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농업박물관이 오는 6월 4일부터 8월 25일까지 상반기 기획전 ‘땅의 기록, 흙의 기억’을 개최한다.
이번 전시는 ‘흙’이 모여 된 땅을 일구어 만든 ‘농경지’의 오랜 이야기에 주목한 전시로, 농업의 기반인 ‘땅’의 역사와 문화를 보여준다. 누구나 알지만 쉽게 정의하기는 어려운 흙과 땅의 의미를 담아 총 4부로 구성했으며, 농경지에 대한 문자 기록부터 유물, 영상, 사진, 시 등 142점의 자료를 선보인다.
특히 조선시대 농경지의 모양과 측량법을 노래로 적은 길이 2.3m에 달하는 대형 전형도(田形圖)를 비롯해 중국 시인 왕유가 읊은 농촌 풍경에 관한 시를 감상하며 부채에 그린 단원 김홍도의 ‘산수인물도’가 최초 공개된다.
아울러, ‘농사짓는 사람이 땅을 소유한다’는 경자유전(耕者有田)의 원칙이 처음으로 명시된 1948년 제헌헌법, 국제연합에서 세계 농민의 권리를 선포한 UN 농민권리선언문 등을 선보인다.
또한, 농경지에 대한 다양한 영상과 뉴스 등을 자유롭게 검색해 볼 수 있는 라이브러리 공간을 연출해 관람객들이 다양한 시대를 넘나들며 ‘흙’과 ‘땅’의 가치를 느낄 수 있도록 했다.
제1부 ‘흙에서 농경지로’에서는 농사짓기 좋은 땅을 끊임없이 모색해 온 선조들의 기록과 회화 작품을 소개한다. △백제시대 대사촌 마을의 농경지 형태와 생산량, 소출량 등이 적힌 ‘백제 촌락문서 목간’ △조선 후기 밭을 매매하며 작성한 한글 계약서 ‘밭 매매명문’ △부채에 무성하게 자란 벼와 여름철 논의 모습을 그린 단원 김홍도의 ‘산수인물도’ 등을 통해 흙에서 농경지로 땅을 활용해 온 선조들의 모습을 상상해 볼 수 있다.
제2부 ‘땅과 사람’은 라이브러리 공간으로, 사람들이 땅을 일구고 생명을 지켜온 과정을 근현대 시기 영상, 뉴스, 시, 사진으로 전달한다. △농경지 확보를 위해 농지를 조성하고 지력 향상을 위해 펼친 토지개량사업에 관한 뉴스 △농경지 생태 보전과 흙의 가치를 재조명하는 다큐멘터리 △흙과 땅을 바라보는 작가들의 사진과 시 등 다양한 자료를 관람할 수 있다.
제3부 ‘땅, 먹거리, 재화’는 땅이 농경지로서 국가 경제의 기반으로 활용된 과정과 한정된 농경지의 소유와 분배에 관한 역사를 만나본다. △조선 후기 토지의 소유·활용, 측량에 관한 기록 △대한제국기 근대적 토지조사사업을 통해 토지소유권을 증명해 준 문서 ‘관계(官契)’ △조선 후기 실학자 다산 정약용의 토지제도 개선안이 담긴 ‘여유당전서’ △농업인의 농지 소유권이 최초로 인정된 ‘제헌헌법’ 등의 기록 자료를 소개한다.
제4부 ‘다시, 흙으로’에서는 지속가능한 농업을 만들기 위해 흙의 가치와 중요성에 주목한 현대의 다양한 활동들을 살펴본다. △농경지 관리 지침을 널리 알리기 위한 표어 △1980~1990년대 건강한 흙과 농업생태에 높아진 관심으로 발간된 유기농, 환경농업 관련 간행물 △국제연합에서 선포한 농업인과 농촌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권리 선언(UN농민권리선언) 등이 전시된다.
농업박물관은 이번 상반기 기획전에서 전시유물에 등장하는 땅의 형태를 모티브로 삼은 출입구를 조성해 관람객들이 전시 공간을 거닐며 다양한 땅의 모습을 바라볼 수 있도록 기획했다. 이 밖에도 땅과 흙에 관한 생각을 문장으로 표현해보는 관객 참여형 체험존을 마련하여 농경지로서 땅과 흙의 중요성을 한 번 더 되새길 수 있도록 했다.
황수철 국립농업박물관장은 “긴 시간 동안 우리가 땅을 일구며 남긴 기록을 살펴봄으로써 앞으로 땅과 흙이 우리 삶의 소중한 터전이자 온 생명의 바탕임을 깊이 기억할 수 있기를 바란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