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상반기 국내 농약시장은 살충제의 악전고투 속에서도 살균제와 수도용 육묘상처리제 등의 약진에다 신규약제들의 매출이 두드러져 큰 폭의 매출 증가세를 보였다. 그러나 농약제조회사들은 부자재와 원제 가격 인상 등의 여파로 매출 대비 수익률이 상대적으로 저조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농약업계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살충제 시장은 잦은 비로 인한 응애·진딧물·나방 등의 해충 발생 빈도가 낮아지면서 다수의 신규약제 출시에도 불구하고 매출은 전년 수준을 유지하는데 그쳤다. 특히 나방약제는 품목수도 많은데다 사용량이 줄면서 크게 위축됐으며, 고가 나방약제 시장의 경우 예년에 비해 대체적으로 20% 가량 매출이 감소한 것으로 추정됐다. 반면 살균제 시장은 예년 판매량 대비 15% 이상 증가하는 성장세를 기록했고, 수도용 육묘상처리제와 제초제 시장도 예년 대비 증가한 것으로 분석됐다. 특히 올해에도 신규·단독 품목이 전체 매출을 주도하는 기존 패턴을 유지했다.
농약업계 관계자들이 분석한 주요 농약회사별 매출 증감요인을 보면, 먼저 팜한농의 경우 올해 매출 증대를 위해 예전에 판매를 중단했던 수도용 제초제 등의 여러 약제들을 다시 생산·판매하면서 매출이 전년 동기대비 6.2% 가량 증가한 것으로 파악됐다.
팜한농은 특히 살충제 시장의 전반적인 위축에도 불구하고 2021년 신제품인 원예용 살충제 ‘포르티스브이’ 유제의 초반 매출이 두드러졌다. ‘포르티스브이’ 유제는 ‘브로플라닐라이드(Broflanilide 4.5%)’+‘에마멕틴벤조에이트(Emamectin Benzoate 2.15%)’ 합제로 올해 1/4분기 중에 총채·나방·벼룩잎벌레 방제약제 시장에서 두각을 보인 것으로 알려졌다.
농협케미컬은 기존 원예용 살균제 ‘카브리오에이(WG)’ 등의 매출 증가와 육묘상처리제의 꾸준한 판매량 증가 등으로 전년 동기대비 6.0%의 매출 증가세를 보였다. 특히 과수화상병의 발병 우려가 높아지면서 원예용 살균제 ‘네오보르도(WP)’ 등의 초반 판매가 눈에 띄게 증가한 것으로 분석됐다.
반면 농협케미컬은 올해 ‘아피도피로펜(Afidopyropen 2.5%)’을 주성분으로 하는 진딧물 신규약제인 ‘베르시스(ME)’를 앞세워 초기 살충제 시장 공략에 나섰으나 동일성분의 성보화학 ‘세피나(DC)’에 비해 상대적으로 괄목할만한 매출을 올리지 못했던 것으로 파악됐다.
농협케미컬의 ‘베르시스’ 미탁제는 분류코드 9D에 유일한 신규계통의 진딧물 전문약제로 벌과 천적에 안전해 개화시기에도 사용이 가능하고 우수한 바이러스 매개 억제 효과와 긴 약효 지속성을 자랑하는 제품으로 하반기 살충제 시장을 겨냥하고 있다.
경농은 올해 상반기에도 총채벌레 전문약제인 ‘캡틴(EC)’의 매출이 꾸준했고, ‘캡틴(EC)’과 동일한 ‘플룩사메타마이드’ 성분을 기반으로 제형을 액상수화제로 변경한 ‘액스라지’의 드라이빙을 통해 매출 증가세를 이어갔다.
특히 경농은 ‘마타킹’·‘황금볼’·‘왕주먹’ 등 점보제형의 논제초제와 주요제품의 조기생산·출하를 통해 초기시장을 선점하는 등 상반기 전체 매출 증가율을 8.9%로 끌어 올렸다.
동방아그로는 올해 초반 대부분의 농약회사들이 살충제 시장에서 악전고투하는 가운데서도 나방·총채벌레 전문약제인 ‘모스킬’·‘퍼펙트’ 등 1~2년차 인기품목의 매출 성장세를 이어가는 등 ‘살충제 강자’로서의 면모를 새롭게 했다.
특히 동방아그로는 올해 신물질 아사이노나피르(20%)로 제조한 응애 방제약 ‘다이마이트(DC)’를 비롯해 가루이 전문약제인 ‘넉다운(WG)’, 살균제 ‘마블(SC)’, 비선택성제초제 ‘풀다이(SL)’ 등 8종의 신제품 판매호조에 힘입어 상반기 매출이 전년 동기대비 7.2% 가량 증가한 것으로 파악됐다.
한국삼공의 경우 지난해 ‘델란(디티아논)’과 ‘스포르곤(프로클로라즈망가니즈)’ 등 매출 주요품목의 원제를 확보하지 못해 출하가 중단되면서 판매부진을 면치 못했으나, 올해 이들 제품의 원활한 공급을 통해 매출을 끌어 올렸다. 또한 뿌리응애 전문 살충제인 ‘삼공디메토(EC)’와 나방·총채·벼룩잎벌레 동시 방제제인 ‘메디충(WG) 등 지난해 미판매분이 초기시장에서 판매호조를 보이면서 상반기 전체 매출 성장률 6.8%를 기록했다.
신젠타코리아는 올해 원예용 살균제인 ‘큐어균(WP)’과 광범위한 저항성 발휘 살균제 ‘비온(WG)’을 비롯해 아바멕틴 1.7% 액제인 ‘아스타렉’ 살충제 등의 신규출시를 통해 매출을 견인했다. 신젠타코리아가 자신감을 보이는 ‘아스타렉(SL)’은 기존 아바멕틴 유제보다 3배 많은 양의 유효성분을 3배 더 빠르게 식물체내에 침투시키는 방법으로 자외선 분해에 제한적이었던 효과를 극대화하는 제품이다. 또한 다양한 세균병 전문약제인 ‘큐어균’은 타항생제에 내성이 생긴 무름병·세균점무늬병·세균구멍병 등의 병원균에도 우수한 약효를 발현할 뿐만 아니라 약해 위험이 낮아 원예작물 재배농가들의 인기를 모은 것으로 알려졌다.
주요 8개 농약회사 연간 매출 진도율 85% 달성
올해 상반기(1~6월) 주요 8개 농약회사의 매출 규모는 1조1682억원으로 추산됐다. 또한 농협 계통농약의 지난 6월말 현재 총매출(지역본부 자체구매 포함)은 6350억원으로 집계됐다. 주요 8개 농약회사의 시판 매출도 6월말 현재 6466억원으로 전년 동기대비 6.9%가 증가했다.
몇몇 농약원제사와 제조회사들을 통해 자체 조사한 ‘2021년 상반기 주요 농약회사 매출현황’을 보면 올해 6월말 현재 1조1682억원의 매출실적을 기록, 지난해 같은 기간(1조943억원)과 비교해서는 7.0%(739억원)가 늘어난 것으로 잠정 집계됐다.[표1]
농약회사별로는 △팜한농이 지난해 같은 기간(2890억원)보다 180억원(6.2%)이 늘어난 3070억원의 매출을 올렸으며 △농협케미컬은 전년 동기(1987억원) 대비 119억원(6.0%)이 증가한 2106억원의 실적을 보였다. 또한 △경농은 지난해 같은 기간(1585억원)보다 141억원(8.9%)이 많은 1726억원의 매출을 올렸으며 △동방아그로는 지난해 동기(1270억원)보다 92억원(7.2%)이 증가한 1362억원의 매출실적을 보였다. 또한 △한국삼공은 전년동기(1137억원) 대비 77억원(6.8%)이 늘어난 1214억원을 기록했으며 △신젠타코리아는 지난해 같은 기간(967억원)보다 42억원(4.3%) 증가한 1009억원의 매출을 올렸고 △바이엘크롭사이언스도 지난해 동기(603억원)보다 19억원(3.2%) 늘어난 622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성보화학은 전년 동기(504억원) 대비 69억원(13.7%)이 늘어난 573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2021년 6월말 기준 농약회사별 시장점유율은 △팜한농 26.3% △농협케미컬 18.0% △경농 14.8% △동방아그로 11.7% △한국삼공 10.4% △신젠타코리아 8.6% △바이엘 5.3% △성보화학 4.9%로 나타났다. 또한 이들 회사별 목표대비 매출진도율은 △팜한농 84% △농협케미컬 82% △경농 79% △동방아그로 84% △한국삼공 81% △신젠타코리아 91% △바이엘 88% △성보화학 91% 등으로 8개 농약회사 평균 진도율은 85%에 달했다.
농협계통 상반기 평균 8.2% 증가…바이엘 감소
아울러 ‘2021년 상반기 농협 계통농약 매출실적’은 635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5870억원보다 480억원(8.2%)이 늘었다.[표2] 농협계통 계약업체별로는 △농협케미컬이 1603억원의 매출을 올려 지난해 동기(1505억원)보다 6.5%가 증가했으며 △팜한농은 전년 동기(1342억원) 대비 4.7%가 늘어난 1406억원을 기록했다. △경농은 전년 동기(592억원)와 비교해 9.6% 증가한 649억원의 매출을 올렸으며 △동방아그로는 지난해 같은 기간(473억원)보다 4.9% 증가한 496억원 △한국삼공은 전년 동기(499억원) 대비 11.3%나 늘어난 500억원 △신젠타코리아는 지난해 같은 기간(283억원)보다 12.7% 증가한 319억원 △아다마코리아는 전년 동기(63억원) 대비 40.7% 늘어난 89억원을 기록했다. 이밖에 △한얼싸이언스 35억원(22.2% 증가) △새한농 1억원(0.2% 증가) 등의 계통실적을 보였다. 반면 △바이엘은 전년 동기(252억원) 대비 3.4% 감소한 243억원을 기록했다. △기타 농약업체도 전년 동기(249억원) 대비 13.7% 늘어난 283억원의 매출을 올렸으며, 농협지역본부 자체구매 실적은 전년 동기(583억원) 대비 15.6%가 증가한 673억원으로 집계됐다.
주요 농약회사 시판 매출이 농협계통보다 앞서
올해 상반기 주요 8개 농약회사의 시판 매출은 농협계통보다 1250억원 앞서는 것으로 추산됐다. 농협계통에 참여하지 않는 성보화학의 시판매출(573억원)을 제외하더라도 이들의 농협계통 대비 시판 매출은 677억원이 많았다.
주요 농약회사별 6월말 기준 매출실적을 농협계통과 시판으로 구분해 비교분석한 결과에 의하면 △농협계통 실적은 전년 동기(4896억원) 대비 6.5% 증가한 5216억원을 기록했으며, 시판농약 매출실적은 지난해 같은 기간(6047억원)보다 6.9% 늘어난 6466억원으로 파악됐다.[표3]
농약회사별 시판 매출 집계를 보면 △팜한농은 지난해 6월말 실적(1548억원)보다 올해 7.5%가 늘어나 1664억원의 매출을 기록했으며 △농협케미컬은 전년 동기(482억원) 대비 4.4% 증가한 503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또한 △경농의 올해 상반기 시판 매출은 1077억원으로 전년 동기(993억원) 대비 8.5%가 증가했으며 △동방아그로는 지난해 같은 기간(797억원)보다 8.7% 증가한 866억원 △한국삼공은 전년 동기(688억원) 대비 3.8%(82억원) 늘어난 714억원 △바이엘은 전년 동기(351억원) 대비 8.0% 증가한 379억원 △신젠타코리아는 지난해 같은 기간(684억원)보다 0.9% 늘어난 690억원 △성보화학은 전년 동기(504억원) 대비 13.7%가 증가해 573억원의 판매 실적을 보인 것으로 추정됐다.
매출 증가에도 채산성 악화…원제·부자재 값 폭등
그러나 국내 농약업계는 올해 상반기 주요 농약회사들의 평균 매출액이 7% 가량 증가했다고는 하지만 채산성(경영상 이익) 측면에서 여전한 불안감을 떨쳐내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지난해부터 농약 원제 가격이 급등한데다 포장자재 등 대부분의 부자재 가격이 큰 폭으로 올라 농약제조회사들의 생산비 코스트가 증가했기 때문으로 풀이되고 있다. 이러한 채산성 악화 요인은 유통을 담당하는 일선농협과 시판상인들에게도 전가되면서 농약업계 전체에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일례로 중국산 농약 원제가격은 유가 인상, 환율 변동, 물류비 상승과 더불어 제조업체들의 이합집산에 의한 생산과 판매 독점 내지 반독점체제 구축 등으로 인해 지난해부터 큰 폭으로 오르고 있다. 중국 농약원제 수출 딜러에 의하면 중국산 농약원제 가격은 전반적으로 25~40% 선에서 등락을 거듭하고 있으며, 인상률이 100%가 넘는 품목도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특히 제초제 성분인 Glyphosate(글라신)와 Glufosinate(바스타)의 경우가 매우 심각한 것으로 전해졌다.
중국산 농약원제를 우리나라에 수출하고 있는 한 딜러는 최근 가격 인상폭이 대표적인 품목으로 △Bifenthrin △Acetochlor △Pertilachor △Atrazine △Imidacloprid △Glufosinate △ Glyphosate △Carbendazim △Thiram △Thiophanate-Methyl 등을 꼽았다.
농약업계의 한 관계자는 “올해 상반기 농약시장만 놓고 보면 전반적으로 매출 증가세가 상승곡선을 그렸지만 채산성 악화 요인이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해 농약업계의 어려움은 여전한 상황”이라며 “장마철 이후 기상여건 호조로 살충제 재고 소진 등 하반기에도 매출 증가세가 이어진다면 손익분기점을 넘어설 수 있겠지만 아직은 낙관하기 쉽지 않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