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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마기획

중국 ‘예끼’하면 한국 농약산업 ‘허걱’

중국은 세계 농약시장 ‘맹주’…한국은?
중국정부가 앞장서 농약산업 성장 주도
중국 연간수출량의 0.45% 한국이 수입
그래도 국내수입 복제원제 중국산 일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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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산 완제품 세계시장서 중국산 앞서
복제원제 생산기반 등 제반여건 갖추면
중국보다 월등한 수출경쟁력 확보 가능
국내 농약기업도 ‘변명’아닌 ‘방법’ 필요


“중국 원제가 없다면 한국 농약산업이 버틸 수 있을까요? 근데 중국 입장에서 보면 한국 농약시장은 별게 아니죠.”


중국산 복제원제를 우리나라에 수출하는 현지 딜러의 말이다. 그는 “현재 중국 농약산업은 복제(미투)원제 이외에도 글로벌 원제회사들의 농약원제 수탁생산과 중간체 수출, 그리고 완제품 수출에 이르기까지 전 세계 농약시장을 사실상 독식하다시피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런 관점에서 한국 농약시장은 ‘계륵’에 불과하고, 모든 주도권은 중국 원제회사가 갖고 있다고 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실제로 중국 농약산업은 수출량으로만 따지면 이미 세계 농약시장을 장악하고 있다. 중국 현지 농약원제 수출딜러가 제공한 자료에 의하면, 중국의 연간 농약 수출량은 2019년 기준 145만1200톤(원제 93만2600톤 포함)으로 2018년 140만5300톤보다 4만5900톤이 늘었다. 연도별 농약(원제/완제품) 수출현황을 보면 △2014년 172만1300톤(91억9800만USD) △2015년 159만3300톤(77억500불) △2016년 148만2600톤(60억7500만불) △2017년 162만5400톤(74억3600만불) △2018년 140만5300톤(80억7300만불) △2019년 145만1200톤(75억불)의 농약을 세계시장에 수출하고 있다.[표1]



중국 농약 수출량 255만여톤…세계시장 석권
중국의 이러한 농약산업을 떠받치는 원동력은 500여개의 농약 원제공장과 1300여개의 완제품 공장 등 총 1800여개에 이르는 농약 생산시설에서 비롯되고 있다.[표2]  최근 몇 년간 중국내 환경규제 정책 등으로 시설이 낙후된 중·소형 공장들이 폐쇄되면서 농약 생산시설은 줄어들고 있으나 생산량은 그다지 영향을 받지 않고 있다. ‘2018~2019년 중국의 농약원제 월별 생산량’을 보면 2018년 원제 생산량은 208만2800톤이었으나, 2019년에는 225만4000톤으로 1.4% 가량 증가했다.[표3]  반면 2020년 1~4월 농약원제 생산량은 전년 동기 대비 2.6% 감소한 68만6000톤을 기록했다. 2020년 연간 원제생산 예상량도 220만톤에 그쳐 2019년 225만4000톤보다 5만4000여톤 가량 줄어들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그래픽1]



아시아 시장에 30.8% 수출…남미지역 ‘급부상’
중국의 농약 주요 수출지역으로는 △아시아가 24억8600만불로 전체 수출시장의 30.8%를 차지하는 등 2009년 이후 중국의 최대 농약 수출시장으로 떠오르고 있다. 그 다음으로 △남아메리카 20억9200만불(25.9%) △북아메리카 13억3100만불(16.5%) △유럽 9억1800만불(11.4%) △아프리카 8억1800만불(10.1%) △오세아니아 4억2700만불(5.3%) 순으로 나타났다. [표4]  [그래픽2~4]




중국의 2018년 농약 주요 수출국별 현황을 보면 △브라질이 16만9500톤으로 전체 시장의 12.1%를 차지하고 있으며, 다음으로 △미국 14만2400톤(10.1%) △태국 9만400톤(6.4%) △호주 8만8900톤(6.3%) △나이지리아 6만2700톤(4.5%) △인도네시아 6만800톤(4.3%) △베트남 5만1000톤(3.6%) △아르헨티나 4만9400톤(3.5%) △가나 4만4700톤(3.2%) △인도 3만1800톤(2.3%) 등 Top10 국가가 전체시장의 56.3%를 차지하고 있다.[표5]




그런가 하면 중국은 얼마 전 국영기업인 켐차이나(중국화공그룹)가 신젠타를 인수한데 이어 중국 양대 국유 화합그룹 중의 하나인 시노켐(중화그룹)과 합병을 통해 세계적인 ‘공룡 화학그룹’을 탄생시키기도 했다. 국내 농약업계 한 관계자는 “현재 중국은 수출에 필요한 농약수량을 언제든지 생산해낼 수 있는 체제를 갖추고 있다”며 “여기에 글로벌 신젠타의 마케팅 네크워크를 활용한 수출시장 공략에도 유리한 위치를 점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국내 농약원제 수입의존도 97%…‘종속산업’
반면 한국 농약시장은 중국의 주요 수출국(Top10)에서 한참 멀어져 있다. 우리나라의 농약 수입현황(2019년 농약연보)을 보면 2018년 기준 총수입량은 원제 1만6395톤(4억8842만USD)과 완제품 7972톤(8853만불)을 합해 2만4367톤(5억7695만불)에 이르고 있다. 농약원제 수입의존도가 금액기준 97.1%, 물량기준 88.1%에 달한다. 이 가운데 중국에서 수입하는 농약은 원제 3606톤(7022만불)과 완제품 2957톤(1428만불)을 합해 총 6563톤(8450만불)으로 전체 수입량의 14.4%를 차지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가 중국에서 수입하는 6563톤의 복제원제와 완제품 농약은 중국이 한해(2019년) 전 세계에 수출하는 농약(원제 및 완제품) 145만1200톤(원제 93만2600톤 포함)의 0.45%에 불과할 정도로 수출 비중이 극히 낮다. 하지만 한국 농약산업은 일본, 독일, 미국 등의 오리지널 원제를 제외한 복제(미투)원제(완제품 포함)의 경우 중국산에 절대적으로 의존하고 있다.[표6~7]



이처럼 우리나라 농약산업은 사실상 중국의 ‘종속산업’이 된지 이미 오래다. 국내 농약산업은 그동안 경제논리에 매몰돼 팜한농을 제외하고는 농약 합성원제 생산능력을 완전히 포기했다. 국내 농약업계 관계자는 이에 대해 “국내에서 합성원제를 직접 생산하는 것보다 중국산 원제를 수입하는 비용이 더 저렴했고, 지금까지는 중국산 원제를 수입하는데 별다른 문제가 없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특히 국내 메이저 농약회사들의 경우 오리지널 원제회사에서 단독품목을 받아야 경쟁력이 생기는 상황에서 합성(미투)원제를 자체 생산한다는 것은 오리지널 원제회사의 턱 밑에 칼을 들이대는 행위와 진배없다”며 “국내 어느 제조회사가 오리지널 원제회사에 미운털이 박히면서까지 가격 경쟁력도 없는 합성원제를 자체 생산하는 ‘양날의 칼’을 손에 잡겠느냐”고 반문했다.


합성원제 국산화 기반 필요…정부지원 절실
국내 농약원제 수급문제는 이렇듯 핵심을 비켜난 근시안적 사고에 안주하면서 ‘수입’ 말고는 달리 해결책이 묘연한 상황으로 내몰리고 말았다. 결국 중국의 원제생산 여건이나 환율변동 등은 국내 농약산업에 부메랑이 되고 있으며, 최근의 코로나 팬데믹과 같은 악제가 겹치면 고스란히 허점을 드러낼 수밖에 없는 처지에 놓였다.


농약업계의 한 관계자는 “지난해 한일 무역분쟁 당시 일본정부가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산업에 사용하는 핵심 소재에 대한 수출 규제에 나서면서 국내 기업들이 많은 어려움을 겪었던 경험이 있다”면서 “국내 농약업계가 일정부분의 미투원제 생산능력만 유지하고 있어도 중국산 수입원제의 가격 견제가 가능하고, 유사시 국내 생산량을 일정부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덧붙여 “국내 농약산업은 한중무역 분쟁이라도 생겨 중국이 우리의 약점을 공략해 온다면 사실상 대책이 없다”며 “포스트 코로나 시대의 ‘뉴 노멀(New Normal)’에 대응할 수 있는 자구책 마련이 절실한 상황”이라고 꼬집었다.


“한국산 농약완제품 수출시장에서 인기 높다”
반대로 국내 농약산업의 ‘희망’을 지피는 시각도 적잖다. 우선 세계 어느 나라에서도 “한국제품은 먹힌다”는 점을 꼽는다. 우리나라에서 자체 생산한 농약 완제품과 작물활성제 등을 해외에 수출하고 있는 한 기업대표는 “국내 농약회사들이 해외 수출시장 공략에 적극적이지 않을 뿐이지, 중국산 복제원제를 들여와 국내에서 제조한 농약 완제품인데도 ‘한국산’이라는 한 가지 이유만으로 해외에서 잘 먹힌다”며 “한국 농약산업도 제반여건만 조성되면 중국과 충분히 경쟁할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복제원제 생산도 내수시장만 바라봐서는 수익성 측면에서 경쟁력을 갖지 못하겠지만, 해외시장으로 눈을 돌리면 투자가치가 충분한 영역”이라며 “국내에서 유일하게 원제생산을 하고 있는 팜한농에 대한 정부차원의 지원이 이뤄진다거나, 또 모든 여건을 가진 농협조직이 원제생산에 새롭게 나선다면 국내 농약산업도 향후 중국과의 종속관계를 벗어나 탄탄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중국 정부가 농약수출기업에 ‘무역보험’ 지원
국내산 농약수출 일선에서 활약 중인 관련기업 관계자들은 “정부의 합성원제 생산기반 구축을 위한 지원대책도 반드시 필요하지만, 정부가 지금 당장 풀어야할 과제들도 산적해 있다”고 지적했다. 그 중에서도 ‘무역보험’을 가장 시급한 선결과제로 꼽았다.


농약 수출기업 관계자들이 경험한 사례를 요약하면, 우선 브라질을 비롯한 남미지역은 최근 세계 최대의 농약수입시장으로 급부상하고 있으나 우리나라 농약수출기업들은 발도 들여놓지 못하고 있다. 반대로 중국 농약기업들은 브라질 시장에서만 중국 전체 수출량의 12%가 넘는 농약을 판매하고 있다.


그 이유는 ‘무역보험’이 있기 때문이라고들 말한다. 브라질을 비롯한 남미지역은 농약시장이 큰데 반해 수출대금 회수가 매우 어렵고 까다롭기로 정평이 나있다. 그러다 보니 우리나라 일부 농약기업들은 브라질 등으로부터 많은 수출 제안을 받으면서도 대금회수를 우려해 선뜻 나서지 못하고 있다. 이와 달리 중국 농약기업들은 중국정부가 무역보험을 가입해주기 때문에 아무런 걱정 없이 남미시장을 종횡무진하고 있다.


중국 현지 농약딜러에 따르면 중국은 국영 수출보험공사인 ‘시노슈어(대표 탕 루오친, SINOSURE)’를 통해 농약 수출기업의 무역보험을 가입해주고 있다. 또한 보험금의 85~90%를 중국정부가 보조해 주고 있다. 따라서 중국의 농약기업들은 수출마진이 15%만 넘으면 브라질 등의 남미시장에 마음 놓고 들어갈 수 있다. 특히 ‘시노슈어’는 중국인민보험공사(PICC)와 수출입은행의 수출보험업무를 통합, 지난 2001년 출범한 중국 최대 유일의 수출보험공사로 수출보험 및 신용정보업무 등을 담당하면서 세계적인 명성을 자랑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국무역보험 ‘있으나 마나’…국회가 풀어야”
우리나라에도 ‘한국무역보험공사’가 있긴 하다. 하지만 중국의 ‘시노슈어’와는 “달라도 너무 다르다”는 것이 국내 농약수출기업 관계자들의 경험담이다. 가령 국내 농약수출기업이 한국무역공사에 콜롬비아 수출을 위한 무역보험 가입을 신청하면 일언지하에 거절당한다. 콜롬비아는 “위험부담이 크다”는 이유 때문이다. 현재 콜롬비아에 농자재 수출을 하고 있는 국내기업 관계자는 “우리는 콜롬비아에 농자재 수출을 하고 있지만, 무역보험이 없기 때문에 ‘선불’을 받고 수출할 수밖에 없다”며 “다른 나라들은 ‘외상’도 주는데, ‘선불’을 받는 우리가 그들과 경쟁이 되겠느냐”고 하소연했다.


또 다른 농약수출기업 관계자는 “현재 필리핀 시장의 경우 ‘녹다운’ 상태다 보니 크레딧 기간을 늘려달라는 요구가 많다”고 전제한 뒤 “안그래도 농약 생산원가 때문에 어려움이 많은 상황에서 어떻게 수출이 가능하겠느냐”며 “현재 필리핀 농약시장에는 중국 기업만 들어갈 수 있을 것”이라고 아쉬워했다. 그는 특히 “중국 수출기업들은 시노슈어가 수출대상국가의 상황을 파악한 뒤 ‘수출 가능’ 판단을 하면 마음 놓고 수출에 나설 정도로 시노슈어의 실력이 대단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며 “반대로 시노슈어가 ‘어렵다’, ‘안된다’고 판단하면 중국기업들도 깨끗이 포기할 정도로 상호 신뢰감이 높다”고 전했다.


그는 그러면서 “우리나라도 정부가 수출지원을 하려면 ‘이런’ 부분을 지원해야 한다”며 “수출기업 입장에서 보면 한국무역보험공사가 뭐하는 곳인지 모르겠다”고 강한 불만을 내비쳤다. 그는 또 “상대적으로 수출대금 결재가 원활한 미국이나 유럽 등으로 수출하면서 수출보험에 가입할 필요가 뭐가 있겠는가”라고 반문하면서 “우리나라 무역보험공사는 돈(수출대금) 잘 주는 국가나 산업에만 보험가입을 해주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다”며 “국회가 나서서라도 이 부분은 반드시 풀어야할 선결과제”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