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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마기획

끝나도 끝난게 아닌, 음폐 건조분말 원료허용 일단락

유기질비료 원료 둘러싼 의견대립
국민건강·토양환경보전 논의 실종
현장의 원료불법사용 문제 미해결

공정규격, 음식물쓰레기 문제로 논란

건강한 토양, 농업인 안전성은 뒷전

드러난 비료공정규격 허점해결 숙제



농촌진흥청(청장 김경규)이 작년 1113일 행정예고한 비료 공정규격설정 및 지정일부개정고시()의 확정 고시를 앞두고 있지만 해당 법안을 둘러싼 의견대립이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이번 개정고시()에서 가장 이슈가 된 음식물폐기물 건조분말의 혼합유기질비료와 유기복합비료 원료 허용에 대해 농진청은 농업인 의견 수렴을 거쳐 고시 개정을 마무리하겠다고 했으나 주요 농민단체들의 의견도 엇갈린 상황이다.


우선 농진청은 음식물폐기물 건조분말의 원료 허용에 대해, 국내 유기성 폐자원의 재활용 활성화와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아주까리유박의 대체가 목적이라고 밝힌 바 있다.


혼합유기질비료와 유기복합비료는 부산물비료인 유기질비료의 한 갈래로서 혼합유박과 함께 친환경농업을 하는 농민이 유기농자재 등으로 많이 사용하는 비료다.


현재 우리나라에는 농림축산 부산물의 재활용·자원화 촉진, 토양 비옥도 증진 및 토양환경 보전을 통해 지속 가능한 친환경농업 육성 등을 위한 유기질비료 지원사업이 시행되고 있다. 가축분퇴비와 퇴비 등의 부숙유기질비료의 경우 20kg 포대당 국고 800~1100원과 지방비 600, 유기질비료의 경우 국고 1100원과 지방비 600원을 보조해 농업인들이 저렴한 가격으로 비료를 쓸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이러한 유기질비료 지원사업의 취지에 무색하게 음식물폐기물 건조분말이 이미 유기질비료에 상당수 불법 투입되고 있다는 방송 등 언론보도가 나오면서 국민들의 반감이 치솟기 시작했다. 개정안이 예고된지 한 달만의 일이었다.


애당초 음식물폐기물 건조분말의 원료 허용에 대해서는 전문가와 농업관련 단체의 우려가 존재했다. 한국친환경농자재협회(회장 조광휘)는 공식 제출한 의견서에서 해당 원료 허용에 대한 반대 의견을 밝힌 바 있다.


혼합유기질비료와 유기복합비료 전체원료의 30%까지 허용하려는 음폐 건조분말에 대해 한친농은 투입비중이 높기 때문에 주원료에 해당한다고 전제하고, 우선 음식물폐기물의 공정규격을 명확히 정의한 후 사용여부를 검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주원료가 될 음폐 건조분말의 NPK 보증이 안되는 점, 비료성분 편차가 커 표준화가 어려운 점, 세제류 등 토양유해물질의 함유가능성이 높은 점을 지적하고 음폐 건조분말에 혼합되는 부형제의 품목과 양을 명시해 줄 것을 요청했다.

 

발효되지 않아 토양·작물에 유해 가능성

또한 이미 원료로 허용된 가축분퇴비 등에 음식물폐기물이 들어갈 때는 발효과정을 거쳐 안전하지만, 발효과정이 없는 유기질비료에는 토양과 작물에 유해 가능성이 있다는 점도 우려했다. 위의 복합적인 문제들로 인해 유기질비료 자체에 대한 농민 신뢰가 저하될 우려도 크다고 밝힌 바 있다.


가축분유기질비료협동조합(이사장 박홍채)도 음폐 건조분말의 유기질비료 원료 허용에 대해 반대의 뜻을 전달했다.


음폐 건조분말이 유기질비료 원료인 유박과는 다른 단순 유기물이라는 점, 원료를 발효시키지 않고 단순 건조시킨 음식물폐기물 건조분말과 계분의 경우 살포 후 발효가 일어나면서 다양한 피해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등을 지적했다. 또한 농림축산 부산물의 재활용·자원화 촉진 등을 위한 유기질비료 지원사업의 의미와 거리가 있는 음폐 건조분말 원료 허용시 가축분뇨의 재활용 및 자원화의 감소가 두드러지게 나타날 것도 우려했다.


통상 1달 정도의 예고기간 후 고시 확정을 하게 되지만 부정적인 여론 등으로 농진청의 개정안은 3달여 계류됐으며, 중간에 있었던 비료 공정규격 개정(음식물류폐기물) 관련 주요 제출의견에 대한 협의회(20181227)’에서도 찬반의 의견이 대립된 것으로 알려졌다

 

공정규격외 물질사용 경우 영업정지·과태료

이번 개정안이 계류됐던 배경은 관련 전문가들과 이해당사자들의 문제 제기도 있었지만 언론에 보도된 유기질비료 불법 원료 투입과 이를 단속·시정하지 못한 농진청에 대한 따가운 시선을 의식한 것이라는 추측이 많다.


공정규격에서 정하는 원료 외의 물질을 사용해 제조한 비료를 양도·진열·판매·유통하거나 공급 하는 비료업자는 엄중한 처벌을 받도록 되어 있으며(비료관리법 제28조제2), 영업정지나 과징금(비료관리법 시행령 별표3 개별기준)에 처하도록 돼 있다.


이처럼 허용되지 않은 음폐 건조분말이 유기질비료에 투입된 불법사례들의 윤곽이 드러나면서 이번 개정안이 뜨거운 감자가 돼가고 있을 때 논란의 2라운드를 알리는 신문기사가 보도됐다. 음식물류폐기물이 기존대로 처리되지 못해 수도권에 음식물쓰레기 대란이 우려된다는 기사가 311일부터 잇따라 보도된 것이다.


유기질비료의 주원료 중 하나인 아주까리유박의 리신 독성 문제와 수도권의 음식물쓰레기 처리 문제가 있음에도 개정안을 빨리 처리하지 않는다며 농진청을 질타하는 보도가 잇따른 것이다.


이에 ()한국음식물자원화협회(회장 배양수)현 음식물폐기물의 양이 회원사들의 처리 가능한 물량을 밑돌고 있기 때문에 수도권의 음식물쓰레기 대란은 절대 일어나지 않는다는 내용을 포함한 성명을 내기도 했다.


비료관리법을 보면, 비료는 식물에 영양을 주거나 식물의 재배를 돕기 위해 흙에서 화학적 변 화를 가져오게 하는 물질, 식물에 영양을 주는 물질, 그밖에 농림축산식품부령으로 정하는 토양개량용 자재 등을 말하는 것으로 돼 있다.


이처럼 고품질의 작물을 재배하고 농업환경을 보존하는 비료의 공정규격을 둘러싼 논의가 음식물쓰레기 처리문제로 고정되면서 정작 주제의 논점이 사라져 버렸다는 비판도 흘러나왔다. 논의의 핵심에 놓여 있어야 할 양질의 먹거리 생산과 후손에 물려줘야 하는 건강한 토양, 국민과 농업인의 안전성이 뒷전에 몰리고 이해관계자들의 찬반대립이 더 도드라지는 양상이 나타난 것이다.


[] 아주까리 유박과 음식물 폐기물 건조분말 성분 비교(’18, 농촌진흥청)

성분(%)

유기물

질소

인산

칼리

염분

아주까리 유박

78.79

4.9

1.95

1.24

0.1

음식물류폐기물 건조 분말

80.6

4.4

2.2

1

1.8

  

한농연, “건조분말 안전성 입증 부족하다

이에 지난 18일 한국농업경영인중앙연합회가 ‘‘비료 공정규격설정 및 지정일부개정()의 졸속 처리행태를 규탄한다는 제하의 성명서를 발표했다. 한농연은 농업계에서 우려하는 가장 큰 문제는 음식물폐기물 건조분말의 안전성 여부라고 밝혔다.


한농연은 농진청이 음식물폐기물 건조분말이 악취나 유해성에 문제가 없고 토양환경에 미치는 영향도 기존 아주까리 유박과 차이가 없어 유기질비료 원료로 사용이 가능하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염분함량, 원료식별 불가능 문제, 작물 생육과 토양 영향 등에서 음식물폐기물 건조분말의 안전을 입증할 만한 공식적 연구 결과나 현장 검증 자료를 제시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또한 개정을 강행하려는 것에 대해 음폐 건조분말을 불법 혼용한 일부 업체에 대한 책임추궁이 전무하고, 최종소비자가 될 농업인단체나 현장농업인과의 간담회나 공청회도 없었던 탁상행정이라고 비판했다.


이번 비료 공정규격설정 및 지정일부개정고시()에서 음폐 건조분말의 유기질비료 원료 허용뿐만 아니라 비료에 비의도적으로 혼입된 이물질 기준 마련 등도 향후 토양관리에 주요변수가 될 것이라는 전문가의 진단이다.


음식물폐기물의 유기질비료 원료 허용 문제를 둘러싸고 불거진 찬반양론에 대해 한 비료 전문가는 관련업계들과 연관된 제도이기에 어느 정도의 이해다툼은 피할 수 없지만 공익이라는 대명제 하에 우선순위를 정하고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내지 못한 제도화 과정의 실패사례로 기록될 것이라며 안타까워했다.

또한 개정안 논의 과정에서 나타난 비료 공정규격 상의 헛점들과 유기질비료 지원사업의 불합리한 부분, 불법으로 음폐 건조분말을 거래한 해당기관과 업체들에 대한 처벌문제 등도 풀어야할 숙제로 남았다.


이은원 기자 | wons@newsfm.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