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과 신선도유지 전문가인 임원순 K-Agro 대표는 20년 전 국내에 처음으로 신선도유지제가 도입되는 것을 현장에서 지켜봤다. 당시 임 대표는 국내 유수의 농약기업 경북지역 지점장으로 일하고 있었다. 지금은 신선도유지제 처리를 대리점에서 담당하고 있지만 초창기에는 지점에서 직접 농가를 방문하여 처리했다.
“국내 최대의 사과산지에서 농약 지점장을 했던 만큼 가장 먼저 신선도유지제를 만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죠. 처음엔 소극적이었던 시장의 반응이 해를 거듭하면서 차츰 달라졌어요. 농가는 비용 증가로 망설였지만 신선도유지 처리 유무를 따지는 상인들이 늘어나면서 필요성을 인정하게 됐습니다.”
사과 저장이나 유통에 대해 잘 모르는 소비자들도 사과의 아삭함을 오랫동안 즐길 수 있다는 사실을 크게 반겼다. 지자체 보조가 생기면서 신선도유지제 처리는 현재 수확 후 사과를 장기 보관하기 위한 필수적인 공정으로 자리잡고 있다.
신선도유지제의 핵심 원리는 원엠시피(1-MCP)의 발생과 작용이다. 이는 국내 주요 제품들의 공통적인 작용 원리이다. 수확 후 과실은 스스로 호흡하여 노화를 촉진하는 식물호르몬 에틸렌 가스를 방출한다. 그런데 1-MCP가 에틸렌 가스 결합을 차단함으로써 과실의 숙성과 노화를 방지해 장기 보관할 수 있게 해주는 것이다.
임원순 대표는 현재 ‘프레쉬킹(한국삼공)’을 보급하며 대리점들과 함께 경북지역 사과의 신선도유지 처리를 확산시키고 있다.
“신선도유지제의 효과는 저장성을 좋게 하는 것이죠. 사과의 경도와 산도를 높이고 중량감소율과 부패율을 최소화 하여 신선함을 장기간 유지시켜 줍니다.”
‘프레쉬킹’ 처리 후 상온 보관 대조시험에서 경도의 경우 처리구가 무처리 대비 39% 높았다. 산도에 있어서는 처리구가 무처리 대비 무려 83%의 차이가 나타날 만큼 높았다. 반대로 중량감소율은 처리구가 무처리 대비 40% 낮아졌다. 부패율은 처리구가 무처리 대비 85% 감소할 정도로 크게 낮았다.
수확 1일후 1회 처리하면 신선도유지의 효과를 볼 수 있다는 점도 큰 매력이다. ‘프레쉬킹’은 수확 1일 후 1회 70mg/m2의 약량을 24시간 끓는 물을 이용해 밀봉처리하거나 상온의 물을 이용해 16시간 교반 밀봉처리하는 방식이다.
임 대표는 저장고 소독-실제처리-장비수거를 위해 적어도 농가를 3회 방문하고 있다고 밝혔다.
“소독은 장기저장에 앞서 저온저장고 안의 세균을 제거하는 작업이에요. 신선도유지 업무를 하는 대리점이 서비스 차원에서 무료로 진행하는 경우도 많아요. 작업의 첫 단추라고 할 수 있죠.”
두 번째, 신선도유지제는 가스 처리이기 때문에 저장고의 밀폐도가 매우 중요하다.
“처리 시에 가스가 완벽하게 퍼져야 이후 과실의 에틸렌 생성을 확실하게 막을 수 있습니다. 신선도유지 처리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죠.”
세 번째, 장비수거는 마지막 점검이자 농가에게 저장고 관리방법을 알려주는 기회로 삼고 있다. 신선도유지처리를 한 다음 1개월 간 매일 30분 이상 환기를 하고 저장고 온도를 0±0.5°C로 유지하며 90~95%의 습도를 지켜야 한다.
“20년 전 신선도유지제가 처음 도입됐을 때 약제처리 후 저온저장고의 환기를 하지 않아 사과 내부갈변이 일어난 웃지 못할 일도 있었어요. 환기는 문을 열고 선풍기를 회전시키면서 공기를 밖으로 빼내면 됩니다. 한 달간은 매일, 그 다음은 횟수를 줄이는데 환기를 잘 시키면 과실의 신선도가 더 오래 가므로 간단하지만 중요한 일이에요.”
임 대표가 보급하고 있는 ‘프레쉬킹(한국삼공)’은 신선도유지제 시장에서는 후발주자로서 인지도와 점유율을 높여가고 있다. 올해 시장 점유율을 한 단계 높이고 내년까지 30% 이상의 점유율을 목표로 하고 있다.
“프레쉬킹은 미국 EPA(환경보호청)에 등록되어 전 세계 여러 국가에서 사용되고 있습니다. 장점은 원제 함량이 높고 약효의 발현 속도가 빠르면서 저렴한 비용으로 농가에 경제적인 이익을 준다는 점입니다.”
기후변화로 과실 신선도유지 중요성 부각
최근 심각한 기후변화는 과실 신선도유지 처리의 중요성을 더욱 부각시키고 있다. 올해만 해도 산불로 인해 경북지역의 사과가 큰 타격을 입었다. 기후변화 피해를 극복하기 위해 정밀재배 과정도 중요하지만 알맞은 처리를 통해 신선도를 오래 유지시키는 방안에도 관심이 한층 높아졌다.
사과 신선도유지 전문가인 임원순 대표는 신선도유지제 적용 작물이 확장될 수 있는 가능성도 내다보았다. 현재는 사과와 함께 단감, 포도에 적용이 가능하다. 향후에는 부패율이 높은 과일이나 출하시기 조정 등이 필요한 작물까지 확산될 여지도 조심스레 점쳤다.
농가 입장에서 신선도유지제 처리를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방안은 무엇일까?
임 대표는 “장기저장을 위해서는 수확을 늦추지 말고 가급적 당겨서 하고 수확하자마자 저온저장고에 넣어서 최대한 빠르게 신선도유지제 처리를 하라”고 조언했다.
농가에서 까다로워 하는 습도 관리를 위해 최근 농업용 ‘원심식 가습기’도 도입했다. ‘원심식 가습기’는 초미세 분무를 통해 전체 균등 습기 관리가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
사과 신선도유지제 처리의 수요가 폭발하는 시기가 11월이다. 단풍 즐길 여유도 없이 꽉찬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는 임원순 대표가 ‘11월의 남자’라는 호칭에 그저 파안대소했다.(문의 010-3522-3377)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