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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마기획

농약 출하 쿼터 15년 ‘고착’…업계 “배분 불공정” 불만

농진청, 클로로탈로닐·이프로디온 함유 30개 품목 연간 출하량 규제
쿼터 배정 2022~2024년 출하량 평균으로 한국작물보호협회에 위임
기설정 공급제한 품목 출하량 관리지침 15년 동안 無조정 방치
쿼터 없는 회사들 사업 불가…기존 쿼터 배분회사들 “사실상 권력화”
등록회사별 미출하 쿼터 양도·양수 ‘지난’…“농진청이 재조정 나서야”
클로로탈로닐 356톤·이프로디온 34톤…위반하면 등록취소·징역 3년

 

농촌진흥청이 발암 우려 성분인 ‘클로로탈로닐’과 ‘이프로디온’을 함유한 농약 30개 품목에 대해 회사별 연간 출하한도량을 공식 고시하면서, 15년 넘게 굳어진 ‘쿼터 카르텔’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농약 제조업계 마이너(제네릭) 업체들은 현행 배분 구조가 메이저 업계에 유리하게 고착됐다며 농진청의 ‘적극 행정’을 바라고 있다.


겉으로는 안전 관리 차원의 공급 제한처럼 보이지만, 농약 제조업계 안에서는 현행 고시가 오래된 구조적 불공정을 그대로 굳혀놓은 제도에 불과하다는 불만의 목소리가 나온다.


농진청은 지난 5월 6일 고시(제2026-9호)를 통해 클로로탈로닐과 이프로디온 성분을 함유한 농약에 대해 연간 출하량을 제한하는 지침을 공지했다. 이어 5월 13일에는 품목별·회사별 출하 한도량과 관리지침을 담은 공문을 27개 제조·수입업체 및 한국작물보호협회에 일제히 통보했다.


클로로탈로닐은 주로 과채류, 과수, 잔디 등에 사용되는 광범위 살균제로, 국제암연구소(IARC)가 발암 가능성이 있는 물질(그룹 2B)로 분류했다. 유럽연합(EU)은 이미 2019년 승인을 갱신하지 않는 방식으로 사실상 퇴출 결정을 내렸다. 이프로디온 역시 내분비계 교란 우려로 유럽에서 재등록이 거부됐다. 국내에서는 두 성분 모두 아직 사용이 허가돼 있지만, 농진청은 잔류 위험성을 사전에 관리한다는 차원에서 공급 총량 제한을 택했다.

 


이번 지침에 따라 클로로탈로닐 함유 25개 품목의 연간 출하 총량은 유효성분량 기준으로 356톤 이내, 이프로디온 함유 5개 품목은 34톤 이내로 각각 상한이 설정됐다. 이 기준을 초과하면 해당 품목의 제조·수입정지 6개월에서 최대 등록취소 처분을 받고, 형사 고발 시 3년 이하 징역 또는 1,500만 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진다. 출하실적을 보고하지 않거나 허위로 보고한 경우에도 경고에서 판매정지, 200만 원 이하 벌금이 부과된다.

 

클로로탈로닐(75%) ‘경농 독주’…총량의 47.9% 차지
이프로디온 쿼터 농켐·팜한농·동방 ‘3강 구도’ 고착화


농진청이 이번에 고시한 회사별 출하한도량을 보면, 클로로탈로닐 품목에서 경농의 집중도가 두드러진다. 클로로탈로닐 수화제(75%) 단일 품목에서만 경농의 출하한도가 170.60톤으로 배정돼, 전체 제한 총량 356톤의 47.9%를 차지한다. 여기에 클로로탈로닐 액상수화제(53%) 35.81톤까지 더하면, 경농 한 곳이 클로로탈로닐 관련 물량의 절반을 훌쩍 넘는 비중을 확보하고 있는 셈이다. 팜한농은 수화제 23.92톤을, SB성보는 혼합제 성분 총량이 15.17돈을, 농협케미컬은 ‘크레속심메틸’ 혼합제 8.26톤과 ‘디페노코나졸’ 혼합제 5.52톤 등을 합쳐 비교적 상당 물량을 배정받았다.


반면 △인바이오(8.64톤) △동방아그로(7.87톤, ‘피라클로스트로빈’ 혼합제) △한얼싸이언스(‘디티아논’ 혼합제 3.29톤 등) 등은 각 10톤 이내의 한도에 그쳐 대조를 이룬다. 또한 제네릭 제조회사인 지넥스, 이엑스아이디, 파인아그로케미칼, 피에이치엘 등은 대부분 3톤 미만 수준에 묶여 있다. [표1]

 

 


이프로디온 품목에서는 △농협케미컬이 수화제(50%) 11.6톤으로 가장 많고, △팜한농이 7.9톤 △동방아그로가 입상수화제로 5.5톤을 배정 받았다. 뒤이어 △선문그린사이언스 3.4톤 △아그리젠토가 2.2톤 △바이엘크롭사이언스 1.6톤(액상수화제) 등을 부여받았다. 반면 △유원에코사이언스(0.07톤) △한얼싸이언스(0.07톤) 등 일부 업체는 사실상 명목상의 쿼터만 부여받은 상황이다. [표2]

 

 

 

협회에 위임한 쿼터 배정 권한…‘권력화’ 비화 자초


‘클로로탈로닐’과 ‘이프로디온’에 대한 공급 제한의 핵심은 숫자(회사별 쿼터량) 자체보다 그 숫자가 어떻게 결정되느냐에 있다는 지적이다. 농진청은 품목별 연간 총량만 설정·규제하고, 실제 회사별 세부 쿼터 배분과 조정 권한은 한국작물보호협회에 위임해 왔다. 현행 구조에서 협회는 대략 10년 주기로 쿼터를 재검토해야 하는데 현재까지 재검토 한적이 없고, 이 오랜 기간 재검토 없는 현실은 시장 진입 업체나 물량 확대를 원하는 제네릭 제조업체들의 발목을 잡는 근본 원인이 되고 있다.


특히, 문제로 지적되는 사안은 회사별 미출하(未出荷) 쿼터의 처리다. 지침상으로는 등록회사 간 출하량 양도·양수가 가능하도록 규정돼 있고, 매 분기 말까지 협회장의 승인을 받아 조정할 수 있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이 제도가 거의 작동하지 않는다는 것이 업계의 공통된 지적이다. 배정 쿼터를 다 소화하지 못하는 A회사가 있더라도 쿼터가 절실히 필요한 B회사가 양도를 요청하면 대부분 거절당한다. 가령 “쿼터를 내놓으면 다음 재배정 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다”거나 “경쟁사에 굳이 양도할 필요가 없다”는 식으로 사실상 불필요한 쿼터를 움켜쥐고 있다는 것이다.


작물보호협회 또한 이 같은 관행에 적극적으로 개입하거나 시정을 촉구하지 않는다. 이 때문에 협회는 ‘회사 간 협의를 통해서만 가능하다’는 지나치리만치 소극적 행보로 일관해와 쿼터 품목의 합리적 운영을 저해한다는 비판을 받아 왔다. 협회가 나서서 회원사(제조업체)의 자율 조정을 중재하거나 재배정을 하지 않아 작금의 등록회사별 쿼터량 배분의 왜곡을 불러온다는 지적이다. 다시 말해, 애초부터 쿼터가 많은 회사들은 해가 거듭되면서 사업비중이 줄어 쿼터량을 채우지 못하는 실정인데도 남아도는 쿼터량을 부족한 회사들에게 양도하지 않고 사장시키고 있다.


농약 제조업계의 한 관계자는 “소위 메이저 회사(협회 정회원)들이 협회 운영을 실질적으로 주도하는 상황에서 쿼터 재조정 논의가 시작되더라도 기득권을 지키려는 정회원들의 의도대로 분위기가 흘러가는 건 어쩌면 당연한 일”이라면서도 “사실상 쿼터 조정 ‘권한’을 쥐고 있는 협회가 등록회사 간의 쿼터량 양도·양수 논의에 대해 너무 방관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메이저 “현 체계 유지” vs 마이너 “못 팔면 넘겨야”
“쿼터 양도·양수는 사실상 메이저 회사끼리도 안해”


농약 제조업계는 공급 제한 품목에 대해 메이저 회사와 마이너 회사 간에 다른 입장을 견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메이저 회사들은 쿼터량만큼 팔고 못 팔고를 떠나 현행 쿼터 분배 구조에서 상대적으로 두터운 물량을 확보하고 있다. 이들은 대체로 현재의 체계를 유지하는데 불만이 없어 보인다. 반면, 제네릭 제품 위주의 마이너 회사들은 불만이 많다. 클로로탈로닐 수화제나 액상수화제처럼 범용성이 높은 제품을 생산하는 이들은 메이저 회사가 독점적으로 확보한 다량의 쿼터를 소화해 내지도 않으면서 양도마저 거부하는 현실에 불만을 토로한다.


마이너 회사의 한 관계자는 “공급 제한 품목이더라도 제네릭 회사별로 영업력과 재량에 따라 동등하게 시장에 참여할 권리가 부여돼야 한다”며 “15년 동안 기존 쿼터 변경없는 구조는 사실상 과거 시장 점유율을 영구히 보호해 주는 기득권 장치나 다름없다”고 비판했다.


사실 메이저 회사 간에도 공급 제한 품목의 쿼터 양도·양수는 잘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메이저 회사의 한 임원은 이와 관련해 “특정 연도에 자체 쿼터량보다 더 판매할 수 있을 것 같아 전년도 미출하 물량이 남아 있는 회사에 양도를 제안해 보지만, 선뜻 응하는 회사는 거의 없다”며 “그러다 보니 ‘안 팔면 그만’이라는 생각으로 다른 회사가 양도·양수를 역제안해 오면 거절하게 된다”고 말했다.

 

 

 

농진청 ‘방관’과 협회의 ‘방조’…업계 불만 ‘솔솔’


농진청이 ‘클로로탈로닐’과 ‘이프로디온’ 함유 농약을 쿼터로 묶어 총량만 규제하면서 협회에 조정 권한을 위임해 사실상 재분배나 양도·양수를 방관하는 데는 이들 농약의 출하 또는 사용량을 줄이려는 소기의 목적 달성을 위한 의도로도 읽힌다.


법령상으로도 총량 제한 권한은 농진청장에게 있지만, 세부 배분 조정은 민간 자율에 맡기는 것이 원칙이라는 논리다. 그러나 현실에서 협회 내부의 자율 조정이 사실상 기능하지 않는다는 것이 누차 확인된 만큼, 이를 계속 방치하기는 어려운 상황으로 보인다. 그래서 농약 제조업계의 시각은 사안에 따라 농진청이나 협회와 괴리감이 크다.


현재 공급 제한 품목 쿼터에 대한 농약 제조업계의 요구는 대략 세 가지로 요약된다. 첫째, 농진청이 협회에 전적으로 위임하는 현재 방식에서 벗어나 회사별 쿼터 재조정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 총량 규제만 하고 세부 배분은 협회에 맡기는 구조에서는 이해관계자들 간의 공정한 조정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논리다.


둘째, 쿼터 재조정 주기를 도입해 현재처럼 15년 동안 조정하지 않는 관행을 바꿔야 한다는 요구다. 시장 수요와 업체별 생산 능력, 실제 출하 실적이 빠르게 변화하는 상황에서 15년간이나 등록회사별 쿼터 배분을 재조정하지 않아서는 시장 상황을 반영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실제 출하 실적을 매년 농진청에 보고하고 있는 만큼, 이 데이터를 활용해 쿼터를 탄력적으로 조정하는 것이 기술적으로도 충분히 가능하다는 주장이다.


셋째, 미출하 쿼터에 대한 의무적 양도·양수 제도를 도입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크다. 일정 기간 이내에 쿼터의 일정 비율 이상을 소화하지 못한 경우 해당 물량을 협회 또는 농진청이 강제로 환수해 필요로 하는 회사에 재배분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현행 지침에는 양도·양수 규정이 있지만 강제성이 없어 유명무실하다는 지적이다.


어쨌거나 이번 고시로 클로로탈로닐과 이프로디온 두 성분에 대한 출하 관리 체계가 본격 가동됐다. 제조·수입업체들은 매월 5일까지 전월 출하실적을 작물보호협회에 보고해야 하고, 협회는 이를 취합해 매 분기 익월 15일까지 농진청에 보고해야 한다. 출하한도 초과가 확인되면 협회는 즉시 농진청에 통보해야 하며, 농진청은 행정처분 및 사법 고발 여부를 결정하게 된다.


몇몇 전문가들은 이번 공급 제한 조치 자체보다 이를 계기로 쿼터 배분 구조의 투명성과 공정성을 전반적으로 재검토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농약 성분의 안전 관리가 목적이라면, 그 관리 방식이 특정 업체에 대한 사실상의 시장 보호막이 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15년 동안 변화가 없었던 기존 공급 제한 농약 품목의 출하량 관리지침 및 클로로탈로닐과 이프로디온의 규제 일정이 중장기적으로 가시화될수록, 남아 있는 물량을 누가 얼마나 가져가느냐를 둘러싼 업계간 갈등은 격화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