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 농약회사가 생물농약과 작물활성제(biostimulant) 등을 아우르는 생물학적제제(biologicals)를 새 성장동력으로 삼으려면 ‘시장이 커진다’는 전망보다 네 가지(등록·현장·입증·시간) 실무 질문에 먼저 답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대상 시장의 고객은 누구인지, 제품이 해결하는 문제는 무엇인지, 효과가 반복 재현되는지, 그리고 누가 계속 돈을 낼 것인지다. 성장 곡선을 개념이 아니라 사업 의사결정의 기본 단위로 다시 쪼개 봐야 한다는 분석이다.
AgPages에 따르면 최근 중국 항저우(杭州)에서 열린 제10회 중국농약수출워크숍(CPEW) 생물학적제제 원탁회의에서는 “‘생물학적제제’라는 말이 참가자마다 전혀 다른 의미로 쓰이고 있었다”. 규제 당국에는 법적 분류, 수입상에는 통관 문제, 농학자에는 약효, 현장 관리자에는 장비 내구성의 문제라는 것이다.
시장 전망보다 ‘제품 정체성’부터 먼저 확정하라
이날 회의에는 청두뉴선(Chengdu Newsun)·페로바이오테크놀로지(Pherobio Technology) 등 생물기술 기업과 리얼화학(Lier Chemical)·칭다오중다(Qingdao Zhongda) 등 농약·통합솔루션 기업, 말레이시아·인도네시아·파키스탄·브라질·페루·칠레의 수입·유통업자와 현장 기술자 등 30여 명이 참석해 3시간 동안 토론했다.
첫 관문은 ‘제품 정체성’이었다. 청두뉴선이 식물 추출물과 미생물 대사산물, 작물활성제 연구개발 성과를 소개하자 말레이시아 헥스타(Hextar) 측이 던진 첫 질문은 증수 효과가 아니었다. 새 규정이 요구하는 등록 자료를 낼 수 있는지, 고온에서 안정한지였다.
같은 나라의 어드밴시아(Advansia) 관계자는 한발 더 나아가 “말레이시아 법상 이 제품이 어느 범주에 속하느냐”고 물었다. 분류가 불분명하면 통관 단계에서 화물이 멈출 수 있다는 것이다. 그는 중국 공급사의 가장 흔한 문제가 제품 부족이 아니라 목표 시장에 맞춘 등록 서류 일체를 즉시 내놓지 못하는 데 있다고 꼬집었다.
청두뉴선은 소개한 제품이 살아 있는 미생물이 아니어서 저장·운송 조건이 일반 화학농약과 비슷하다며 천연 브라시놀라이드(brassinolide) 안정성 자료를 제시했다.
두 바이어는 같은 나라 출신이지만 사업 논리가 달랐다. 대량 거래상은 규정 준수와 안정성, 공급 위험을 먼저 보고, 최종 사용자 시장에 깊이 들어간 회사는 작물과 사용법, 차별성, 성공 사례를 묻는다. 국적보다 가치사슬상의 위치가 질문을 결정한다는 것이다.
유효성분은 무엇인지, 살아 있는 미생물을 포함하는지, 어떤 기능을 표방하고 어떻게 표시할지, 목표 국가가 이를 농약·식물생장조정제(PGR)·비료·작물활성제 중 무엇으로 분류할지가 먼저 정리돼야 한다. 제품 정체성은 포장 부서가 정하는 이름이 아니라 등록 전략과 서류 비용, 수입 가능성, 출시 일정의 출발점이다. 이 단계가 모호하면 규제 범주와 작용기작이 다른 제품이 한데 묶여 시장 규모가 부풀려진다. 큰 ‘생물 투입재 시장’이 곧 한 농약회사가 실제로 진입할 수 있는 시장은 아니라는 얘기다.
“백마는 말이 아니다”…이름과 규제 분류는 별개
회의에서 가장 날카로운 논쟁은 경계 문제였다. 극저약량·고순도·명확한 약효·장기 안정성을 추구하는 제품이라면 식물생장조정제와 어디서 갈리는지, 식물생장조정제로 등록되지 않은 성분을 비료에 넣어 ‘작물활성제’로 팔 수 있는지가 쟁점이었다.
한 연구개발 전문가는 식물생장조정제가 호르몬이나 그 유사체처럼 관련 경로를 직접 조절해 약량·시기를 잘못 맞추면 약해가 생기는 반면, 작물활성제는 스트레스 상황에서 식물 스스로 조절 반응을 켜도록 신호를 보내는 쪽에 가까워 안전 폭이 넓다고 설명했다. 다만 “규제 당국은 회사가 가진 인증서가 아니라 실제 성분과 기능, 홍보 문구를 본다”고 선을 그었다.
AgPages는 중국 고사(故事) ‘백마비마(白馬非馬)’에 빗대 부르는 이름과 규제상 분류가 다르다는 점을 강조했다. 같은 성분도 제형과 표방 기능, 사용법, 목표 시장에 따라 전혀 다른 규제를 받는다. 특허·생산능력·시험 사진만 볼 것이 아니라 규제·연구·영업 조직이 함께 “어떤 정체성으로 어디에 팔 것이며, 그 정체성이 심사를 견딜 수 있는가”에 답해야 한다는 것이다.
실험실 가능성이 포장 실용성을 뜻하진 않는다
두 번째 관문은 전달 체계다. 페로바이오테크놀로지가 성페로몬 제품을 발표하자 쌀 수출의 잔류 압박 때문에 비화학적 수단을 찾는 파키스탄 에비올(Evyol)의 지아 울라 말리크(Zia Ullah Malik)는 “미세캡슐을 포장(圃場) 가장자리나 띠 모양으로만 뿌려도 되느냐”, “설치한 방출기를 누가 떼어 가면 전략 전체가 어떻게 되느냐”고 물었다.
회사 측은 미세캡슐의 지점당 유효성분이 방출기보다 훨씬 적어, 한쪽에 몰아 뿌리면 포장 중앙부가 교미교란에 필요한 유효농도에 이르지 못한다고 답했다. 결국 비교적 균일한 살포가 필요한데, 파키스탄의 대규모 포장에서는 인력 설치 비용과 장치 분실이 현실적 장벽이다.
인도네시아 바이어가 과실파리에도 교미교란이 통하느냐고 묻자 “현재 성숙한 해법은 없다”는 답이 돌아왔다. 과실파리는 교미교란이 주로 쓰이는 나방류 해충과 생물학적 특성이 다르고, 메틸유게놀(methyl eugenol) 같은 수컷 유인제를 검증된 교미교란 체계와 동일시할 수 없다는 설명이다.
실사(實査) 단계에서는 ‘활성이 있느냐’를 넘어 유효농도가 표적에 어떻게 도달하고 얼마나 지속되는지, 온도·자외선·강우·혼용에 어떤 영향을 받는지, 기존 방제 장비를 쓸 수 있는지, 추가 노동·장치 비용은 누가 지는지를 물어야 한다.
증수율보다 ‘효과가 언제 나는가’를 증명하라
세 번째 관문은 가치 입증 방식이다. 브라질 줄리아그로(Juliagro)의 브레노 줄리아티(Breno Juliatti)는 작물활성제를 증수 수단이 아니라 위험관리 틀에 놓았다. 브라질 농가에 이런 자재는 ‘농민이 스스로 보험료를 내는 보험’에 가깝고, 가치는 가뭄·고온·이식 스트레스 같은 조건에서야 뚜렷해진다는 것이다. 그가 제시한 연속 강우 부족 시험에서 처리구와 무처리구의 차이는 스트레스 발생 이후에야 벌어졌고, 관개 조건에서는 격차가 훨씬 작았다.
평균 증수율로 ‘효과’를 내세우는 공급사의 관행과 달리, 구매자가 알고 싶은 것은 어떤 스트레스에 효과가 있는지, 평년에도 투자할 가치가 있는지, 흉년에 손실을 얼마나 줄이는지다. 같은 수치도 작물과 농장 규모에 따라 의미가 다르다. 커피 같은 고부가 작물은 품질 향상에 웃돈을 낼 수 있지만, 대두(大豆) 같은 범용 작물은 ㏊당 투입 대비 산출과 대면적 일관성을 더 따진다. 기준 수량이 낮으면 5% 차이의 절대 수익은 제한적이지만 고수량·대규모 농장에서는 훨씬 커진다. 반대로 작은 불일치 가능성도 면적만큼 확대된다.
감자 더뎅이병에서 화학 약제와 코로나틴(coronatine)을 조합해 내성을 높이는 탐색 시험도 소개됐지만, 대체로 “내성 향상이 병원균 제거는 아니다”라고 신중론을 폈다. 생물·화학 시너지의 가치는 생물학적제제를 화학 방제의 일대일 대체재로 포장하는 데 있지 않고, ‘스트레스 저감·수량 유지’ 영역에 있다는 것이다.
좋은 제품과 확장 가능한 제품 사이 수년 격차
네 번째 관문은 확산 속도다. 리얼화학 측은 브라질 생물학적제제 매출 가운데 약효 외에 유통 이윤, 기술 자문가 추천, 마케팅 등이 차지하는 비중을 물으며 성장세가 실제 재구매를 과대평가하는 것 아니냐고 따졌다.
줄리아티는 “농업인은 보조금 때문이 아니라 영농 위험을 줄이거나 수익 구조를 개선하려고 산다”며 “약효는 입장권일 뿐”이라고 답했다.
그의 평가는 냉정했다. 해마다 검토하는 수많은 생물방제 제품 중 80% 이상이 기대에 못 미치고, 정말 좋은 것은 10% 정도라는 것이다. 온실·실험실·포장 결과가 서로 뒷받침되고 최소 두 작기(作期) 이상 검증돼야 결론을 낸다고 했다.
그가 제시한 브라질의 경험적 확산 곡선은 △1년차 시험 사용 약 1% △2년차 약 5% △3년차 10% △이후 25% 이상 순이다. 검증 체계 진입부터 20% 안팎 안정적 채택까지 통상 4~5년이 걸린다. 등록을 따내고 유통사를 찾았다고 상업화가 끝난 것이 아니라는 얘기다.
생물학적제제 판매 비용의 상당 부분은 생산비가 아니라 ‘신뢰 구축 비용’이라는 지적도 눈에 띈다. 현지 다지역 시험, 작기를 넘는 재검증, 자문가 교육, 시범농장, 불량 배치 추적 등이 모두 여기에 들어간다. 등록과 첫 주문까지만 예산을 잡으면 시장이 받아들이기 전에 사내 지지부터 잃기 쉽다는 것이다.
농약회사에 필요한 다섯 가지 역량과 ‘신중한 검증’
“생물학적제제와 화학농약은 상호 배타적이지 않다”
참석자들은 생물학적제제와 화학농약이 배타적이지 않다는 데 뜻을 모았다. 청두뉴선은 통합을 강조했고, 칭다오중다는 기존 작물보호 프로그램에 작물활성제 성분을 넣는 시도를 소개했다.
줄리아티는 브라질 농가가 이미 작물활성제와 생물방제제, 화학 방제 프로그램을 조합해 쓰고 있다고 전했다. 관건은 단순 혼용이나 묶음 판매가 아니라 특정 스트레스와 살포 적기, 투입 대비 산출을 기준으로 조합을 재설계하느냐다. 농약회사의 강점은 유통망보다 이미 이해하고 있는 작물 관리 체계에 생물 수단을 끼워 넣는 능력에 있다는 평가다.
이를 위해 갖춰야 할 역량으로는 △목표 국가·용도에 맞는 명확한 규제 정체성 △작용기작·품질기준·안정성을 담은 등록 서류 △작물·지역·스트레스·대조 처리별 검증 설계 △기술 효과를 농가 수익이나 위험 저감으로 환산하는 경제성 모델 △4~5년간 현지 검증과 유통망 구축을 버틸 인내 등 다섯 가지가 꼽혔다. 하나라도 빠지면 ‘생물학적제제처럼 보이는’ 제품은 있어도 반복 가능한 사업은 없다는 것이다.
CPEW는 그동안 중국 농약회사가 제조·수출에서 기술·브랜드·글로벌 시장으로 도약하는 방안을 논의해 왔다. 생물학적제제는 이 경로를 더 복잡하게 만든다. 제품 범주는 더 잘게 나뉘고 규제 경계는 나라마다 다르며, 포장 약효는 환경에 더 좌우되고 상업화는 현지 검증망에 더 의존한다. 전시회와 안내책자, 최고 수량 자료 몇 개로는 국경을 넘는 거래에 필요한 신뢰를 쌓을 수 없다는 지적이다.
AgPages는 이번 CPEW 원탁회의를 “과감히 시도하되, 신중히 검증하라(Dare to try, but verify with care)”는 한 문장으로 정리했다. 여기서 ‘신중한 검증’은 포장시험을 몇 번 더 하는 것 이상을 뜻한다. 어떤 규제 정체성으로 시장에 나설 수 있는지, 드러난 병해충 문제를 푸는지 잠재적 스트레스나 비용 문제를 푸는지, 어떤 조건에서 효과가 재현되는지, 검증 결과를 누가 보증하는지, 시험에서 재구매까지 얼마나 걸리는지 목표 시장의 좌표 전체에 제품을 놓아 봐야 한다는 것이다.
결론적으로 “농약회사에 가장 중요한 결정은 더 이상 유행을 따를지가 아니라, 막연한 ‘생물학적제제 기회’를 등록·검증·사용·재구매가 가능한 구체적 해법으로 좁혀낼 수 있느냐”는 것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