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민의 農에세이] 업종별 운명론

  • 등록 2019.01.14 20:42:45
크게보기

농업은 운명이다


먹거리를 생산하는 1차 산업은 농업, 축산업, 수산업으로 나뉜다. 땅에서 작물을 키우는 농업, 동물을 키우는 축산업, 물고기를 잡는 수산업 중 가장 역사가 짧은 것은 농업이다.

인간의 첫 직업은 모두가 알다시피 수렵이었다. (강이나 바다에서) 물고기를 잡거나 (들이나 산에서) 사냥을 하거나 식물들의 잎이나 열매를 따먹는 게 인류의 초기 직업이었다. 그러다 머리를 써서 규모화와 조직화, 계획성을 갖고 농사를 짓는 선진(?) 문명이 출현한다. 학자들은 그 시기를 지금으로부터 8000~1만 년 전으로 추정한다. 농업이란 전문업종이 출현하고, 이후 수확을 예측하고 수익을 따지며 계산하고 거래하는 직업군이 탄생하면서 업종 다변화가 시작된다.

이후 농업은 임업과 구분되어 별개의 방향으로 발전한다. 수산업도 항해 기술이 발달하면서 원양 어업과 연근해 수산업으로 갈리게 된다.

 

농업, 수산업, 축산업, 임업, 식품업을 두루 섭렵한 사람을 만났다. 그의 경험 속에서 이 직업들의 대척점은 임업과 수산업이었다. 임업은 가장 정적이고 장기적인 생산업이고 수산업은 정반대 편에 서있다는 것이다.

사람이 숲속으로 들어가면 자기 성찰을 많이 하게 됩니다. 그래서인지 임업계 사람들은 현안에 급급해 하지 않아요. 나무처럼 의연하달까, 산림은 장기적 안목을 필요로 하니까요. 임업계에서는 농산물을 단기수익성 작물이라 표현하지요.”

시장의 눈으로 볼 때 농산물은 1년이라는 긴 시간이 쌓여 나오는 자연 상품인데, 산림의 눈으로는 단기수익성 작물로 보이는 것이다. 그보다 더 짧은 주기는 수산물인 셈이다. (양식업은 다르지만) 바다라는 열린 농장에서 잡아들이는 자체로 수익이 되기 때문이다.

 

업계별 주량 차이도 직업의 특성을 대변한다. 수산업계가 가장 세고 축산업계가 그 다음이며 농업, 임업이 뒤를 잇는다. 숲속에서 술을 마시는 것과 바닷가에서 술을 마시는 것, 왠지 모르게 차이가 클 듯도 한데그가 명쾌하게 답했다.

바다가 직장인 사람들은 목숨을 걸어야 합니다. 바다라는 환경 자체가 절박성을 주니까요. 숲에서는 명상을 할 수 있지만 바다에서는 매순간 목숨을 걸어야 해요. 때문에 그들은 쫄지 않아요. 당장 가진 게 없어도 늘 당당하고, 언제든 한방이 있다는 희망을 갖고 살죠.”

어떤 사람의 눈으로 볼 때, 그런 희망은 허황될 수 있고 쫄지 않으려는 의지는 거칠어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단기수익성과 비교할 수 없는 한방을 얻는 이들을 종종 목격하고, 그것을 얻기까지 내걸었던 숱한 목숨을 헤아리면 이해 못할 바가 아니다.

 

직업은 그 안의 사람을 장악한다. 그래서 ()’이다. 사람이 직업을 갖는 것처럼 보이지만 직업이 사람을 취하거나 해치는 일도 의외로 많다. 그로 인해 얻는 수익성을 업보(業報)’로 해석하는 역설이 성립하는 이유다.

농업을 영어권에서는 ‘Agri_cultural-문화의 성장세로 표현하고, 한자 문화권에서는 (+)-별에서 노래하는활동으로 표현하고 있다. 글로벌 표준으로 정의하는 농업의 사전적 의미는 천연 자원을 사용해 생명을 유지하는 상품을 생산하는 산업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제 노동기구(ILO)는 농업을 모든 경제 분야에서 가장 위험한 직업군으로 분석하고 있다. 이러니저러니 술을 안 마실 수 없게 하는 세계, 농수축산업의 사명이자 운명이다.


유민 시골에서 태어나 시골에서 자랐다. 도시에서 직장생활을 하면서 시골을 잊지 않았고, 농업 농촌을 주제로 한 많은 글을 쓰고 있다. 농업-식품-음식을 주제로 한 푸드 칼럼을 다수 매체에 게재하고 있다.


관리자 기자 newsfm@newsfm.kr
Copyright @2016 newsFM. All rights reserved.

PC버전으로 보기

영농자재신문(주) 서울시 광진구 구의강변로 64 구의아크로리버 B동 204호 발행ㆍ편집인 : 이은원 | 전화번호 : 02-456-1005 ㅣ 팩스 : 02-456-2060 Copyright ©2016 newsFM.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