소중립 시나리오’ 및 ‘2030 NDC 상향안’을 확정, 발표했다.
정부는 ‘2050 탄소중립’을 달성하기 위해 ‘2030 NDC(국가온실가스 감축목표)’에서 온실가스 총배출량을 2018년 대비 40% 감축하고, 2050년에는 국내 순배출량을 영(0)으로 하는 목표(넷 제로, Net-zero)를 확정해 공표했다.
이에 따르면 2030년 우리나라 온실가스 감축목표는 2018년(7억2760만톤) 대비 40% 줄이는 4억3660만톤으로 상향됐다. 농축수산 부문의 온실가스 감축목표는 2030년에 2018년 대비 27.1% 감축한 1800만톤, 2050년에는 37.7% 감축한 1540만톤이 배출목표가 됐다.
농축수산 부문 온실가스 배출량은 국가 전체 배출량의 2.9% 수준이며, 다른 산업분야에 비해 감축 비율이 높지 않지만 농축산물 생산과정에서 불가피하게 배출되므로 감축이 쉽지 않다는 어려움이 존재한다.
우리나라 메탄 배출량도 29.7% 감축하는 1970만톤 목표를 2030 NDC 상향안에 반영했으며 농축수산에서도 20.6%(250만톤)를 감축해 970만톤까지 낮춰야 한다.
그동안 관련 논의는 폭넓게 이뤄져 왔지만 올해는 탄소중립을 위한 구체적인 노력을 실행에 옮기는 원년으로 인식되고 있다. 이에 농림축산식품부에서는 지난해 12월 27일 ‘2050 농식품 탄소중립 추진전략’을 통해 농식품 분야 탄소중립의 구체적 이행방안과 실행 로드맵을 제시했다.
이번에 발표된 ‘2050 농식품 탄소중립 추진전략’은 저탄소 구조전환, 온실가스 감축, 에너지 전환 등을 주 내용으로 하고 있다. 정밀농업, 환경친화적 농업의 확산 등을 통해 저탄소 농업구조로 전환하면서, 벼 재배 및 가축사육 등 생산과정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를 최대한 감축하는 한편, 유통·소비 분야에서도 최대한 줄여 나간다는 계획이다.
또한 농업·농촌 분야 에너지를 재생에너지로 전환해 화석연료 사용을 줄이고 재생에너지 공급도 확대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이번 탄소중립 추진전략에 대해 김종훈 농식품부 차관은 “탄소중립 목표 달성과 기후변화 완화의 시급성을 고려해 최대한의 목표치를 설정했으며, 이번 추진전략을 충실히 이행해 우리 농업을 한 단계 발전시키는 기회로 만들겠다”고 말했다.
비료·농약·수자원을 절약하는 농업 확산
농식품부는 이번 ‘2050 농식품 탄소중립 추진전략’에서 농업분야 온실가스 감축 기반 마련을 위해 저탄소 농업구조로의 전환이 실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저탄소 농업구조’의 반대 개념은 ‘고투입·집약적 농업구조’이다.
2050 농식품 탄소중립 비전, 목표 및 중점추진과제
이상기상 등 기후변화의 영향 증대는 토양, 수자원 등 농업자원과 고투입 농법간 악순환을 유발하는 원인으로 작용해 왔다. 온실가스 감축의 실효성을 높이고 기후위기에 대응하는 지속가능한 농업을 위해 저탄소 농업구조로의 전환이 필수적인 이유다. 기존 고투입 관행농업을 저투입 저탄소 구조로 전환하기 위한 핵심요소는 ‘D.N.A(Data, Network, AI) 기반 정밀농업의 확산’으로 규정하고 있다. 네덜란드 등 농업선진국에서는 정밀농업이 농업의 지속가능성 향상을 위한 대안으로 활용되고 있다. 네덜란드는 정밀농업의 추진 결과 생산성 30% 증가, 비료 26% 절감, 물 18% 절수 효과를 거뒀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농식품부는 넷 제로를 달성해야 하는 2050년까지 정밀농업 기술을 농가의 60%까지 공급한다는 계획이다. 이와 같은 정밀농업의 확산을 위해 단기적으로는 작물별 정밀농업 모델개발 등 추진역량을 확충하고, 중장기적으로 정밀농업의 보급을 가속화 한다는 것이다.
토양·물·양분 관리 등 정밀농업 기술 및 모델개발이 관건이다. 품목별 우수농가 데이터 수집, AI 모델을 활용한 작물별 생육상황 적용·분석 등을 통해 30개 품목(2025년)의 빅데이터를 확보해 생육모델 개발에 나선다. 빅데이터에 기반한 정밀농업 기술은 현장 실증을 거친 후 시설 및 노지작물의 주산지를 중심으로 확산해 나갈 계획이다.
온실·축사 부문 스마트팜의 현장 실증·고도화 및 AI 활용 등을 통한 차세대 스마트팜 융합·원천기술 개발도 지원하고 있다. 2024년부터 지능형 농기계·로봇 개발, 글로벌 기술표준 확보를 위한 R&D 사업을 추진해 데이터·기술 중심 영농 전환을 전개한다.
또한 올해까지 조성되는 스마트팜 혁신밸리를 활용해 스마트 농업 표준 모델을 개발·실증하겠다고 밝혔다. 콩·사과 주산지에는 데이터 기반 스마트 농업단지를 조성해 2025년까지 시비·방제·급수 등 분야별 솔루션을 개발한다. ICT 관수·관비 장비, 드론·로봇·무인트랙터 등 스마트농기계, 유통시설 스마트화 등도 수반된다.
농업환경보전프로그램…환경친화적 농업 추진
‘환경친화적 농업 확산’도 저탄소 농업구조 전환을 위한 전략으로 내세우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의 친환경농업 재배면적은 8만2000ha로 전체 경지면적의 5.2%에 불과해 선진국 대비 낮은 수준이다. 농가의 관행적 시비로 단위면적당 화학비료 사용량도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기존 관행농업을 넘어 환경친화적인 농업으로 전환함으로써 온실가스를 감축하고 지속가능성을 제고해야 한다는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농식품부는 친환경농업 면적을 2030년 전체 경지면적 대비 12% 달성을 거쳐 2050년까지 30%로 확대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EU와 일본은 유기농업을 늘리고 있다. EU는 유기농업 면적을 2030년 전체 경지면적 대비 25%까지 확대하고, 일본은 2050년 25%를 목표로 세워 추진하고 있다.
우리는 현재 238개소인 친환경농업지구 중 집적화 가능성이 높은 지구를 집적지구로 지정하고 단계적 지원을 통해 규모화를 유도한다는 전략이다.
특히 올해부터 ‘친환경 집적지구’ 중심으로 친환경농업이 확산될 수 있도록 집적지구 개념, 지정기준, 인센티브 등의 법제화를 검토하게 된다. 집적지구 내 농업인의 경우 과정 중심 인증가능성 등 친환경 인증기준 개선도 검토될 것으로 알려져 관심이 집중된다. 마을단위 환경관리를 위한 농업환경보전프로그램을 확대해(2050년, 400개소) 마을단위의 농업환경 보전활동을 강화하면서 환경친화적 농업을 확산한다. 학교급식·로컬매장·대형유통업체·온라인마켓 등을 통해 친환경농업의 시장을 확대하는 한편, 2025년까지 친환경농업 체험이 가능한 유기농복합서비스단지 10개소를 조성한다.
지역 푸드플랜과 연계해 학교·군·공공기관 등 급식 소비를 확대하고, 집적지구를 중심으로 대형유통업체 취급 및 온라인 판매를 지원한다. 친환경 가치 제고를 통한 소비 확대가 중요한 만큼 식생활교육, 가족단위 체험을 위한 유기농복합서비스단지 조성을 통해 친환경농업의 ‘환경’ 가치를 집중 홍보한다. 친환경농업 활성화를 위한 직불제 개편도 추진될 전망이다. 환경보전, 공익직불제 준수사항과 연계해 환경친화, 유기농업을 장려하는 방향으로 직불제를 개편토록 하는 것이다. 유기축산물 인증 품목 추가(사슴, 녹용 등) 필요성을 검토하고 온라인 플랫폼 지원 등을 통해 유기축산도 활성화 한다.
환경친화적 농업 확산 장단기 로드맵
토양정보 DB화…탄소저장능력 향상
‘토양관리 강화 및 저장능력 향상’도 주요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우리나라 토양은 강우로 인한 양분 용탈과 산성화가 우려되고 질소수지도 높은 상태다. 토양양분 관련 정보를 DB화 하여 농업환경 및 토양양분에 대한 체계적이고 과학적인 관리가 필요하다.
이에 농식품부는 토양·용수 등 농업자원의 체계적 관리를 통해 온실가스 배출원 감축을 위한 기 반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농가·토양의 양분수지 자료 등을 바탕으로 국내 적용 가능한 양분수지 산정방법을 개발해 지자체에 보급한다. 흙토람을 중심으로 토양의 N, P, K 수치 등 토양양분 관련 정보 DB화를 추진한다.
또한 토양 양분 관리 및 비료·농약 적정 사용 환경을 구축한다. 지역별 농경지의 살포 용량을 감안해 비료 성분(질소·인 등)의 투입을 관리한다.
환경부 협업으로 가축분뇨 퇴액비 이용에 대한 지역단위 관리를 강화하고 퇴액비 살포지가 부족한 지역에 대한 비농업계의 이용확대 방안을 마련한다. 2025년까지 농약안전정보 시스템을 고도화하여 지역별·작목별 농약 사용 패턴을 분석해 동일계통 농약의 중복 판매 제한을 추진할 예정이다.
가축분 퇴비 등 비료 성분의 투입 관리에도 나선다. 시판 퇴비의 비료 성분 분석·원재료 자료 수집, 해외사례 및 업계 의견을 수렴해 2023년 비료공정규격 개정도 예고했다. 아울러 지역단위 양분관리 시범사업 결과를 바탕으로 토양 양분관리 기반을 구축하고, 지역단위 양분관리 참여 지자체를 2050년까지 전 지자체로 확산한다.
또한 바이오차 투입, 경운 최소화 및 피복작물 식재 등 저탄소 농법 보급을 통해 토양의 저장능력을 제고한다. 2023년까지 바이오차의 토양탄소 격리 및 토양개량 효과를 검증하고 2025년까지 대량공급을 위한 제조시설 구축 및 인센티브 지급방안을 마련한다.
농식품분야 넷 제로, 산업 위기이자 도전
이와 같이 농식품 넷 제로는 농식품·농자재산업의 위기이자 도전으로 인식되고 있다. 디지털 전환 등에 맞추어 ICT, IoT 등 기술과 넷 제로 전략을 연계함으로써 저탄소 구조로의 전환이 강조되고 있다. 2018년 국민 기후변화 인식도 조사 결과를 보면 경제와 환경을 선택의 문제로 보던 전통적 인식을 넘어 “환경 문제가 해결돼야 지속가능한 성장이 가능하다”는 인식이 확산된 것으로 나타났다.
지속가능 성장에 대한 국민적 인식 전환에 대응해 고투입 농업, 분뇨처리 미흡 등 환경부하를 최소화하고 환경친화산업으로의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다. 반면 식량생산 등 농식품산업의 특수성에 대한 인식도 존재하고 있다. 농업분야 온실가스는 식량 생산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발생할 수밖에 없어 식량안보 등을 고려한 탄력적 감축이 필요하다는 특성을 지닌다. 이런 이유로 EU·영국·독일 등은 농업분야 배출량 감축 노력을 지속하면서 탄소중립 이후 발생하는 배출량은 산림 등을 통한 흡수를 추진하고 있다.
또한 기후민감 산업 특성을 고려해 온실가스 감축과 함께 재해예방, 작목·작부체계 전환도 동시에 추진해야 지속가능 농업을 유지할 수 있다.
소규모 농가가 관행적 농업을 위주로 하고 있어 농업분야는 온실가스 감축이 힘들다는 평가도 존재한다.
이런 가운데 농업분야 넷 제로 달성을 위해서는 감축기술 개발 외에도 농정 및 농업 관행의 획기적인 전환이 필요하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농업정책도 넷 제로 및 환경문제를 최우선에 두고 정책 우선순위를 재검토하고 인센티브를 재설계해야 한다는 것이다. 농업 분야의 온실가스 감축은 개별 농가 단위보다는 지역적 감축이 효과적이고, 개별 규제보다는 인센티브 정책이 효과적이라는 분석이다.
또한 온실가스 인벤토리 등 온실가스 감축 인프라가 미흡한 상황이므로 농업분야의 특성을 고려한 온실가스 측정기법을 구축하고, 배출계수 등 인벤토리도 선진국 수준에 맞게 고도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