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가 어지러우니 경제와 사회가 어찌 평탄하겠는가. 농업의 낙관적 전망은 언젠가부터 하기 어렵게 되었다. 이런 어려움을 타개하기 위해서는 소통이 중요하다. 우리 농자재 상황에 대한 솔직한 고백과 상호 이해가 있어야 한다. 세계화시대, 작은 시장과 낮은 경쟁력을 가진 경우 지독한 인내와 노력이 필요하다. 문제와 상황, 개선책에 대한 수용이 이뤄지면 알맞은 정책과 협조적인 산업적, 기업적 전략이 펼쳐져야 한다.
매년 교수신문에서는 한해를 정리하면서 대표적인 사자성어를 선정한다. 작년은 우리 역사에서 가장 어려운 시기였다. 혼란스러운 상황을 긍정적으로 볼 돌파적인 인식이 필요하여 2010년 이후 발표한 것을 정리해 보고자 한다. 물론 한해를 시작하는 마당에 과거를 둘러보고 새로운 한해를 구상하는 것은 그리 나쁜 것이 아니라 여겨지기 때문도 있겠다. 짧은 기간이지만 한번쯤 회고하다보면 역사가 가는 길을 조금은 이해할 수 있지 않을까해서이다. 사실 지금의 시대적 상황은 과거로부터 유래한다. 아직도 혼란의 시기를 지나고 있지만 결국 우리 모두는 안정화된 희망을 이뤄낼 것이라 믿는다.
2010년 장두노미(藏頭露尾). 머리는 감추었지만 꼬리는 그대로 노출되어 결국 거짓말은 나타나게 마련이라는 의미이다. 천안함 침몰사건, 기대를 잔뜩 품게 만들었던 나로호 공중폭발, 지속적인 민간인 불법사찰, 한미 FTA 협상 등에 대한 진실 등을 잘 알리지 않은 것에 대한 불편함을 표현한 사자성어이다. 명확한 원인에 대한 분분한 의견이 나올 수밖에 없었다. 그럼에도 아직도 이러한 진실 감추기는 지속되고 있다.
2011년 엄이도종(掩耳盜鐘). 귀를 막고 종을 훔친다는 것인데, 어디 귀를 가린다고 종소리가 사라질까. FTA 문제, 중앙선거관리위원회 홈페이지에 대한 DDos 공격, 대통령 측근 비리, 내곡동 사저 부지 불법 매입 등 중대한 국가적 사안에 대한 진실 확인이 불가능하다는 시대적 불편함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이미 이명박 정부는 국민과의 소통을 차단하고 있었던 것이다. 박근혜 정부의 가장 큰 문제는 소통의 부재인데 MB정부 역시 그러했나 보다.
2012년 거세개탁(擧世皆濁). 혼탁한 세상에서 홀로 깨끗하게 서있기가 어렵다는 의미이다. 임기 말 MB정부의 공무원 부패, 편법과 탈법의 횡행, 세대와 계층간 갈등심화와 선거철이면 부평초가 되어버리는, 진실 편에 서야할 지식인과 교수들의 우행을 꼬집은 것이다. 4대강 사업의 진실한 전모도, 대통령 측근의 비리도 덮여진 상황이다. 국가적 사건을 바라보는 검찰과 법원의 판단에 대한 불편한 심기 등도 포함된 성어가 아닌가 여겨진다. 언제쯤 이들의 독립성을 국민들이 믿을 수 있을지.
2013년 도행역시(倒行逆施). 순리의 길을 거스르는, 잘못된 길을 걷는 것을 비유하고 있다. 박근혜 정부가 들어선 첫해에 뽑힌 이 사자성어는 지금의 상황과도 유관하지 않을까. 이 사자성어가 추천된 사유는 최초 여성대통령으로서 유신을 탈피한 리더십을 기대했지만 오히려 국민들의 바램과 달리 역사 흐름을 퇴행적으로 후퇴시키고 있다고 보고 있었기 때문이다.
‘경제민주주의를 통한 복지사회의 구현’이라는 국민적 기대와 공약을 파기했고 오히려 공안통치와 양극화 심화가 우려된다는 것이었다. 레이저 눈빛, 적자생존이란 용어는 시대적인 아픔을 나타내는 원래의 뜻과는 다른 의미로 회자되었다.
2014년 지록위마(指鹿爲馬). 사슴을 말이라고 하는 거짓과 비굴함을 말한다. 온 국민들 마음을 아프게 만들었던 세월호 사건은 지금도 진행 중이다. 당시 정부와 관련 부처의 대응, 사건전말에 대한 진실의 실체는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정윤회의 국정 개입 사건 역시 적당히 덮었지만 다시금 문제가 되고 있다. 거짓이 진실인양 덮어버리는 사회. 그러나 끝끝내 사슴은 사슴일 뿐이다. 어느 학자의 주장처럼 정부 내에 내시들이 춤을 출 것이라는 간접적인 예상은 전율을 느끼게 만들고 있다.
2015년 혼용무도(昏庸無道). 국가의 앞날이 온통 암흑으로 뒤덮여 있다는 뜻이다. 어리석고 무능한 군주는 이 사회에 책임을 져야한다는 의미로도 볼 수 있다.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에 대한 부적절한 대응, 여당 원내대표에 대한 청와대의 사퇴압력, 역사교과서 국정화 논란의 시작 등은 결국 오늘날 국가적 곤경을 초래한 단초가 아니었을까. 문고리 3인방, 십상시(十常侍) 등의 단어가 떠오르게 된다. 지금의 국정농단 사태는 이미 잉태되고 있었던 것이다.
과거 우리 역사에서 나오는 교훈을 공유하자
2016년 군주민수(君舟民水). 백성은 물이고 군주는 배인데, 물인 백성은 군주인 배를 띄울 수도 있지만 뒤집을 수도 있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지금이 그런 형국이다. 진실을 숨기려는 자들이 주도하는 국가 리더십은 결국 진실 앞에서 혼란의 파도를 만들어 버렸다. 어둠을 밝히려는 국민적 촛불이 타오르는 이유이다. 이 나라를 이끌고 가는 지도자들은 자신들의 안위를 위해 사슴을 말이라 했고, 이제는 서로에게 삿대질만 한다. 아직도 자신들의 진실 은폐와 엄폐가 영속될 것으로 믿고 있는 것은 아닌지. 촛불시위가 소망하는 바가 이뤄져 하루 빨리 국민들께서 일상으로 돌아가길 염원한다.
나라가 어지러우니 경제와 사회가 어찌 평탄하겠는가. 농업의 낙관적 전망은 언젠가부터 하기 어렵게 되었다. 6차산업으로 모든 것이 해결될 듯 홍보하고 외쳤지만 농가의 소득은 여전히 제자리이다. 농자재 산업 역시 미래가 밝은 것은 아니다. 국내 시장의 성장은 위축되었고, 여기에 외국산 수입은 활발해지고 있다. 수출하려고 하나 기본적인 경쟁력 요소가 약하다. 적자수출이라는 볼멘, 하지만 어쩔 수 없는 상황도 연출된다. 그러나 이러한 추세가 장기적으로 지속될 수는 없다. 선순환의 성장 모델이 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리하여 과거 우리 역사에서 몇 가지 교훈을 공유했으면 좋겠다.
먼저 소통을 해야 한다. 우리 농자재 상황에 대한 솔직한 고백과 상호 이해가 있어야 한다. 정부와 연구자, 교수, 관련 산업과 업체들 간 지금의 상황에 대한 진솔한 대화가 필요하다. 다음으로 문제의 원인과 해결책에 대한 수용이 필요하다. 한 산업을 살리기 위해서는 몇몇 기업은 도태될 수도 있다.
세계화 시대, 우리같이 작은 시장과 낮은 경쟁력을 가진 경우 지독한 인내와 노력이 필요하다. 누군가의 희생이 필요할 수도 있다. 마지막으로 문제와 상황, 개선책에 대한 수용이 이뤄지면 거기에 부합된 정책과 협조적인 산업적, 기업적 전략이 펼쳐져야 한다. 이 과정에서의 소통과 수용, 수정과 추진 등은 순환적으로 지속되어야 한다.
정유년, 2017년, ‘화천대유(火天大有)’로 시작과 끝이 이뤄지길 소망한다. 맑은 하늘 아래 따뜻한 태양이 떠 있고, 하느님의 도움으로 우리의 소망이 현실로 나타나는 한해 말이다. 그리하여 ‘화서지몽(華胥之夢)’으로 꿈같은 좋은 나라가 이뤄지는 모습을 볼 수 있길 기원한다. 화천대유와 화서지몽 가운데 하나가 올 연말에 선정되는 사자성어가 되었으면 좋겠다.