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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밭작물 농업기계기술 고도화로 생산성 향상 꾀한다

농진청, 밭작물 전과정기계화 체계 마련
농촌 고령화·심각해진 노동력 문제 해결
농업인 소득·삶의 질 향상…식량안보강화

 

농촌 고령화와 코로나19로 인한 농촌 인력부족의 문제가 한층 심각해지면서 밭작물 농업 기계화 사업에 대한 사회적인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농촌진흥청(청장 허태웅)은 2012년부터 ‘밭작물 생산 전과정기계화 체계 확립’에 나서고 있다. 경운·정지에서 수확까지 주요 밭작물의 생산 기계화 체계를 만들고 있는 것이다.

 

그 대상은 주요 10작물이며 경운·정지, 비닐피복, 파종, 정식, 방제, 수확 등의 생산 전과정 기계화를 통해 노동력을 절감하고 생산성을 제고하고 있다. 지금까지 추진한 생산 전과정 기계화를 통해 달성된 노동력 절감율은 마늘 41%를 비롯해 양파 76%, 고구마 28%, 감자 54%, 콩 95%, 잡곡 40%, 무 60%, 배추 56%, 참깨 65%, 들깨 58% 등이다.

 

농가인구 감소와 고령화에 따라 농업기계화에 대한 요구는 점차 증대하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한 외국인 계절노동자 입국 제한 등으로 최근 농업 노동력 부족 문제는 더욱 심각해졌다. 농작업 기계화를 통한 농업 생산력 향상으로 밭작물 식량안보를 강화해야 한다는 당위성도 커졌다. 기계화는 노동력 및 생산비용을 절감해 농가소득 제고 및 농업인 삶의 질 향상도 가져올 수 있다.

 

고추 등 기계화적응 36품종 개발

14작물의 재배양식 표준화 추진

농진청의 밭작물 생산 전과정기계화 체계는 국립식량과학원과 국립원예특작과학원의 기계화 적응 재배기술 개발과 국립농업과학원의 전과정기계화를 통해 추진되고 있다.

식량원과 원예원의 기계화 적응 품종은 고추, 콩, 참깨, 잡곡 등 36품종이 개발되고 있다. 고추는 일시수확률, 기계적응성, 뿌리뽑힘 등을 고려해 기계 수확에 적합한 ‘적영’ 등 3품종이 개발됐다. 콩은 탈립·병·쓰러짐에 강하고 착협고(지표면에서 가장 가까운 꼬투리의 높이)가 높은 ‘선풍’ 등 18종이 개발됐다.

팥은 기계수확에 적합하도록 초형이 개선된 직립형 ‘아라리’ 등 7종이 개발됐다.

참깨는 표준(양백깨)에 비해 내탈립 4배이며 쓰러짐에 강한 ‘고품’, 조는 키가 작고 쓰러짐에 강한 직립 초형 ‘삼다찰’·‘단아메’ 등 4종, 수수는 키가 작아 콤바인 수확에 적합한 ‘소담찰’ 등 2종이 개발됐다.

고구마는 기계화 적응성이 우수한 고구마 신품종 ‘소담미’가 개발됐다. ‘소담미’는 기계정식에 유리하며 수확시 껍질 벗겨짐이 적어 기계수확 적응성이 우수한 품종이다.

 

이와 함께 마늘, 양파, 무, 배추, 콩, 감자, 고구마 등 14작물의 재배양식 표준화도 추진되고 있다.

 

밭작물 농업 기계화율은 61.9%(2020년 기준) 수준으로 98.6% 기계화를 이룬 논농업 대비 저조하다. 이에 농진청은 2025년 80% 기계화를 목표로 농림축산식품부와 협력해 주요 10작물에 대한 전과정기계화 기술을 개발했고 작업체계를 확립했다.

 

마늘·양파는 2012~2014년에 걸쳐 마늘 파종기, 양파 정식기 등 8기종이 개발됐다. 마늘은 쪽분리·선별기, 파종기, 수확기 등이 개발됐으며 양파는 정식기와 수확기가 개발됐다. 그 결과 마늘 농작업은 10a당 278시간 투입됐던 노동력이 164시간으로 41% 절감됐으며, 양파는 214시간/10a에서 58시간으로 76%나 절감됐다.

고구마는 2013년~2015년 정식기와 줄기파쇄기 등 3기종이 개발돼 10a당 70시간 투입됐던 노동력이 50.3시간으로 28% 절감됐다.

 

감자는 2015년~2017년에 걸쳐 파종기, 수집형수확기 등 3기종이 개발된 결과 10a당 54.4시간의 노동력 투입이 25.2시간으로 줄어들어 54% 절감 효과가 나타났다.

 

2016년~2018년 콩·잡곡의 밭작물 농기계 개발도 박차를 가했다. 콩 파종기, 승용형 예취기, 수집형 콤바인 등 7기종이 개발돼 콩은 10a당 28.9시간의 노동력을 들여야 했던 것을 1.4시간으로 절감해 무려 95%의 절감을 달성했다. 잡곡도 85시간/10a에서 51시간으로 절감돼 40%의 노동력 감소가 이뤄졌다.

 

2017년~2020년 무·배추 전과정기계화 기술 체계도 확립돼 6기종의 농기계가 개발됐다. 무의 경우 소형파종기, 복합파종기, 수확기 등이 개발돼 10a당 59.7시간 투입되던 노동력이 24.2시간으로 60%가 줄었다. 배추는 1조 정식기, 2조 정식기, 수확기 등이 개발됐으며 70.9시간/10a의 노동력이 31.4시간으로 56% 줄어들었다.

 

참깨·들깨 전과정기계화도 속도를 내 참깨는 예취기와 탈곡기 개발을 통해 83.9시간/10a의 노동력을 29.5시간으로 65% 절감했으며, 들깨는 정식기, 예취기, 탈곡기, 정선기 개발로 65.4시간/10a 노동력 투입을 27.2시간으로 58% 절감했다.

 

이와 같은 기술 개발을 통해 2016년부터 5년간 농업기계 79종이 개발돼 4만2000대가 보급됐으며 파종·정식·수확기 등 밭농업기계 36종, 시설 19종, 기타범용형 24종 등이다.

 

향후 농진청은 밭작물 농업기계기술을 고도화하고 자동화연구와 연계해 지속 추진한다. 노지 디지털농업 기반 농업기계 개발과 현장 적응성 강화로 기계화율 목표를 달성하고 밭작물 농작업 생산성 향상에 기여한다는 계획이다.

 

 

[인터뷰]

이강진 국립농업과학원 농업공학부장

디지털농업 기반 구축…농촌의 선순환 구조 만든다

 

 

논농업 기계화율은 거의 100%인데 밭농업 기계화율은 지난해 61.9%를 기록해 아직 저조해 보입니다.

지속적인 밭농업기계 개발과 보급 정책으로 밭농업기계화율은 지난 10년간 약 12% 증가했습니다. 밭농업은 논에 비해 기계화 기반이 미흡한 게 사실입니다. 대상작목이 벼 하나인 논농업과 달리 품목과 재배양식이 지역별로 다양하며, 각 작목이나 작업마다 다양한 기계가 필요하다는 애로점이 있습니다. 최근 코로나19 위기를 맞으며 밭농업기계화에 대한 관심이 더해졌다고 느낍니다. 식량확보에 대한 위기감과 인력부족 문제로 인해 우려와 관심의 대상이 된 만큼 오히려 발전의 가능성도 커졌다고 생각해요. 농업공학부 내 밭농업기계화연구팀이 핵심 역할을 하고 있는데 인력과 소요자원의 추가 확보도 필요한 단계라고 봅니다.

 

지금까지 주요 10작물의 생산 전과정기계화 체계가 확립됐습니다. 현장 보급은 원활히 이뤄지고 있는지요.

기계화 기술을 개발하면 수반되어야 하는 것이 농가를 대상으로 하는 현장실증 연구입니다. 현장접목 연구를 거친 후 업체에 기술이전을 해서 실제 보급되는 단계로 가는 것입니다. 또 신기술 시범사업을 통해 현장적응성을 높이고 미비점을 보완합니다. 일례로 마늘파종기와 양파정식기 등은 시범단지 4개소를 조성해 본격적인 보급을 준비하고 있어요. 현장에서 개선점 발굴을 통해 기술 고도화·고성능화 하는 것은 좀더 좋은 기계를 보급하는 지름길이 됩니다.

 

농가인구 감소와 고령화 극복을 위해 시작된 밭농업기계화의 중요성이 점점 증대되고 있는 분위기입니다.

밭농업이 기계화를 바탕으로 고역작업이라는 고정관념을 탈피하고 수익이 창출되는 농업으로 인식이 전환될 경우 신규 농업인(청년·귀농·귀촌 등)의 유입을 통한 농촌 인구감소 해결과 농촌 활력화가 기대됩니다. 아직 많은 노력이 필요하지만, 향후 노지디지털 농업기술이 개발되고 정착되면 직업으로서의 농업의 가치가 더욱 커질 것입니다.

 

밭농업기계화, 노지 디지털농업 기반 구축 등이 빠른 속도로 이뤄질 수 있을까요?

IT기술과 인공지능의 발전, 4차산업혁명 등을 접하며 기술 발전의 속도가 예전과는 비교할 수 없이 빠르다는 것을 실감합니다. 필요한 센서, 신기술 장치 등을 접목한다면 과거 밭농업기계가 하지 못했던 일들을 할 수 있으며 보다 정밀해지고 고도화될 것이라 생각해요. 경험담을 하나 말한다면, 작년에 농업공학부장으로 부임했을 때 과수로봇방제기를 리모콘으로 작동시켰어요. 그런데 현재는 자율주행하며 과수 유무와 형상을 인식해 농약을 살포하는 과수로봇방제기로 발전했습니다. 올해 국가연구개발 우수성과 100선에도 포함됐구요. 우리 업무의 속도를 내기 위한 전략으로 다양한 전공자, 다양한 분야와의 협업을 통한 시너지 효과도 매우 중요합니다.

 

내년에 고도화될 밭농업기계화 주요기술을 소개한다면.

수집형마늘수확기 시범사업이 진행될 예정입니다. 현재까지는 땅에 있는 마늘을 기계가 굴지하면 농민이 나중에 수집해서 저장하는 과정이었습니다. 수집형마늘수확기는 포장에 있는 마늘을 굴지해 수집까지 하는 기술을 탑재합니다. 트랙터 부착형이 아니라 작업자의 편의를 극대화한 자주식 승용수확기로 개발하고 있습니다. 또한 현장의 요구에 따른 과제인데 감자의 눈을 잘라서 파종하는 기술에 초점을 둔 감자자동·반자동 겸용 파종기를 개발할 계획입니다.

 

농업공학부의 연구가 농기계산업 발전과 연계되고 있습니다. 산업체와의 협업사례는 어떤 것이 있습니까?

최근 업체와 공동으로 트랙터용 무 복합파종기(500대 보급), 참깨탈곡기(100대 보급), 양파줄기파쇄기(50대 보급) 등을 개발했습니다. 무인자율주행트랙터, 스마트방제로봇 등도 기업·대학과 함께 개발했어요. 국립농업과학원은 2020년 트랙터를 생산하는 4개 업체 대동, LS엠트론, TYM, 국제종합기계 등과 산업화 및 연구협력 강화를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연구협의체를 결성해 분기별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최근 기업들도 정책개발을 위한 정보공유와 토양, 수확량 등 빅데이터 공유에 관심이 많아졌습니다.

 

농업공학부의 내년 사업 목표와 업무계획은? 아울러 중장기적 계획이 있다면 말씀해주세요.

농업공학부에서는 인공지능, 빅데이터 등을 융복합해 농업용 로봇 기술을 개발함은 물론, 센싱기술 기반의 밭농업기계 고도화를 통해 노지디지털 농업 기반을 구축할 예정입니다. 또한 4차산업화혁명기술의 한 축인 블록체인기술을 활용해 수확후 농산물의 이력추적 기술도 개발할 예정입니다.

여름철 고온기에도 작물을 안정적으로 재배할 수 있는 온실의 구조, 환경최적화 기술을 구명해 첨단디지털온실 모델도 고도화하고 있습니다. 밭농업기계화연구팀이 추진하는 연구와 시험 등도 계절과 기후의 영향을 많이 받습니다. 내년 3월 완공될 첨단디지털온실Ⅱ에는 밭농업기계화연구를 기후·기상 조건에 관계없이 할 수 있는 전용포장 400평도 포함하고 있어요.

 

끝으로 농업공학부의 주요 역할과 관련된 평소 생각을 들려주세요.

우리의 역할은 농업인들이 농사를 짓는데 편리하고 생산성을 높일 수 있는 기계기술들을 개발, 농업을 뒷받침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밭농업 경우도 기계화가 잘 된다면 귀농인, 청년들이 쉽게 들어와 일자리가 창출되고 농촌이 활성화되는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질 겁니다. 또 하나 과거엔 작물이 농민의 발소리를 듣고 자란다는 말을 했지만 이젠 농민이 현장에 나가지 않아도 되는 농업을 만들고자 합니다. 농작물이 농민의 발소리가 아니라 자동화된 시스템 소리를 듣고 잘 자랄 수 있는 데까지 최선을 다하고 싶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