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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農&산업 리더를 만나다] 이승율 (주)한국협화 사장

“스톡형에서 오더형으로 기업체질 변화 시작했다”


이승율 사장은 2018년 12월 (주)한국협화에 컴백했다. 1994년 입사해서 20여년을 다녔던 회사를 3년간 떠났다가 사장이라는 직함으로 복귀한 것이다. CEO로서의 실질적인 첫 해였던 2019년은 무기질비료업계 전체가 유통의 구조적인 문제로 마이너스 성장에 봉착한 시련의 해였다. 역설적으로 기업의 자생력이 확보되지 못했을 때의 심각성도 여실히 드러났다. 파란만장한 한 해를 보낸 이년차 CEO 이승율 (주)한국협화 사장의 미래 설계가 궁금했다.


작년 사업을 평가한다면  외부환경을 보면 최악이었다. 우리 회사의 주력인 규산질비료가 줄었다. 또 농협 납품 비료 가격이 3년간 하락·동결되면서 1만톤을 팔면 6~7억씩 적자가 누적되는 상황이었다. 유기질비료(유박) 시장도 정체였다. 알다시피 비료산업은 장치산업인데 물량이 뒷받침되지 않으니까 수익구조가 매우 나빴다. 그래서 처음에 와서 한 것은 생산구조를 전통적인 스톡(make to stock) 위주에서 오더(make to order) 위주로 바꾸기 위한 작업에 돌입했다.


기업의 체질 변화를 시도한 것인가  수요가 많을 때는 스톡 위주도 괜찮았다. 그러나 기후 변화, 농업인 감소와 선호도 다양화 등의 현실에서 갈수록 농업인들은 자신에게 적합한 것을 찾게 된다. 오더형 체질로 개선돼야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있다는 이야기다.


어떤 과정을 겪었는가  오더 베이스로 전환한다는 것은 제조공장의 전반적인 인식과 프로세스를 바꾸는 것을 의미한다. 우선 부장·이사·공장장 등 임원 교육부터 시작했다. 사실 회사의 문제점은 구성원들이 제일 잘 알지 않는가. 사장이 직접 주도하는 가운데 임원급 10명이 정기적으로 모여 회사가 어떻게 바뀌어야 하고 현장과 제조공정이 어떻게 변모해야 하는지를 함께 공부하고 토론했다. 이미 문제점은 각자 느끼기 있었기에 임원 교육의 효과는 컸다.


또 스톡형에서 오더형으로 전환코자 하면서 생산성이 떨어지는 문제를 극복해야 했다. 노조의 동의를 얻어 2달 동안 공장가동 중지와 직원의 80%유급휴가를 단행한 것이 보탬이 됐다. 집중생산으로 물량을 소화한 결과 비용을 절감할 수 있었고 정부보조도 가능했다. 험한 산 하나를 넘었다고 생각한다.  
 
B2C에서 B2B 영업으로의 확장도 눈에 띈다  예전엔 B2B 영업을 많이 하지 않았다. 그러나 지금은 수출과 B2B 영업으로 오더 베이스를 강화하고자 한다. 기업에 공급하는 것은 원하는 성분·색깔 등에서 맞춤형이 될 수밖에 없다. 그래서 공장에서 세심한 생산·품질관리가 필요하다. 오더 베이스 관리 경험이 적고 안하던 것을 하려다 보니 초반엔 영업과 생산파트가 싸우는 일도 잦았다. 임원교육과 현장적용 등을 통해 차차 자리가 잡히게 됐다.


경영의 의식 변화도 있었다. 과거에는 우리가 만든 제품은 우리만 팔아서 이익을 남기겠다는 소극적인 생각에 머물러 있었다.


이제 시대가 바뀌었으니 판도 더 키우고 서로 필요한 것을 주고받자는 의미에서 문을 활짝 연 것이다. 예전 1만톤 내외의 B2B 물량이 작년엔 2만5000톤으로 늘었고 올해는 4만톤으로 더 늘려나갈 계획이다. 

 
사실 국내 시장은 이미 포화상태이므로 더욱 중요한 것은 해외 수출이다. 다만 급하게 몇 톤 팔고 마는 것이 아니라 장기적인 플랜을 치밀하게 짜서 접근하려 한다. 앞으로 풀어야할 과제다.


올해 국내 매출 예상은  과거 700~800억원 매출이 최근 500억원대로 떨어졌다. 지금 차근차근 회복해 가는 단계를 밟고 있다. 올해는 물량을 5만톤 이상 늘려 매출 6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예상한다.


한국협화 하면 규산질비료 아닌가  규산질비료는 유실된 토양을 회복시키고 식량증산에 도움이 되며 작물의 맛을 증진시키는 비료로 익히 알려져 있다. 그러나 토양개량제 무상배포로 그 가치가 부각되지 못한 점이 있다.


사실 우리가 반성해야 할 부분이 더 크다. 시대에 맞게 규산질비료에 새로운 가치를 부여해야 하는데 너무 미흡했다. 정부보조로 손쉽게 사업할 수 있으니까 노력하지 않은 결과 물량이 감소했다고 본다. 작년에 비슷한 고민을 하는 업체들과 함께 재원을 마련해 규산질비료 연구 프로젝트를 진행중이다. 벼농사에서 규산질비료가 이산화탄소를 줄여 환경에 기여하며 탄소배출사업으로 농업인에게 이익을 준다는 연구 보고를 제시할 예정이다.


더불어 규산질비료의 특장점은 작물의 맛을 좋게 하는 데 있다. 일본 고급 사케 패키지에서는 ‘규산질비료로 키운 맛이 좋은 쌀로 빚었다“는 문구를 볼 수 있다. 규산질비료의 다양한 장점을 제품에서 디테일하게 풀어낼 것이다. 


지난해 비료기업 노조들이 나서서 농협 납품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회사와 비료협회에서도 어려움을 수차례 호소했으며, 불합리한 농협 납품으로 가장 피해를 본 것이 다름아닌 직원들이다. 2015년말 입찰시 요소가격이 톤당 210달러였고 그에 따라 가격인하가 이뤄졌다.


그러나 2018~2019년 300달러선이 됐는데 납품 가격은 동결됐다. 비료제품가에서 원재료 비율이 70%라고 보면 20%는 가격인상이 이뤄져야 비로소 원가가 되는 것 아닌가. 그런데 가격을 동결하니 100만원 팔면 20만원 손해나는 구조가 된 것이다. 특히 비료회사의 영업이익률은 타 업종보다 현저히 낮다. 농협이 농업인들의 입장을 대변한다해도 한계선을 넘은 것이다. 다행히 올해 농협 계통비료 계약에서는 원칙과 융통성이 함께 고려됐다. 좋은 변화를 기대한다.


팀웍을 만들어내는 능력이 돋보인다. 비결이 있다면  어려서 70가구가 오순도순 모여사는 집성촌에서 자랐다. 어려운 일이 있어도 여럿이 머리를 맞대면 해결책이 나오곤 했다. 내가 타고난 초긍정주의라 오히려 직원들이 문제점을 지적하는 경우가 많다. 담당자의 의견을 대부분 수용한다는 원칙을 지켜나가고 있다.


이은원 기자 | wons@newsfm.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