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하반기부터 성분 기준에 못 미쳐 폐기되던 가축분뇨발효액이 비료로 되살아나고, 가축분 퇴비를 쓰려는 농업인은 토양·비료 정보 시스템 ‘흙토람’에서 클릭 한 번으로 화학비료 대체량까지 계산된 맞춤 비료사용 처방을 받을 수 있게 된다. 또한, 폭염에 취약한 고령 농업인의 집에는 ‘온열질환 예방요원’이 직접 찾아가고, 치유농업 분야 최고 등급인 1급 치유농업사 국가전문자격시험도 처음 치러진다. 농촌진흥청은 이달 1일 이런 내용을 담은 ‘2026년 하반기부터 달라지는 주요 정책’을 발표했다.
0.1%포인트에 갇혔던 785만t…가축분뇨, 비료로 되살린다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가축분뇨발효액의 공정규격 완화다. 농진청은 지난 5월 12일부터 가축분뇨발효액의 주성분(질소·인산·칼리) 합계량 최소 기준을 기존 0.3%에서 0.2%로 낮췄다. 그동안 축산농가와 자원화시설에서 생산한 발효액 상당량이 이 기준에 조금 못 미친다는 이유로 비료로 쓰이지 못한 채 폐기됐다. 현재 폐기되는 가축분뇨는 연간 785만t에 달한다.
기준 완화로 농작물 재배 농가는 값이 오른 화학비료 대신 가축분뇨발효액을 안정적으로 공급받을 수 있게 됐다. 발효액은 물과 비료를 함께 주는 관비(灌肥) 방식으로 상시 공급할 수 있어 화학비료 사용량을 60~70% 이상 줄일 수 있다는 것이 농진청 설명이다. 정화 방류 등으로 처리하던 가축분뇨를 자원으로 되돌리면 처리 비용과 온실가스 배출도 함께 줄어든다.
농진청이 소개한 사례를 보면, 한우 200두를 키우는 이모씨는 주성분 합계가 0.3%에 조금 못 미쳐 발효액을 매번 폐기해 왔다. 이씨는 “기준이 완화돼 이제 우리 농장에서 나온 분뇨발효액을 인근 논밭에 비료로 줄 수 있게 됐다”며 “화학비료도 덜 쓰고 처리비도 아낄 수 있어 일거양득”이라고 말했다.
퇴비 처방, 이제 ‘흙토람’에서 클릭 한 번으로~!
가축분 퇴비를 쓰려는 농업인을 위한 비료사용 처방 서비스도 7월부터 개선 사항별로 순차 시행된다. 핵심은 토양·비료 정보 시스템 ‘흙토람(soil.rda.go.kr)’의 기능 확대다. 지금까지는 표준 비료사용 처방을 받아도 화학비료를 퇴비로 얼마나 대체할 수 있는지 따로 계산해야 했지만, 앞으로는 흙토람 PC·모바일에서 작물명과 재배 면적만 입력하면 화학비료 대체 퇴비량이 자동 계산된다.
토양검정을 받은 적 없는 농가도 인근 읍·면·동 대표 필지의 분석값을 활용해 처방을 받을 수 있고, 직접 만든 자가퇴비는 시·군 농업기술센터에 시료 분석을 의뢰해 성분 함량에 맞춘 퇴비처방서를 발급받을 수 있다.
시·군 농업기술센터를 이용하면 분석 비용은 무료다. 농진청은 관행적으로 과다 사용돼 온 퇴비를 적정량만 쓰도록 유도하면 벼의 경우 10a(아르)당 질소 2.5kg, 인산 4.5kg, 칼리 3.2kg을 절감할 수 있다고 밝혔다.
리플릿 대신 사람이 간다…‘찾아가는’ 폭염 안전관리
여름철 야외 농작업이 많은 고령 농업인은 체온 조절 기능이 떨어지고 초기 대응이 늦어 온열질환 사망 위험이 크다. 농진청은 지난 6월 1일부터 전국 91개 시·군에서 ‘농업인 온열질환 예방 현장밀착 안전관리 지원’ 사업을 시작했다.
그동안 폭염 대책이 리플릿 배포 등 정보 전달 위주였다면, 이제는 시·군당 8명 이상 선발된 선도농업인 출신 ‘온열질환 예방요원’이 취약 농가를 직접 방문한다. 예방요원은 폭염 위험 노출 상황을 점검하고 맞춤형 예방 수칙을 안내하며, 폭염 알림 배지·아이스 목밴드·쿨토시·냉각 조끼·응급 구급 키트 등 예방용품도 지원한다. 지원을 원하는 농업인은 사업 시행 지역의 시·군 농업기술센터에 신청하면 되고, 폭염 중점 관리 기간인 6~8월 집중 지원을 받는다.
몇 해 전 폭염에 쓰러진 경험이 있다는 77세 농업인 박모씨는 예방요원의 방문 점검을 받은 뒤 “누군가 직접 와서 괜찮은지 확인해 준다는 게 마음에 큰 위안이 된다”며 “농사일 그만두라던 자식들도 이제 좀 안심하겠다”고 말했다.
‘1급 치유농업사’ 시대 열린다…9월 첫 국가시험
농업·농촌 자원으로 심리·정서를 치유하는 치유농업 분야에서는 최고 등급인 1급 치유농업사 국가전문자격시험이 오는 9월(1차)과 11월(2차) 처음 시행된다. 그동안 2급 단일 체계로 운영되던 치유농업사 자격이 1급~2급 위계로 완성되는 것이다. 1급은 정신건강·재활 등 심화 영역과 경영·관리 지원까지 다루는 고숙련 전문가 자격이다.
응시하려면 2급 자격 소지자이거나 농업·보건·복지 등 관련 분야 경력·학위 요건을 갖추고, 1급 양성기관에서 이론 60시간·실습 64시간 등 124시간 교육을 이수해야 한다. 양성기관은 수도권 서울특별시농업기술센터, 충청권 단국대 천안캠퍼스, 전라권 전주기전대학, 경상권 경상국립대 등 4곳이 지정됐다. 시험은 치유농업 정보 포털 ‘치유농업ON’에서 접수하며, 1·2차 시험에 최종 합격하면 국가전문자격증이 발급된다.
신선농산물 뱃길 수출, ‘최적 조건’ 통합 검색
신선농산물을 배로 수출하려는 농가와 업체를 위한 ‘CA 수출·품질관리’ 통합 서비스도 6월부터 시작됐다. CA(Controlled Atmosphere) 컨테이너는 온도·습도와 산소·이산화탄소 농도를 제어해 신선도를 유지하는 특수 컨테이너로, 값비싼 항공 수송을 대체할 수단으로 꼽힌다.
그동안 품목별 CA 수송 조건이나 혼합 선적 가능 여부는 개별 자료와 현장 기술지원에 흩어져 있어 접근이 어려웠고, 여러 품목을 한 컨테이너에 싣는 혼합 선적 조건은 현장 경험에 의존해 왔다.
앞으로는 ‘원예작물 CA 수출·품질관리’ 누리집(www.nihhs.go.kr/caContainer)에서 수출 시기·수출국·품목·수송 기간을 선택하면 단일·혼합 품목의 최적 CA 조건과 적재 순서까지 즉시 확인해 실제 수출 공정에 바로 적용할 수 있다.
농진청은 선박 수송 확대로 물류비를 아끼고, 체계적 환경 관리로 클레임을 줄여 원거리 수출국 개척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