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04.16 (화)

  • 흐림동두천 1.0℃
  • 흐림강릉 1.3℃
  • 서울 3.2℃
  • 대전 3.3℃
  • 대구 6.8℃
  • 울산 6.6℃
  • 광주 8.3℃
  • 부산 7.7℃
  • 흐림고창 6.7℃
  • 흐림제주 10.7℃
  • 흐림강화 2.2℃
  • 흐림보은 3.2℃
  • 흐림금산 4.4℃
  • 흐림강진군 8.7℃
  • 흐림경주시 6.7℃
  • 흐림거제 8.0℃
기상청 제공

[Again 쇠스랑] ‘바스타’에 ‘법’과 ‘도의’를 묻는다

‘바스타’ 상표권 공방을 둘러싼 관심이 뜨겁다. ‘바스타=바이엘’로 통했던 15년여의 등식이 깨질지도 모른다는 황당함과 더불어 ‘새한농의 바스타’가 된 뒤의 농약업계에 미칠 후폭풍이 우려되기 때문으로 보인다. 농약업계 초유의 사태인데다 상표권 향배와 맞물린 지난한 법적 공방이 예상되는 터라 ‘바스타 상표권’ 논란은 갈수록 이목이 집중될 수밖에 없을게다.


논란의 일차적 동기(動機)는 ‘상표권이 만료된 이후 재등록을 하지 않은’ 바이엘에 있다. 글로벌 원제사 관계자들은 “바이엘과 같은 세계적 기업이 상표권 관리를 어떻게 했기에 이런 문제가 발생했는지 도무지 이해할 수가 없다”고들 의아해 한다. 그 틈을 타 (주)새한농이 바스타 상표를 출원·공고할 수 있었고, ‘상표법’에 근거한 법리적 해석만을 놓고 보면 새한농의 위법을 찾아보기 어렵다.


문제는 새한농이 ‘법’ 이전에 ‘도의적’으로도 당당할 수 있느냐는 점이다. 바이엘은 십수년 동안 ‘바스타’ 상표를 앞세워 단일품목 매출 ‘부동의 1위’ 자리를 고수해 왔다. 앞으로도 달라질 건 없어 보였다. 그런 바이엘의 바스타를, 단지 행정상의 ‘과오’를 문제 삼아 새한농이 상표권을 가져가려는 것은 ‘법’을 떠나 ‘도의(도리)’엔 맞지 않는다. 더구나 (주)새한농의 구성원들은 30여년 넘게 농약업계에 몸담아 오면서 ‘원로’의 위치에 와있고, 그래서 농약업계 속사정을 그 누구보다 잘 안다는 점을 감안하면, 바이엘의 과오를 틈타 상표를 욕심내기 보다는 바이엘에 그 사실을 ‘어른스럽게’ 조언했어야 옳다. 도의적으로는 최소한 그렇다.


그래서 ‘바스타’ 상표권 분쟁은 ‘법’ 이전에 ‘도의적’으로 푸는 게 더 옳아 보인다. ‘법’과 ‘도리(도의)’ 사이엔 ‘누구나 지켜야 할 것을 지키는 것’이라는 공통점도 있지만, 그 과정의 강제성과 비강제성에 차이가 있고, 우리가 살면서 지켜야할 범위는 법보다 도의가 더 넓고 기본적인 덕목이기 때문이다.   


사정이 이런데도 바이엘이 드러내놓고 도의적 문제를 내세우지 못하는 이유는 어쩜 ‘원죄’ 때문일지도 모른다. 바이엘은 그동안 서로 ‘다른 듯 같은’ 유사행위를 왕왕 저질렀다. 멀리 갈 것도 없이 ‘바스타’ 상표가 그 대표적인 예다. 원래 ‘바스타’는 (주)경농이 지난 1989년부터 10년 넘게 국내 농약시장에서 브랜드 인지도를 높여온 제품이었다. 하지만 바이엘은 2002년 경농에 원료공급 중단과 상표사용권을 중지시킨 뒤 바이엘 독자상표로 만들어 시장을 장악했다. 물론 법적으로는 아무런 문제가 없을 수 있다. 하지만 도의적으로는 지금의 바스타 분쟁과 딱히 달라 보이지 않는다. 바이엘은 이외에도 SG한국삼공의 ‘리전트’를 비롯해 팜한농의 ‘코니도’와 ‘실바코’, ‘안트라콜’ 등을 모두 회수해갔다. 얼마 전에도 경농의 ‘데시스’ 상표를 일방적으로 가져가 한동안 분란이 일었다. 우리 농약업계가 일련의 구태와 몰염치를 도대체 언제까지 되풀이 하려는지 답답할 뿐이다.


차재선(객원 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