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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학순 칼럼

박스권에 묶인 친환경농업…실효성 묻다

박학순의 주섬주섬

 

최근 수년간 농정 당국은 물론 지자체까지 나서 친환경농산물 재배 면적 확대와 친환경농가 육성을 내용으로 한 그랜드플랜을 그려냈지만 현실적으로 마주한 결과는 초라하기 그지없다. 인증면적 비율은 여전히 한 자릿수에서 정체상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고 오히려 관행농으로 회귀하는 농가가 늘고 있어 인증 농가 수 역시 해를 거듭할수록 줄고 있다. 정책 의지만 높았을 뿐 현장에선 받아들여지지 않는 모양새다.


정부는 지난해 말 2030년까지 친환경 인증면적을 유기농 5%, 무농약 4% 수준으로 확대하고, 화학비료와 합성농약 사용량을 단계적으로 줄여 농업 환경 부담을 완화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환경과 조화되는 지속가능한 농업’을 장기 비전으로, ‘친환경 유기농업 2배 확대’라는 국정과제를 이행하는데 초점을 맞추겠다는 계산이다.
세부 방안으로는 직불제 개편과 공공급식 확대, 유기가공식품 육성, 인증제도 개선 등의 내용을 담았다. ‘제6차 친환경농업 육성 5개년 계획(2026~2030)’에서다.


그러면서 정부는 그간에도 친환경농업 육성을 위한 기본계획을 추진해 왔으나 최근 기후변화와 고령화, 생산비 상승 등 여건 변화로 인증면적과 소비 확대에 한계가 있었다고 인정했다. 동시에 전환 전략도 제시했다. 구조적 문제 해소를 위해 민·관이 참여하는 논의 구조를 통해 제6차 계획을 마련하고, 생산기반 확충과 소비 확대, 인증제도 개선을 동시에 추진하겠다는 것이다.


‘친환경농산물 인증제도’는 정부가 지정한 전문인증기관이 엄격한 기준으로 선별·검사하여 화학 자재를 사용하지 아니하거나 사용을 최소화한 건강한 환경에서 생산한 농산물임을 인증해 주는 제도로 ‘유기’와 ‘무농약’ 인증으로 나뉜다.


‘유기’ 인증은 합성농약과 화학비료를 사용하지 않고 재배한 농산물과 항생제와 항균제를 첨가하지 않은 유기사료를 먹여 사육한 축산물임을 보증하는 제도다. ‘무농약’ 인증은 합성농약은 사용하지 않고 화학비료는 최소화하여 생산한 농산물임을 보증하는 제도다. 인증을 받은 농산물은 국가에서 인증한 친환경 인증마크를 부착하여 판매할 수 있다. 소비자는 이를 통해 신뢰할 수 있는 안전한 농산물을 선택할 수 있다.


사실상 정부가 친환경농업 육성의 한계를 인정하고 새로운 전략도 제시했지만, 현실의 친환경농업 성적을 보노라면 장밋빛 정책을 무색케 한다.

 

친환경인증 감소‥정책 실효성 도마 위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가 발표한 2025년 친환경농산물 유통실태 및 농업 소득, 학교급식 현황조사 ‘친환경농산물 유통 실태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2024년 한 해만 해도 전년대비 인증 건수는 물론 농가 수, 인증 면적, 출하량 모두에서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소득 또한 일반농산물보다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농산물 생산량 대비 친환경 인증농산물이 차지하는 비중도 4.8% 내외서 등락을 거듭할 뿐이다.


토양, 물, 생물다양성을 보호하고 농업인과 소비자의 건강을 함께 고려하는 것을 목적으로 마치 금과옥조처럼 키워온 친환경농업 육성 성적표라 하기엔 의아하며 웃픈 결과다. 2030년까지 화학농약 사용량을 50% 감축하는 것을 목표로 설정하고 있는 정부의 감농약 정책에도 불구하고 매년 성장을 거듭하고 있는 ‘관행 방제 시장’과는 사뭇 대조되는 성적표로 ‘정책 상징성’이 여간 커 보이지 않는다.


지난 2024년을 기준으로, 2020년과 비교해 보면 친환경농업의 감소세는 더욱 가파르다. 비교적 감소폭이 적은 인증 건수와 출하량은 차치하고서라도 인증 농가 수와 인증 면적의 감소 폭은 자그마치 20%를 넘보는 수치다. 지원 정책의 전면 재설계를 연상케 한다.[표]

 


자료에서는, 2020년 이후 친환경농산물 인증 수치는 감소하고 있으나 유기농가가 증가하고 친환경농업직불금 단가 인상과 벼 재배면적 조정 제외 등으로 인해 반등을 기하고 있다고 눈물겨운 희망 불씨를 키우고 있다. 하지만 과연 지금과 같은 방식으로 그 불씨가 살아날지는 불문가지다.


친환경농업이 지속 확대되지 않은 이유는 한두 가지에 국한하지 않겠지만, 무엇보다 생산량 감소와 높은 비용, 불안정한 판로 때문이라고 전문가들은 분석한다. 공급과 수요의 미스매치도 없애야 한다. ‘만들면 뭐하나’식의 농업인의 볼멘 소리가 없어지도록 해야 한다. 현장과 맞아떨어진 정부의 지원 확대와 기술 혁신, 안정적인 유통망 구축, 특히 소비자의 인식 개선이 함께 이루어져야 친환경농업이 지속 성장할 수 있을 것이다.


정부는 인증 면적과 소비 확대 한계 원인으로 최근의 기후변화와 고령화, 생산비 상승 등 여건 변화로 규정하고 있지만, 생산비 증가와 노동력 부족, 판로, 인식 및 절차 개선 등으로 좀 더 상세히 들여다볼 필요가 있겠다.
다행히 정부도 친환경농업 확대를 위해 인증제도를 일부 합리화하거나 완화하는 방향을 추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농산물 안전과 소비자 신뢰에 직결되는 핵심기준은 유지하되 농업인 부담 완화 및 인증절차를 개선하는 것에 초점을 맞추고 있어 지지를 받고 있는 분위기다.


이젠 성공하지 못한 정책의 잔해를 치워야 한다. 1차적 생산단계에만 집중된 보여주기식 지원이나 목표에만 급급해서는 안 된다. 장기적 로드맵이 결여된 정량적 지표에만 매달려서도 안 된다. 인증 확대보다 ‘농가소득 안정’이 먼저여야 한다.


이상과 현실 사이에서 흔들리는 친환경농업이 현장에서 움직이도록 곧은 방향을 세워야 한다. ‘친환경’ 구호만 외쳐서는 농업인의 손길을 붙잡을 수 없다. 현장의 목소리를 담은 보다 정교하고 현실성 있는 ‘친환경농업 2.0’의 단단한 밑그림을 그려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