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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창용 칼럼

전국농기계유통협동조합의 출범을 축하하며

농기계유통조합 조합원들은 어떠한 일이 벌어지더라도 집행부를 신뢰하길 바란다. 의문이 있다면 이사들에게, 이사장에, 그것도 아니면 설명회라도 요구해서 의문을 해결하길 바란다. 집행부와 조합원간 신뢰가 깨지면 조직은 앞으로 갈 수 없다. 조합의 집행부는 끊임없이 농기계 회사들과 협의하고, 인내하고, 협상을 해서 합리적 타결점을 찾길 바란다.


농업기계화 내지는 시장에서 농기계 유통을 담당하는 대리점들의 역할은 지대하다. 모든 농기계가 이들을 통해 판매되고 아울러 필요한 융자 업무도 이들이 지원하고 있다. 농촌에 공급된 농기계의 사전 운전교육, 사후 고장과 처치 업무도 이들이 수행하고 있다. 한마디로 농기계 대리점들이 없으면 농업기계화도 농기계 공급도 원활하지 않게 된다.


농업기계화에서 중요한 역할을 수행해 왔던 이들은 늘 자신들의 노력과 지원에 비해 부족한 대우를 받고 있다고 생각해 왔다. 농기계시장이 정체상태로 접어든 1990년대 이후 자신들의 권익을 보호할 조직의 필요성을 느끼기 시작하였다. 이들의 분산되었던 염원을 모아 안성 홍석주 대동공업 대리점 대표를 중심으로 농기계 유통인들의 친목도모와 권익강화를 위한 조직체를 만들려던 시도가 있었다.


그러나 농기계 유통인들의 결집으로 인한 수익감소 내지는 피해발생을 염려한 농기계 회사들의 강력한 반발로 이러한 시도는 무산되었다. 이를 선두에서 추진하던 홍석주 사장은 이후 대동 농기계대리점 사업을 접었고 농업인으로 돌아갔다. 이후 오랫동안 농기계 생산자들의 강력한 힘에 의한 저지로 인해 어느 농기계 유통인도 자신들을 위한 조직 설립의 꿈을 펼치지 못했다.


조합원 신뢰, 조직발전의 초석
농기계정책 주체로 발돋움하길
농기계회사와의 협상력 높이자


2000년대 들어서면서 농기계시장의 개방과 국내 시장 성장의 정체, 갈수록 치열해지는 판매경쟁 등으로 스스로의 존립에 대한 고민이 많아졌다. 과거와 마찬가지로 농기계 대리점들을 위한 조직체 결성에 농기계회사들의 강력한 저지가 있었다. 하지만 몇몇 선두 추진자들의 강력한 의지와 행동을 바탕으로 2004년 2월 3일 서울교육문화회관에서 ‘한국농기계유통협회’ 창립총회가 개최되었다.


김대봉 국제종합기계 남양주대리점 대표가 초대 선장이 되고, 5개 농기계 대리점 전국협의회장들이 중심이 된 이사 10여명이 선임되어 항해가 시작되었다. 정부 농업기계화 사업에 대한 업무 협의, 농기계 대리점의 유통질서 확립, 사후봉사의 강화를 위한 다양한 사업을 시작하였다. 무엇보다 농민들의 농기계사용 불편을 해소하기 위한 사후봉사 강화와 유통의 활성화를 가장 중시하는 사업으로 추진하였다.


그러나 강력한 의지와 의욕과 달리 미숙한 경영과 운영자금의 고갈은 결국 채 3년을 버티지 못한 채, 이 협회를 식물조직으로 만들어 버렸다. 사실상 조직운영에 가장 중요한 조직 경영비용의 확보방안에 대한 구체화된 전략이 없었다. 여기에 활동상황에 대한 이사진들과 회원들의 불신은 결국 서로간의 불편함만을 남긴 채 항해를 멈출 수밖에 없었다.


10여년이 지난 2015년, 그동안 억눌려 오던 농기계 대리점들의 바램들이 조금씩 고개를 들기 시작하였다. 국내 농기계시장 성장의 정체, 여전한 농기계기업들의 절대적인 지배력, 외국 농기계들의 국내 진출 확대 등 여러 가지 경영의 어려움은 결국 농기계 대리점들을 하나로 묶어내는 촉진제가 되었다. 결정적인 요소는 농협중앙회에서 시행해온 최저가 농기계 경쟁입찰과 그로 인한 대리점 경영의 절망감이었다. 2015년 연말 대전에서 5대 대기업 전국대리점 협의회장단들이 회동하였고 여기에서 조직체 결성을 결의하였다.


지루한 일정이었다. 물론 농기계 회사들의 저지행위도 여전하였다. 농기계 생산자의 입장에서 수족같이 부리던 농기계 대리점들이 자신들의 목소리를 내게 되면 적지 않은 부담이 될 수 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농기계 대리점의 악화된 경영에 대한 불만과 불안감은 농기계 회사들의 회의적인 시각과 저지를 눌러버리게 되었다. 그만큼 절박함이 컸다는 이야기이다.


2016년 8월 12일, 드디어 ‘전국농기계유통협동조합’(농기계유통조합)이 긴 여정을 시작한다. 충남 논산시에 조합사무실을 개소하였는데, 이사장으로 취임하게 될 서평원 동양 대리점 대표가 무상으로 제공하는 등 추진 전국협의회장 등의 헌신이 적지 않다. 이들의 인내와 노력이 없었다면 지금의 조직을 출범하지 못했을 것이다.


새롭게 출발하는 농기계유통조합과 이를 이끌고 가게 될 집행부, 그리고 조합원들에게 과거의 경험으로부터의 몇 가지 간곡한 부탁을 하고자 한다. 조직을 만드는 것보다 정상적으로 운영하는 것이 더 어렵기 때문이다.
첫째, 농기계유통조합 조합원들은 어떠한 일이 벌어지더라도 집행부를 신뢰하길 바란다. 의문이 있다면 이사들에게, 이사장에, 그것도 아니면 설명회라도 요구해서 의문을 해결하길 바란다. 집행부와 조합원간 신뢰가 깨지면 조직은 앞으로 갈 수 없다. 적어도 딱 4년, 1기 집행부가 조합의 경영을 완료하는 기간 동안만이라도 눈 딱 감고 집행부를 믿어주길 바란다.


둘째, 농기계유통조합의 집행부는 끊임없이 농기계 회사들과 협의하고, 인내하고, 협상을 해서 합리적 타결점을 찾길 바란다. 농기계 회사와의 긴장은 계속될 것이며, 그로 인해 ‘갑’인 농기계 회사들로부터의 간섭과 간여가 있을 것이다. 조직 와해 내지는 힘의 분산을 위한 교묘한 압박도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행태를 갈등구조로 보지 말고 협력적 관점에서 바라보길 바란다.


셋째, 농기계정책의 주체로 발돋움하기 위한 다양한 노력을 기울이길 바란다. 적어도 농기계유통과 관련된 정책의 주도자는 농기계 유통인들이다. 따라서 자신들의 상황과 문제를 고민하고 파악한 후 정책관련 담당자, 관련인들과 협의하면서 정책에 적극적으로 참여해야 한다.


넷째, 농기계유통조합의 추구가치와 경영목표 달성의 수단, 조합원의 범위를 하루 빨리 구체화해야 한다. 조직의 정체성을 확실하게 해야 경영의 목표와 방향도 구체화될 수 있다. 조직운영에 필요한 자금의 확보방법도 확정해야 한다. 과거의 경험을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 돈이 없으면 조직운영이 안된다.


다섯째, 농민들에게 더 가까이 다가가야 한다. 농기계 유통인들만을 위한 조직이 아닌 농민들과 같이하는 조직이라는 것을 느끼도록 더욱더 사후봉사에 열심이어야 한다. 농기계유통조합을 준비할 때 실행하였던 자체적인 무상서비스는 좋은 본보기이다.


어찌됐든 어려운 상황에서 출범하는 농기계유통조합의 앞날은 순탄치만은 않을 것이다. 그러나 해야 할 일이 있고 가야할 곳이 있다. 모두 신발 끈을 조이고 당차게 출범하였으니, 닥쳐올 고난도 서로 협력해서 이겨내길 바란다. 한국농기계유통협동조합의 무궁한 발전을 축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