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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뉴스

‘저가 경쟁’→‘생태계 경쟁’…“농약 가격 전쟁 끝 보인다”

3년 끌어온 글로벌 작물보호제(농약) 치킨게임 마무리 국면
중국 업체는 ‘수직계열화’, 선진 기업은 살포 기술로 ‘승부수’

 

3년 가까이 이어진 글로벌 농약(작물보호제) 시장의 출혈 경쟁이 마침내 전환점을 맞고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가격 인하와 공급 과잉, 극심한 경쟁으로 얼룩졌던 세계 작물보호제 시장에서 경쟁의 축이 단순한 가격 싸움을 넘어 공급망 장악력, 기술력, 전략적 제휴를 아우르는 ‘통합 비즈니스 생태계’ 경쟁으로 옮겨가고 있다는 분석이다.


스미토모화학 라틴아메리카의 후안 마우리시오 갈린도(Juan Mauricio Galindo) 전략구매·비즈니스인텔리전스 총괄은 최근 이러한 진단을 내놨다. 그의 분석은 글로벌 농약 업계가 최근 수십 년 사이 가장 격동적이었던 사이클의 후유증에서 벗어나는 시점에 나온 것이어서 주목된다. 2022년 이후 제조사와 유통업체들은 재고 누적, 농가 수익성 악화, 제네릭(복제 농약) 업체들의 공격적 저가 공세, 주요 농업 지역의 수요 부진이라는 사중고(四重苦)에 시달려 왔다.

 

‘물량 공세’ 접은 중국…원료~물류 수직계열화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중국 대형 농약 기업들의 체질 전환이다. 중국 주요 외신을 종합하면, 훙타이양(Red Sun)·레인보우(Rainbow)·필라킴(Pilarquim) 같은 업체들은 더 이상 저가 수출에만 매달리지 않는다. 대신 원자재 조달부터 원제(原劑) 생산, 제형화, 물류까지 아우르는 ‘수직계열화’ 전략을 앞다퉈 추진하고 있다.


핵심은 ‘규모의 경제’가 아닌 ‘구조적 원가 우위’다. 피리딘(Pyridine) 같은 전략 중간체를 직접 확보해 원자재 가격 변동에 대한 내성을 키우는 것이 대표적이다. 물량 중심 모델에서 공급망 효율과 부가가치 창출 중심 모델로 이동해 온 중국 작물보호 산업 전반의 진화가 이제 뚜렷한 흐름으로 자리 잡았다는 평가다.

 

 

이제 ‘뿌리는 기술’ 경쟁…살포 비용 30~50%↓


혁신의 무게중심도 신제품 개발에서 ‘어떻게 뿌리느냐’로 이동하고 있다. 갈린도(Galindo) 총괄은 코르테바(Corteva)와 애그젠(AgZen)의 제휴를 대표 사례로 꼽았다. 살포 정밀도를 높이고 약제 손실을 줄이는 기술은 살포 비용을 30~50% 낮출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화학 물질 그 자체를 넘어서는 가치가 만들어지고 있는 셈이다.


미래의 경쟁 우위가 제조 효율보다는 ‘농가가 한 번의 살포에서 최대 효과를 얻도록 돕는 능력’에서 갈릴 수 있다는 얘기다. 공급업체 입장에서 시사점은 분명하다. 전문가들은 “원제만 파는 시대는 끝났다”며 “제품에 디지털 도구, 살포 기술, 농경학적 지원까지 결합한 통합 솔루션을 제공해야 살아남는다”고 조언했다.

 

‘이윤’ 바닥 다지기 신호…회복은 ‘부익부 빈익빈’


글로벌 농화학업계가 가장 주목하는 신호는 수년간 압박받아 온 이윤(利潤)이 안정화 조짐을 보인다는 점이다. 글로벌 농약 시장은 여전히 공급 과잉과 비탄력적 수요라는 구조적 한계를 안고 있다. 그러나 종자·작물보호제·디지털 농업 플랫폼을 통합할 역량을 갖춘 기업들을 중심으로 시장 재편의 징후가 나타나고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공통된 진단이다.


이런 기업들은 제품 판매에만 의존하는 경쟁사들에 비해 추가 가치를 확보하고 이윤을 개선할 여지가 크다. 다만 회복은 고르지 않을 전망이다. 규모, 기술 차별화, 공급망 통합 어느 것도 갖추지 못한 기업들은 앞으로도 상당한 압박에 시달릴 가능성이 크다는 판단이다.

 

아시아, 브롬 70% 생산…격전지 ‘공급망 정보전’


제품 가격도 여전히 중요하지만, 진짜 격전지는 공급망 상류(上流)로 이동했다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농자재 기업들은 황린(黃燐), 글리신, 트리에틸아민(TEA), 브롬, 석유화학 파생 원료 등 제초제·살충제·살균제 생산 원가를 좌우하는 핵심 원자재를 실시간으로 추적하고 있다.


공급망이 거미줄처럼 얽혀 있는 탓에 에너지 가격이나 물류비, 핵심 중간체 가격이 출렁이면 그 충격이 원제를 거쳐 완제품 가격으로 빠르게 전이된다. 특히 브롬은 전 세계 생산량의 70% 이상이 아시아에 몰려 있어 물류 차질이나 급격한 가격 급등에 노출될 위험이 크다는 지적이다.

 

‘거래’에서 ‘생태계’로…2026년 새 경쟁 시대 원년?


갈린도 총괄 분석의 결론은 농약 산업이 순수한 가격 전쟁의 국면을 벗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경쟁 우위는 이제 공급망 장악력, 전략적 파트너십, 기술 통합, 밸류체인 전반의 장기적 관계, 즉 ‘생태계의 힘’으로 정의되고 있다.


제조사·유통업체·구매 담당자들에게 성공의 열쇠는 최저가 협상이 아니라 농자재 이면의 경제 구조 전체를 읽어내는 안목이 될 수 있다는 시각이다. 이런 흐름이 이어진다면 2026년은 가격 인하가 아닌 ‘가치 창출’이 글로벌 작물보호 산업의 성장과 수익성을 이끄는 새로운 경쟁 시대의 원년으로 기록될 수 있다는 전망을 덧붙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