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책결정의 내용이 이론적으로나 현실적으로 모두 잘못된 것이라는 평가가 뒤따른다면, 그 정책은 바뀌어야 한다. 문제가 명백함에도 불구하고 이를 방치하는 것은 정책 입안과 관리자의 올바른 자세가 아니다. 부정적 견해가 다분한 유기질비료 지원사업의 지방이양은 그 절차를 멈추고 모든 관련 주체가 지혜를 모아 해결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유기질비료 지원사업의 지방이양이 잘못되었다는 지적은 비료사업자들로부터 꾸준히 제기되어 왔다. 비단 사업자뿐만이 아니다. 전후방 연관산업의 축산 농가와 비료를 사용하는 농민들 누구도 이 결정을 환영하지 않고 있다. ‘농산업포럼’을 포함한 다양한 언론 매체에서도 이 문제점을 지적하였다. 친환경 농업에 중요성을 두고 있는 농업 정책적 측면에서도 결코 바람직하지 않은 결정이었다는 지적이다.
심지어 2023년에는 국회예산정책처에서 조차 이 사업전환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국회예산정책처(「지방분권정책 및 지방이양사업 평가」)는 세 가지 측면에서 유기질비료 사업의 지방이양에 문제가 있다고 분석했다.
첫째, 법적근거에서의 문제이다. 「농지법」과 「비료관리법」에 따르면, 농지는 식량제공과 국토환경 보호 등 공익적 역할을 수행하는 귀중한 자원이다. 농지는 공익적 자원이기에 선별적인 관리 대상이 되어서는 안 된다. 공익적 역할을 수행하는 유기질비료 지원사업 역시 이러한 국가적 중요성을 고려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둘째, 사업 적정성평가 결과에서의 문제이다. 농림해양수산분야 지방이양 대상 사업 적정성 조사에서, 유기질비료사업은 비교 6개 사업 중 가장 낮은 5.36점을 기록했다(전체 평균 6.20점). 점수가 낮을수록 국가사무에 더 적합함을 의미하며, 이는 유기질비료 지원사업이 당연히 국가 사무로 존치되어야 함을 시사한다.
셋째, 형평성에서의 문제이다. 5개 친환경 농자재 지원사업 중 토양개량제, 유기농업자재, 교육·홍보, 비료품질관리시스템 4개 사업은 모두 국가 사무로 남아있다. 유독 유기질비료 지원사업만 지방이양을 결정한 것은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지적이다.
더 나아가, 「지방자치법」(제15조, 국가사무의 처리제한) 규정을 보아도 유기질비료사업의 지방이양은 잘못이다. 이 조항은 지방자치단체가 국가사무에 해당하는 내용을 “처리할 수 없다”고 명시하고 있다. 유기질비료 지원사업은 법에서 정한 국가사무의 특성인 다음과 같은 요건에 모두 해당한다. 즉, 전국적 규모나 이와 비슷한 규모의 사업, 통일적 처리 및 기준 통일과 조정이 필요한 사업, 지방자치단체의 기술과 재정능력으로 감당하기 어려운 사업이다.
언론과 사업의 성격, 그리고 제도적 측면에서 모두가 부정적인 유기질비료 지원사업의 지방이양은 원래대로 국가 사무로 환원되어야 한다. 농림축산식품부 예산 내에 항목을 만들어 국고보조 사업으로 시행해야 한다. 아직 정부에는 사업검토와 2027년도 예산을 조정할 수 있는 충분한 여지가 남아 있다.
다행히 2025년 ‘농산업포럼’에서 긍정적인 움직임이 있었다. 정부의 정책담당자는 “유기질비료 지원사업은 우려가 큰 만큼 농식품부에서도 최선을 다할 것”이라 약속했다. 그는 지방이양사업의 국비보전 지원기간을 연장하기 위해 ‘지방자치단체 기금관리기본법’ 부칙 개정 등 행정안전부와의 지속적인 협의를 약속했다. 정부를 대변하는 이 약속이 잘 지켜지기 바란다.
늦기 전에 국회가 나서야한다. 국회의 움직임이 미온적인 것 같아 걱정이 된다. 농축산인과 사업자, 나아가 농업과 국가 경제에 지대한 긍정적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이 사업의 국가사무 환원에, 가장 앞장서야 할 국회의 움직임이 '사후 약방문(死後藥方文)’이 되어서는 안 된다. 민의의 대변조직인 국회의 적극적인 대응을 요청한다.
비정상을 정상화하는 일은 결코 부끄러운 일이 아니다. 이는 올바름으로 가는 사회적 정의의 길이며, 오히려 격려와 칭찬을 받아 마땅한 일이다. 유기질비료 지원사업이 당초대로 국가사무로 환원되어 정상화되는 모습을 농산업인들은 간절히 희망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