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7년부터 유기질비료 지원사업에 중앙 정부의 예산을 투입해야 한다는 제도적 근거가 사라져 사업 축소나 폐지 우려가 대두되고 있다. 이에 농업인단체와 유기질비료생산단체 등이 국회 토론회를 통해 ‘지원사업의 지속과 현 제도 최소 5년 연장’을 주장하며 의견을 모았다.
‘유기질비료 지원사업 지속가능성을 위한 토론회’가 이달 5일 이병진 의원(더불어민주당)과 이만희 의원(국민의힘) 주최, 한국유기질비료산업협동조합(이사장 김방식)·한국농어민신문·한국후계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회장 최흥식) 주관으로 개최됐다.
이번 토론회의 발제는 변재연 국회예산정책처 경제산업사업평가과장이 ‘유기질비료 지원사업의 지방이양 현황과 개선과제’를 주제로 진행했다.
우선 변 과장은 지방이양 사업이 공통적인 문제점을 안고 있다며 지방이양 전 소관 부처의 역할 불분명, 불분명한 사업선정 기준, 지방이양 이후 예산 파악이 곤란한 점 등을 지적했다. 유기질비료 지원사업도 이런 문제점을 안고 있는 것으로 추정했다.
지방자치단체가 이양된 사업을 수행하게 되면 지방이양 전 사업 소관 부처의 역할이 없어지던가 불분명해지는 문제가 발생했다. 선정과정에서 명확한 기준이 마련되지 않은 채 기재부 중심 하향식 선정·이양이 이뤄졌으며 국가균형발전특별회계 포괄보조 사업 중심(1단계)과 지역밀착형 사업 중심(2단계)이 유일한 기준이었다. 지방분권의 기본방향은 “국가의 일은 국가에서 지방의 일은 지방에서 추진한다”는 것인 만큼 이양된 사업들이 지방사무에 적합했는지 지속적 점검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유기질비료 지원사업은 농림축산 부산물의 자원화·재활용을 촉진하고 토양환경을 보전하여 지속가능한 농업을 추진하기 위한 농업경영체 대상 지원사업이며 농어촌구조개선특별회계를 재원으로 2021년까지 농림축산식품부에서 시행했다.
국회예산정책처에서 지방이양 적절성에 대한 설문조사 결과, 유기질비료 지원사업은 다른 농림해양수산 분야 사업에 비해 상대적으로 국가사무에 적합하다는 의견이 많았다. 중앙정부 조사의 경우 농림해양수산분야 평균이 6.20점인데 비해 유기질비료 지원사업은 5.36점을 기록했다. 광역지자체 조사에서는 농림해양수산분야 평균이 6.55점인데 비해 유기질비료 지원사업은 6.06점이었다.
변 과장은 유기질비료 지원사업 지방이양의 문제점을 조목조목 짚었다. 우선 친환경농자재지원사업에는 사업목적이나 내용이 유사한 여타 사업이 있었음에도 유기질비료 지원사업만이 지방이양되었다. 토양개량제, 유기농업자재 등 다른 내역사업들도 모두 토양환경을 보전하고 환경친화적이며 안전한 농산물 생산을 목적으로 하고 있다는 점에서 유사한데도 말이다.
2026년 이후 사업예산 감소도 특히 우려되는 부분이다. 유기질비료 지원사업 예산은 2013년 1613억원에서 2021년 1130억원으로 감소 추세를 나타냈다. 지원량 및 농가신청량 대비 지원율이 계속 감소했다. 지방이양된 2022년의 경우 지방이양 전 예산(1130억원)이 투입되었을 것으로 추정된다. 다만 지방이양 전 중기재정계획 상 예산이 증가 계획이었다는 점을 감안할 때 실질적 감소로 볼 여지가 있다. 2026년 이후 지자체장의 선호도 부족이나 보전금 지원 중단 등의 이유로 감소 우려가 있다고 분석했다.
지방이양 전후 지원사업(전환) 예산은 2021년 수준과 유사한 가운데 지자체별 증감이 나타났다. 지자체의 의지에 따라 추가지원이 있는 사례도 발견됐다. 지원사업 예산이 각 지자체의 상황을 반영한다는 증거가 되는 사례이다.
여전히 사용이 줄지 않고 있는 무기질비료와 농약 사용량도 지적했다. 2005년 무기질비료 보조 중단 이후 친환경농자재인 유기질비료를 지원하여 토양환경을 보전하는 것이 사업의 목적이었다면 그 달성은 전혀 이루어지지 못했다.
중장기 무기질비료 사용량(2011년 249kg/ha→2023년 242kg/ha)과 농약 사용량(2013년 10.9kg/ha→2023년 12.7kg/ha)은 줄지 않았고 우리나라의 양분수지는 OECD 국가 중 매우 높은 수준이다. 또한 사업의 궁극적인 지원대상은 농지라고 볼 수 있는데 농지는 공익적 자원이고 지역특성에 따른 선별재가 아니라는 점도 지적했다. 근거법 상 농지는 선별적 관리대상이 아니라 국민에게 식량을 공급하고 국토 환경을 보전하는데 필요한 공익적 자원임을 환기시켰다.
향후 개선 과제로는 지방이양 사업의 예산규모 및 성과에 대한 모니터링 필요성과 사업의 지속적인 성과관리를 꼽았다. 2023년 관련 보고서에 따르면 향후 정부는 유기질비료 등 지방이양 사업의 예산규모 및 성과 추세를 면밀히 모니터링하여 지방이양 이후 예산·성과가 현저히 저하됐을 경우 중앙-지방정부의 협력을 강화하거나, 기능 재배분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정부가 지방이양 사업을 3가지로 유형화 하여 국민 생활·안전에 밀접한 사업은 우선투자 사업으로 분류한 바 있다. 또, 우선투자 사업은 2026년 전후 지방이양 사업 전반에 대한 종합검토를 하기로 했다.
이와 함께 농식품부의 주도적 역할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2025년도 유기질비료 지원 사업표준사업 시행지침 상에는 농식품부가 성과관리의 주도적 역할로 되어 있다. 전국 지원물량 통보, 예산편성내역 및 집행실적, 공급실적 등의 관리이다. 이에 지방이양 이후에도 농식품부의 주도적 역할 수행이 필요하며 예산 및 성과 추이를 검토하면서 필요시 기능 재배분 요구 등을 할 수 있다. 다만 10년째 지속되고 있는 성과지표(유기물함량 2~3%, 흙토람 조사 기준) 외에 사업 필요성을 환기할 수 있는 아이템 발굴이 필요하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유기질비료 지원사업의 지속가능성을 둘러싸고 다양한 의견이 개진됐다. 토론회를 주관한 김방식 한국유기질비료산업협동조합 이사장은 “1999년부터 26년간 지속돼 온 유기질비료 지원사업이 2027년도에 국고 보전금 지원이 종료됨에 따라 존폐 위기에 봉착해 있다”며 “지원사업의 최소 5년 연장 및 안정적 재정을 확보하는 것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라고 강조했다. “유기질비료 지원사업은 국가의 지속 가능한 농업 기반을 지키는 핵심적인 제도로 우리 농업의 토양을 지키는 최후의 보루로 자리매김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밝히고 “우리 농업의 근간, 토양의 지속가능성, 농가의 안정성이 걸린 중대한 사안”이라고 말했다.

서용석 한국후계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 사무총장은 “정부가 친환경유기농업 면적을 2배 확대하겠다는 정책을 제시했는데 유기질비료 지원사업이 축소된다면 앞으로 친환경농업이 어떻게 가능할지가 염려된다”고 말했다. “유기질비료는 토양을 건강하게 함으로써 농업의 지속가능성을 위한 친환경농업 기반을 조성하고 있다”며 “중장기적으로 농산물의 품질과 안전성을 높여 소비자들도 만족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강정현 한국농촌지도자중앙연합회 사무총장은 유기질비료 지원사업이 현장 농업인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최종 소비자인 국민을 위한 것이라고 한다면 이는 지방의 일이 아닌 국가의 일로 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방자치 강화를 위해 재정분권을 이행해야 한다는 것에 동의하지만 농업·농촌의 지속성이란 측면에서 볼 때 이 사업이 지방정부의 일인가는 의문”이라고 말했다. 재정자립도가 낮은 지자체가 유기질비료 지원사업을 자체 판단해서 시행한다고 했을 때 과연 기존처럼 할 곳이 얼마나 될 것인지 걱정스럽다고 밝혔다.
조성근 한국친환경농업협회 사무총장은 온실가스를 줄이기 위해서는 친환경농업으로 가야 하는데 친환경농업을 하는 농업인에게 유기질비료는 매우 중요한 농자재라고 강조했다. “농촌진흥청 자료에서 관행농업과 친환경농업의 온실가스 배출을 비교할 때 친환경농업이 25~30% 정도 감축시킨다고 하고, 미국의 로델연구소도 품목에 따라 차이가 있겠지만 친환경농업을 할 경우 온실가스가 40%까지 감축된다고 보고했다”고 설명했다.
양돈업과 유기질비료 제조업을 함께 운영하고 있는 나성철 한국유기질비료산업협동조합 이사는 “유기질비료 지원사업은 가축 분뇨 자원화를 통해서 경축순환농업에 크게 기여해 왔다”며 “전국 토양 유기물 함량을 개선하고, 친환경유기농업 기반을 확충하는 등 정부와 지자체가 오랜 기간 강조해 온 정책 방향과 일맥상통 하므로 지속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류제수 가축분유기질비료협동조합 이사는 “지자체 간 재정 격차로 인한 지원금·지원물량 불균형으로 양극화가 심화되면서 형평성 문제가 대두되고, 가축분뇨로 인한 사회적·경제적 비용이 증가하면서 지자체의 경쟁력이 상실될 수 있다”며 “경쟁력을 상실한 소규모 비료공장의 폐업으로 가축분뇨의 재활용·자원화는 감소하고, 불량·불법비료가 활개칠 가능성이 크다”는 우려를 나타냈다.
조원석 농협경제지주 농자재지원국장은 “농촌 지역이 고령화되면서 실제 농사를 지을 수 있는 농업인구가 많지 않기 때문에 지자체에선 이들의 복지 등을 위해 다른 쪽으로 예산을 늘릴 측면도 있다”며 “유기질비료 지원사업 예산이 축소될 확률이 매우 높다”고 말했다. “유기질비료 보조가 없다면 현재 가격 수준에서 50% 이상 높아질 것으로 추정된다”며 “농가 입장에선 비료 사용을 줄일 수밖에 없으며, 생산비가 오르는 만큼 농가는 점점 더 어려운 상황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문태섭 농림축산식품부 첨단기자재종자과장은 “2027년부터는 유기질비료 지원사업 예산의 칸막이가 없어지면서 이를 다른 사업과 동일하게 지자체에서 자율적으로 쓸 수 있도록 하는 데에 대해 원안대로 갈 것이냐, 칸막이를 계속 유지할 것이냐, 또 해당 사업 자체를 국가사업으로 옮길 것이냐 등이 핵심”이라고 말했다. “지방이양에 대해 평가를 하고, 기능 재배분을 할 수 있는지는 좀 더 검토가 필요한 사항인 것 같다”며 “개인적으론 지자체장 등의 의견을 더 들어볼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 든다”고 밝혔다.
최현숙 행정안전부 재정협력과 사무관은 “보전금 기간 연장 또는 국고보조사업 환원에 대해 현실의 문제는 공감이 간다”고 말했다. “다만 지방이양 될 때 기재부나 행안부 등 각 부처와 지자체 의견 수렴은 거친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지방이양 사업은 ‘보조금 관리에 관한 법률 시행령’에 ‘이 사업은 국고보조금으로 지급할 수 없다’고 명시돼 있는데, 지방이양 사업이 국고보조 사업으로 돌아가려면 시행령에 이 문구가 빠져야 가능하다.
지방이양이 됐다가 다시 국고보조사업으로 되돌아간 사례가 있지만, 이는 지자체에서 사업비를 확보하기에 어려움이 많았던 사업이고, 유기질비료 지원사업은 재정 확장성이 있어 상황이 다르다며 현실을 좀 더 자세히 살펴보겠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