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와 같은 농업생산성의 비약적 성장 배경에는 비료 농기계와 더불어 농업의 약제인 ‘농약(農藥) 사용’이 획기적으로 기여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그럼에도 한때는 오남용으로 인한 일부 부작용과 사용 후 들녘에 버려지는 빈 용기 등으로 인한 농촌 환경오염 우려 등이 제기되면서 마치 자재 ‘고유 부작용’인 양 인식되는 곤혹스러움을 겪기도 했다.
그러나 최근에는 농약 자체의 안전성 진보는 물론 수거 체계 완비와 수거비 현실화, 사용자의 농촌환경 오염 인식 개선 등으로 높은 수거율을 나타냄으로써 농약 안전성 문제 및 환경오염이란 고정적 불편 이슈와 괴리되며 안정 및 소강상태를 보이고 있다.
이런 가운데 높은 수거율과는 무관하게 농약 빈 용기 발생량과 수거목표량 책정이 다소 비현실적일 수 있다는 시각이 일고 있어 이에 대한 산업계와 관계자들의 심도 있는 논의가 있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2000년대 초까지만 해도 각 회사에서 한국작물보호협회에 제출한 전년도 출하량을 집계, 이를 최종 발생량으로 책정하고 이에 기초해 수거목표량을 결정, 수거비용을 계상하는 체계였다. 그러나 최근 들어서는 각 지자체가 단순 제시한 수거 요구량을 취합해서 목표량을 정하고 있으나 이마저도 제도로 정착되지 못하고 오락가락 하는 등 난맥상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비춰지고 있다.
예상 발생량을 고정할 수 없는 방식이어서 수거 통계의 정확성과 예측성을 기하기 위해 좀 더 합리적이고 적확한 대안이 필요한 대목으로 읽혀진다.
이 같은 현장 분위기와는 달리 실제 농약 빈 용기수거율은 최근까지 목표량은 물론 발생량을 초과 달성하는 것으로 집계돼 기관별 수거비용 분담금도 적지 않게 늘어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지난 2000년대 초까지만 하더라도 수거목표량 대비 수거비율은 특정 해를 제외하고는 90%를 넘기는 등 성과를 내었으나 전체 발생량 대비 실제 수거비율은 50%를 채 넘기지 못하는 산술적 모순을 나타내곤 했었다. 나머지의 행방이 묘연해지는 논란과 의문이 종종 제기되기도 했다.
작물보호협회 자료에 의하면, 2014년을 기점으로 발생량(4737만개) 대비 수거율이 처음으로 80%를 훌쩍 넘겼고 2017년 들어서는 목표량(4300만개) 대비 수거율이 처음으로 100%를 상회하기 시작했다. 급기야 3년 전인 2021년에 들어서는 전체 발생량(5480만개) 및 수거목표량(4553만개) 대비 수거율이 공히 100%를 뛰어넘는 최초의 수거율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다만, 2022년 이후부터는 기존 작물보호협회가 집계한 익년 출하량을 기초로 하지 않고 각 지자체가 요구한 수거목표량만을 제시한 체계여서 기존의 예상발생량을 가늠하기 어렵게 됐다. 당연히 발생량 대비 수거율을 인지하기 어렵다는 것이 관계자의 설명이다.[표1]
2015년 33억8700만원이던 수거비용은 3년 전인 2020년에는 58억3700만원으로 24억5000만원이 늘어났고 이마저도 1년 뒤인 2021년에는 65억300만원으로 늘어나 10년 전에 비해 분담금은 두 배 가까이 늘어났다. 전년대비 11.4%인 6억 6000만원이 늘어났고 이는 수년째 동일한 분담금으로 부과되고 있다.[표2]
1987년 유상수집으로 전환한 이후 개당 30원이던 유리병 수거단가는 1993년 40원, 1994년부터 2016년까지 50원을 거쳐 2017년에는 100원으로 상향 조정됐다. 2008년 30원이던 봉지류 수거단가는 2014년 60원을 거쳐 2017년에는 33% 오른 80원으로 상향 조정돼 현재에 이르고 있다.
이에 따라 사용하고 난 빈 용기는 한국환경공단 또는 농협에서 병류는 kg당(16개 상당) 1600원(100원/개), 봉지류는 kg당(46개 상당) 3680원에 유상으로 수집하고 있다.
모두 5번의 수거 체계 변화를 거치면서 농약 빈 용기 수거 효과는 정점에 이른 모양새다. 농약 용기의 진화와 수거단가의 상향화, 사용자 인식 개선, 수거체계의 세분화 및 홍보 강화 등 4자가 어우러져 시너지 효과를 낸 결과로 풀이된다. 덕분에 세간의 관심과 이슈로부터 멀어진 듯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