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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마기획

“내년 농약 시장 우려 크다…농협 계통가격 인상 불가피”

원제 결제기 환율 1,500원대…가격 조정기엔 1,360원대 ‘역주행’
상반기 고환율 부담 회사가 떠안아…일선 재고 ‘내년 시장 뇌관’
2021~2025년 5년 연속 병해충 대발생 이어지다 올해 첫 ‘공백’
올해 병해충 발생률 저조로 방제용 약제 수요 예년 대비 ‘위축’
짧은 장마·가뭄 지속·국지성 호우…비선택성 제초제 판매 ‘부진’
제조업계 “2027년 계통농약 가격…현실성 있게 반드시 인상돼야”

 

농약 제조회사들이 지난 8월 말을 기점으로 올해 사업을 사실상 마무리하고 내년 사업계획 수립 단계에 접어든 가운데, “내년 농약 시장이 어느 해보다 걱정스럽다”는 우려가 업계 전반에 번지고 있다.


올해 유독 여러 ‘악재’가 한꺼번에 겹친 탓이다. 농약 제조회사들이 원제 대금을 결제하던 상반기에는 원/달러 환율이 1,500원대를 넘나들더니 내년 농약 가격 조정 시기와 맞물린 요즈음은 1,300원대로 내려앉아 결제시기의 고환율 부담을 보상받을 수 있을지 막막해하고 있다. 올해는 병해충 대발생이 없어 방제용 약제 수요가 예년에 비해 상대적으로 위축됐다.

 

여기에 올여름 장마가 유난히 짧게 끝난 뒤 남부지방을 중심으로 가뭄이 장기화하고, 그 사이사이 국지성 호우가 쏟아지는 날이 이어지면서 비선택성 제초제를 비롯한 농약 전 제품 판매량(사용량)이 부진했던 것으로 파악됐다.

 

이 때문에 농약 제조회사들 사이에서는 “내년 농약 가격 인상만이 올해 떠안은 ‘리스크’의 돌파구”라는 인식이 지배적이다. 그래서 “2027년도 사업분 농협 계통농약 가격은 현실성 있게 결정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원제 결제기 1,500원대 환율이 요즘은 1,360원대
‘환율 미스매치’에 상반기 부담 고스란히 떠안아

 

올해 농약 제조회사들을 가장 곤혹스럽게 만든 변수는 단연 환율이다. 원/달러 환율은 지난해 12월 월평균 1,470원대로 외환위기(1998년 3월) 이후 월평균 기준 최고 수준까지 치솟은 뒤 올해 1월 중하순 1,480원을 잇달아 넘어섰다. 1분기 평균 환율도 1,466원으로 집계됐다. [표1] 문제는 이 시기가 농약 제조회사들이 올해분 원제(원료) 수입대금을 가장 많이 결제하는 1~3월과 정확히 겹친다는 점이다.

 


환율은 이후에도 고공행진을 이어갔다. 3월 말에는 1,530원으로 2009년 3월 금융위기 이후 17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2분기 평균은 1,490원으로 분기 기준 1998년 1분기(1,596.88원) 이후 약 28년 만에 가장 높았다. 6월 초 야간거래에서는 1,562원까지 치솟았으며, 7월 첫날에도 장중 1,559원을 찍어 ‘1,500원 뉴노멀’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였다. 연초부터 5월까지 평균 환율은 1,477원으로 지난해 연평균(1420.97원)보다 56원 이상 높았다.


그런데 7월 하순부터 흐름이 급반전됐다. ‘서울외환시장 환율변동 추이’에 의하면 반도체 수출 호조와 수출기업의 달러 매도, SK하이닉스 ADR 발행자금 환전, 글로벌 달러 약세가 맞물리면서 7월 말 1,410원대로 내려선 환율은 8월 중순 1,397원으로 11개월 만에 1,300원대로 내려 앉았다. 8월 중~하순에는 주간거래 종가 1,368원까지 밀렸다. 9월 2일 현재는 1,359원 안팎에서 움직이고 있다. 불과 두 달 사이 180원 넘게 급락한 셈이다.


이를 종합하면 올해 1~8월 원/달러 평균 환율은 1,470원 안팎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농약 제조회사 입장에서 중요한 것은 평균이 아니라 ‘시점’이다. 원제 결제기(1~6월)엔 1,500원대를 넘나들던 환율이 내년도 사업분 농약 가격을 조정해야 하는 요즘(8월 말~9월 초)엔 1,360~1,370원 사이를 오가며 상반기와 격차가 100원(약 7%) 이상으로 벌어졌다. 올해 사업분 농약은 고환율로 인해 ‘비싼 원제’를 사들여 출혈이 심했고, 정작 내년 가격을 정하는 시점에 접어들면서부터 환율이 떨어져 “내년 원가 요소별 가격 상승분을 농협중앙회 ‘시담’에서 제대로 반영시키지 못하는 건 아닌지 벌써부터 걱정이 앞선다”는게 제조업계의 하소연이다.


농약 제조회사의 한 관계자는 “상반기 환율 급등으로 늘어난 원가 부담을 올해 가격에는 전혀 반영하지 못한 상황에서 내년 가격 조정기에 임박한 요즘 환율은 내려가고 있다”며 “고환율 시기의 손실은 회사가 고스란히 떠안았으나, 내년 농협 계통 농약 가격 결정 과정에서는 정작 ‘환율’이 도외시되는 건 아닌지 우려가 많다”고 토로했다.

 

5년 연속 이어진 병해충 대발생도 올해는 ‘공백’
비선택성 제초제 수요 감소…살균·살충제도 위축


두 번째는 병해충 발생률이다. 국내 농약 시장은 지난 5년간 해마다 특정 병해충이 대발생하면서 방제용 약제 수요가 시장을 떠받쳐 온 측면이 있다. [표2] 농림축산식품부와 농촌진흥청 자료에 따르면, 2021년에는 8월 하순~9월 잦은 비와 일조 부족으로 호남평야 일대에 이삭도열병이 창궐했다. 그해 10월 중순 기준 전국 벼 병해충 피해면적은 13만 5,308ha에 달했다. 이 가운데 전북이 5만 5,683ha(41.1%), 전남 3만 3,226ha, 충남 2만 8,754ha였다. 전북만 놓고 보면 이삭도열병 3만 376ha, 세균벼알마름병 1만 684ha, 깨씨무늬병 8,243ha로 도내 벼 재배면적의 약 43%가 피해를 입었다. 당시 저항성이 약한 ‘신동진’ 품종이 전북 재배면적의 75%를 차지하면서 피해를 키운 것으로 분석되기도 했다.

 


2022년에는 고추·사과 등을 중심으로 탄저병이 기승을 부렸다. 6월 중~하순부터 고추 탄저병이 발생하기 시작해 장마기와 7~8월 고온다습한 조건에서 급속히 확산됐고, 8월 이후 잦은 강우로 사과 주산지에서도 수확기 탄저병 피해가 잇따랐다.


2023년에는 혹명나방이 문제였다. 장마 장기화로 7~8월 적기 방제가 어려웠던 데다 폭염이 겹치면서 충남 2만ha 이상, 전남 1만ha 이상, 전북·경남 각 1,000ha 이상에서 피해가 확인됐다. 태안·서산 등 충남 서해안 지역은 필지의 80~90%가 피해를 입어 ‘역대급’으로 기록됐다.


2024년에는 벼멸구가 대발생했다. 전국 피해면적은 3만 4,140ha로 전년(1,046ha)의 33배에 달했으며, 전남 1만 9,603ha, 전북 7,187ha가 최대 피해지역이었다. 정부는 당시 병해충 피해로는 처음으로 벼멸구 피해를 농업재해로 인정하고 농약대 79만 원/ha, 대파대 352만 원/ha 등을 지원했다.


지난해에는 깨씨무늬병이 뒤를 이었다. 7~8월 기록적 고온과 9월 잦은 강우로 전국 3만 6,320ha에서 발생해 전년(1만 5,281ha)의 2.4배, 최근 5년 평균(1만 5,740ha)의 2.3배로 5년 내 최대를 기록했다. 전남 1만 3,337ha(36.7%), 충남 7,787ha, 경북 7,281ha, 전북 4,432ha 순이었다. 당시에도 정부는 농업재해로 인정하고 피해 벼를 전량 매입했다.


이처럼 해마다 이어지던 대발생도 올해는 사실상 ‘공백기’였다. 농약 유통 현장에 따르면 올해 벼 병해충은 이삭도열병·멸구류·혹명나방·깨씨무늬병 모두 특별한 대발생 없이 지나갔고, 과수·채소 병해도 예년 수준을 밑돌았다. 그만큼 긴급 방제용 살균제·살충제 수요가 줄어 농약 제조회사들의 하반기 매출이 예년에 비해 상대적으로 위축된 것으로 파악됐다.

 

다만, 업계에서는 “병해충 대발생이 없었던 것은 농가 입장에서는 다행스러운 일”이라며 “농약 매출 감소를 병해충 탓으로만 돌리는 것은 조심스럽다”는 분위기도 함께 감지된다. 아울러 2024년도의 경우 9월 출수 이후에도 벼멸구가 대발생했던 전례가 있는 만큼 수확기까지 방심은 금물이라는 전망도 내놨다.


실지로, 9월 초까지 이어지는 고온으로 벼멸구의 세대교체가 빨라지면서 수확기를 앞둔 충남 서해안 일대 논에는 최근 벼멸구가 발생했다. 보령시농업기술센터는 지난달 31일 농촌진흥청·충청남도농업기술원과 벼 병해충 중앙·지방 합동 예찰을 벌인 결과 웅천읍·주산면·미산면 등 서해안 인접 지역을 중심으로 벼멸구 밀도가 증가한 것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이에 앞서 서천군농업기술센터도 정밀 예찰에서 미르찰·한아름찰 등 감수성 품종을 중심으로 벼멸구 약충과 성충 밀도가 늘고 있다며 농가에 서둘러 방제에 나설 것을 당부했고, 전남 고흥군에서도 관내 논에서 벼멸구 발생이 확인돼 예찰·방제를 독려하고 나섰다. 《관련기사 2026.09.03. 「인터넷」 ‘서해안 논 벼멸구 경보…보령·서천·고흥 밀도 증가’》


특히 벼멸구는 수면에서 10㎝가량 위쪽의 볏대 하단부에 붙어 즙액을 빨아먹는 습성 탓에 논 밖에서는 초기 발생을 알아차리기 어렵고, 밀도가 높아지면 등숙률이 떨어지고 심하면 벼 포기가 무더기로 말라 죽는 ‘호퍼번(hopper burn)’ 현상으로 이어질 수 있다. 따라서 해당지역 농업기술센터 관계자들은 중만생종 기준 포기당 약충·성충 2마리 이상 발견되면 신속히 적용약제를 포기 하단부까지 흘러내릴 수 있도록 충분히 살포해야 한다고 지도하고 있다.

 

짧은 장마·가뭄 지속…기상악화 ‘악재’로 작용
비선택성 제초제 사용량도 눈에 띄게 줄었다


세 번째 악재는 날씨다. 올여름은 장마가 늦게 시작해 짧게 끝난 뒤 남부지방을 중심으로 가뭄이 8월 중순까지 이어졌고, 그 와중에 중부와 호남에는 국지성 호우가 번갈아 쏟아지는 ‘3중 기상 악재’가 겹친 한 해였다. [표3]

 

먼저, 장마가 짧았다. 기상청에 따르면 올해 장마는 6월 말 제주와 남부지방, 7월 초 중부지방에서 시작됐다. 대부분 지역이 6월 중순에 장마에 들어갔던 지난해보다 약 2주 늦었다. 종료는 제주 7월 19일, 중부·남부 7월 26~27일(잠정)로 4주를 넘기지 못했다.

 


제주의 경우 장마 기간이 20일에 그쳐 평년(32.4일)보다 12일 이상 짧았고, 남부지방 역시 6월 말부터 7월 중순까지 비가 거의 내리지 않는 ‘마른장마’가 이어졌다.


다음은 가뭄이다. 7월 전국 강수량은 220.0mm로 평년(296.5mm)의 72.3%에 그쳤고, 강수일수도 13일로 평년보다 1.8일 적었다. 특히 경남은 7월 강수량이 평년의 21.9%에 불과해 역대 최저를 기록했고, 가뭄 발생일수도 20여 일 지속되는 등 전국에서 가장 많았다. 더구나 이 시기에 전국적으로 폭염과 열대야가 가뭄을 부채질했다.


마지막은 국지성 호우다. 7월 상~중순 경기북부와 강원북부 내륙에는 최대 200mm의 물폭탄이 쏟아졌다. 8월 중순에는 남부지방에 집중호우가 몰아쳤다. 8월 말에도 전남과 전북 일대에 사흘간 최대 500mm가 넘는 호우가 쏟아진 데다 만조까지 겹치면서 벼 70ha, 대파 6.5ha 등 76.7ha가 침수됐다. 이 시기 전북 고창지역도 호우로 인해 밭작물 58.55ha가 물에 잠겼다. 추석 대목 출하를 한 달가량 앞둔 멜론·수박 시설하우스가 침수되는 피해가 발생했다.


특히 이 같은 날씨는 비선택성 제초제 시장에 직격탄이 됐다. 농약 유통인들에 따르면 장마가 짧게 끝나고 가뭄이 이어진 7~8월에는 잡초 발생 자체가 더뎌 밭둑·과수원·휴경지 제초 수요가 줄었고, 가뭄에 시달리던 농가들이 제초 작업을 뒤로 미루는 경우도 많았다. 반면 잡초가 자라기 시작한 8월 중순 이후에는 국지성 호우가 잇따라 약제를 뿌리지 못하는 상황이 반복됐다. 여기에 벼 병해충 대발생까지 없었던 만큼 하반기 농약 시장 전반이 ‘위축’된 형국이었다는 평가다.

 

“내년 농약 가격 인상이 올해 ‘리스크’ 돌파구”
2027년 계통농약 가격 현실화 요구 커질 전망


이처럼 올해 ‘환율·병해충·기상악화’라는 ‘3중 악재’가 겹치면서 농약 제조회사들은 “수익성에 치명타를 입었다”는 반응이다. 내년 사업계획을 짜는 데도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 업계는 무엇보다 상반기 고환율에 따른 원가 부담을 내년 가격에 어떻게 반영할지를 최대 현안으로 꼽는다.


제조회사의 한 임원은 “원제 결제 시점의 환율과 지금 환율의 차이는 회사가 감당할 수 있는 범위를 넘어섰다”며 “2027년도 사업분 계통농약 가격은 현실성 있는 수준의 인상이 불가피하다”고 강조했다.


여기에 올해 판매 부진으로 쌓인 일선 재고가 내년 신규 매출을 잠식할 가능성까지 높아 내년 농약 시장은 가격 인상 폭과 재고 소진 속도가 맞물린 ‘고차방정식’이 될 것으로 보인다. 결국 농약 제조회사들은 “올해는 병해충 대발생이 없어 농가로서는 다행이었지만, 회사로서는 환율과 짧은 장마·가뭄·국지성 호우라는 날씨 변수에 발목 잡힌 한 해였다”며 “내년에는 가격 현실화를 통해 최소한의 경영 안정성을 확보하는 것이 과제”라고 입을 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